매거진 인류연재

하와이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2

아빠 미워

by 준혜이

호텔방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난 딸아이가 더이상 밖에 나가지 않겠다며 소리를 지르다 남편에게 혼났다. 딸아이도 남편도 서로에게 이렇게 화를 내는 게 처음이다. 나는 둘째를 안고 호텔로비에 가 있으려다가 흥분한 딸아이를 데리고 발코니로 나갔다.

남편과 딸아이는 쉽게 화해하지 않았다. 딸아이에게 밥 먹듯이 용서를 빌고 용서받는 나는 딸아이가 남편에게 얼마나 화가 난 건지 알 수 있었다.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날을 그림엽서 같이 남기고 싶은 남편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결혼식장에서 남편 친구가 딸아이와 둘째 중 누가 더 돌보기 힘드냐고 나에게 물었을 때 내가 애 셋을 키우고 있다며 남편이 가장 힘든 아이라고 한 농담이 실제상황이 되었다.


가족 화해의 원천은 모두의 배고픔이었다. 남편은 상한 마음 그대로였지만 딸아이는 아니었다. 우리는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어른보다 빨리 치유되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밥을 다 먹고 우리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남편, 나, 딸아이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먹고 있는데 옆에서 어른 여섯이 아이스크림을 수건돌리기 하듯이 돌려가며 한 숟가락씩 나눠먹었다. 누군가 한 번에 아이스크림 두 숟가락을 떠 먹는 모습이 보고 싶어 나는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면 그 날로 남편은 출장을 떠난다. 새삼 우리가 일상을 지켜나가는 힘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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