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너를 찾는 모험

by 준혜이

남편은 금요일 오후 3시까지 필라델피아에서 할 일이 있다. 거의 1년 가까이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든 함께 있을 시간을 늘리려 노력한다. 뉴저지에서 필라델피아까지 기차로 한 시간. 나는 머뭇거림없이 짐을 싸고 아이들을 챙겨 필라델피아로 간다.


우버를 타고 Newark Penn Station까지 30분이면 도착한다. 하지만 차 안에서 우는 둘째를 달래는 건 힘드니까 오래 걸려도 Light rail과 Path를 타고 간다. Exchange Place에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보면서 Path를 타러 가는데 그 날이 바로 9월 11일 이었다. 엘레베이터가 없는 Path역 입구로 들어가서 유모차를 에스컬레이터로 내리느라 눈치보이고 고생스러웠다.


뭐가 잘못된건지 전화통화를 하면서 F***ing late 소리치는 양복입은 아저씨가 곧 터질 것 같은 모습으로 우리 옆을 지나갔다.


누구의 도움도 필요없이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플랫폼까지 갔다. 둘째는 아기띠 속에서 자고 딸아이까지 유모차에서 자고 있어서 읽다만 책을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다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2시 59분 Keystone service 기차를 타고 필라델피아에서 내린다.


유모차를 그대로 끌고 장애인 좌석에 앉았다. 기차에 Quiet car가 따로 있는 줄 몰랐다. 기차표 검사를 할 때 내 전화 알람소리가 울렸는데 직원이 Quiet car 표시를 가리키며 주의를 줬다.

딸아이가 창 밖을 보면서 이런저런 얘길하고 돼지 흉내를 냈는데 옆좌석에 앉아있던 풍선같은 할아버지와 지팡이같은 할머니가 '쉿'하고 시끄럽게 소리를 냈다. 나는 기분이 나빠서 다른 기차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중에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자기 같았으만 미안하다고 크게 소리치면서 나왔을거라고 했다. 그건 낯선 사람들에게 화내지 않고 늘 참기만 하는 내가 떠올릴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좌석을 옮긴 건 잘된 일이었다. 친절한 할머니가 나보고 혼자 애 둘을 데리고 어떻게 기차에 탔냐며 딸아이와 놀아주셨다. 할머니는 곧 태어날 손주에게 선물을 하나 하고 싶은데 우리 유모차는 얼마냐고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우리 유모차가 비싸지 않아서 좋았다.

우리는 남편을 만나 기차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에 짐을 풀고 다시 나오기로 했다.


나는 필라델피아가 좋다.


Reading Terminal maket이 6시면 문을 닫는다길래 얼른 가서 치즈케이크를 하나 사가지고 나왔다. 시장 이름이 이상하다.

차이나타운에서 저녁을 먹었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물이랑 맥주를 샀다. 계산대 앞에 바나나 양갱 같은 게 이름이 BANANADA인 게 웃겨서 샀는데 엄청 달기만 하고 맛이 없어서 슬펐다.

오랜만에 만난 감격은 사라지고 우리는 호텔방에서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쉬었다. 플레이도를 사오라며 화를 내는 딸아이는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걸 우리가 잊지 않게 해준다. 앞으로는 딸아이 스스로 여행가방을 싸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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