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공항가는 길

by 준혜이

한국에서 친정엄마아빠가 왔다. 자가용이 없으면 이럴 때 불편하다. 남편이 예약해 준 택시를 타고 아이 둘과 나 혼자 공항으로 가야했다. 한국-뉴욕 직항 비행기는 JFK 공항으로 도착한다. 집에서 JFK 공항까지 가는데 걸린 한 시간은 우리를 만나러 열 세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엄마아빠의 수고와 맞먹는 고행길이었다.


택시는 여섯 명이 탈 수 있는 밴이었다. 택시 기사가 챙겨 온 카시트는 안전벨트가 하나 빼고 모두 고장이 나서 쓸모가 없었다. 딸아이에게 안전벨트를 채워주고 둘째는 내가 아기띠로 안고 택시를 탔다. 나는 손잡이를 꽉 잡고 갈 생각이었는데 택시에는 손잡이마저 제대로 붙어있지 않았다.


운전기사의 고개가 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운전기사의 잠을 깨우기 위해 말을 붙였다. 딸아이가 아이패드로 보고 있는 팅커벨의 소리를 높이고 내 품에서 자다 깬 둘째가 우는 걸 그냥 두었다. 그래도 운전기사는 가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도 이 택시를 타고 오기로 예약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강도의 분노가 치밀었다. 운전 중인 사람과 싸울 수는 없으니 빨리 공항에 도착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택시가 멈추고 나는 재빠르게 아이들과 택시에서 뛰어내렸다. 택시 기사에게 집으로 돌아갈 때는 이 택시를 타지 않겠다고 말하고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운전기사와 나는 4년간 함께 일했다. 그 사람이 운전하다가 졸았을 리가 없다.


안전벨트는 당신들이 타기 전에 택시를 탄 손님들이 고장을 낸 것인데 미안하다, 내일 고치겠다.


사람 많은 공항에서 나는 악을 쓰며 통화했다. 딸아이는 나에게 소리지르지 말라고 울고 둘째도 아기띠 속에서 목소리 높여 울었다. 나의 분노는 진화했다. 택시비를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소리치다 나중에는 I AM GLAD I AM ALIVE! 라고 비명을 질렀다.


나는 전화에 대고 화풀이만 한 꼴이 되었다. 내가 난리를 치거나말거나 인도말을 중얼거리며 택시비를 달라며 다가오는 택시기사에게 결국 나는 돈을 던지고 공항 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딸아이에게 못보일 꼴을 보이고 말았다. 나는 속으로 안전벨트가 고장난 걸 알고도 그 택시를 아이들과 함께 탄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스스로를 야단쳤다. 머리가 아팠다.


엄마아빠와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택시 이야기를 했다. 엄마아빠가 그 택시 안에 같이 타고 있었던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공항에서 우버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버 운전수의 아이폰이 꺼져서 내 스마트폰 구글맵의 안내가 필요하긴 했지만 괜찮았다.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내가 싸우면서 내뱉은 영어를 연극하듯이 재연해주었다. 남편은 내가 겪은 일에 미안해하면서 이제는 영어로 싸움까지 한다고 칭찬했다. 따져보니 내가 택시비도 아꼈다. 하지만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아 그 택시회사를 고발할 기관과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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