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아랫집에서는 우리가 아파트 매니저에게 보낸 답장에 답장을 쓰지 않았다. 이렇게 떨떠름하게 층간소음 문제를 합의 본 건가 싶지만 방심하고 살다보면 현관문 밑으로 또 한 번의 손편지를 받게 되겠지.
아랫집 여자가 쓴 손편지를 받은 이후로 나는 예전보다 소리에 예민해졌다. 우리집에서 식구들이 내는 소리는 물론 윗집, 아랫집에서 나는 소리가 이제는 신경에 거슬린다.
우리 머리 위로 또각또각 윗집 여자가 퇴근했다. 여자는 집에서도 하이힐을 벗지 않는다. 또각또각 소리가 멈추면 여자가 잠들었다는 뜻이다. 아주 긴 하루 끝에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침대에 누우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도 하이힐을 신고 싶다.
둘째가 침대에서 두 번 떨어지고 우리는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같이 잔다. 그래서 아랫집 여자가 아침 6시 50분 알람소리에 맞춰 잠에서 깨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알람은 아침 7시 5분에 맞춰져 있지만 나는 아랫집 여자와 함께 아침을 시작한다.
어느 밤에는 윗집 여자가 다급하게 뛰어다니길래 혹시 우리가 밖으로 대피할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했다. 또 어떤 밤에는 방바닥에서 소근소근 말소리가 들려와 아랫집 여자들이 우리집이 시끄럽다고 욕 하는 건 아닌지 나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여자들의 웅얼거림을 엿듣기도 했다.
윗집 남자는 오늘 집에 있다. 온 집 안을 쿵쿵거리며 돌아다니는데 뭘하는 건지 짐작하기 힘들다.
아파트 건물 안에서 이웃을 마주하는 건 드문 일이다. 이 아파트 사람들은 소리로 존재한다. 유령이 모여사는 곳에 우리만 사람인 것 같다. 유령 중에서도 아기 유령이 제일 무섭지, 둘째 울음 소리에 윗집 남자가 발소리로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