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마지막 밤

by 준혜이

출생의 비밀이 없는 보통의 가정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 될 수 있다. 친정부모님이 미국에 오시기 전 나는 엄마와 카톡으로 살벌한 대화를 나눴다. 아침드라마 대사로 써도 손색없을 만큼 극적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는 명배우다.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이 딸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둘째는 낮잠을 자고 나는 남편을 머슴부리듯 부리며 책을 끼고 누워있었다.


커피.

이 한 마디에 남편이 발걸음 소리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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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 중에 가장 아쉬운 점은 아주 뜨거운 커피를 내 곁에 가까이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집 안이 너무 조용해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침대에 엎드려서 남편과 스마트폰으로 청춘 FC를 봤다. 청춘 FC를 보면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그것으로 즐겁게 생계를 꾸려나가는 일이 이렇게 어려우면 어쩌라는 거냐는 생각이 든다. 안정환, 이을용같은 선생님에게 무언가 열심히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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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전기가 나갔다. 스마트폰이 반딧불처럼 빛난다. 시부모님이 부랴부랴 촛불을 사러다녀오셨는데 거짓말처럼 전기가 들어왔다.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나는 이 곳에서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시부모님, 친정부모님과 함께 우리집으로 가면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을 지 기대되고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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