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이노의 탄생비화
아두이노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아두이노 캠프에서도 이걸 먼저 알려 주면 좋지 않을까 해서 이 내용을 먼저 준비해 보았다.
아두이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이 있는데 바로 마시모 반지 (Massimo Banzi)라는 사람이다. 소프트웨어 아키텍트였던 그는 2002년 예술과 IT를 융합해 가르치던 IDII (Interaction Design Institute Ivrea)에 부교수로 부임하게 된다. 예술을 창작하는데 IT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이러한 예술 창작 활동을 할 때 주로 사용하던 장비로 베이식 스탬프 (BASIC Stamp)라는 마이크로컨트롤러가 있었다. 이것은 페럴랙스 (Parallax)라는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었는데 당시 가격으로 100달러 정도로 학생들이 구입하기에는 비싼 물건이었다. 게다가 윈도 OS를 사용했어야 했으며 구현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려면 별도의 장비가 필요했었다. 성능도 그리 좋지 않았다. 마시모 반지 역시 매킨토시를 이용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베이식 스탬프가 가진 여러 단점에 불만을 갖게 되었다.
아두이노는 프로세싱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두이노 개발 툴 (IDE)의 프로세싱과 흡사하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초기 UI는 거의 일치한다. 프로세싱은 MIT 미디어랩의 케이시 리아스 (Casey Reas)와 벤자민 프라이 (Benjamin Fry) 가 개발한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릴 때, 일반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려면 그림을 그리는 방법 말고도 여러 가지 기술적인 부분을 습득해야 한다. 하지만 프로세싱을 이용하면 몇 가지 그림 그리는 함수의 사용법만 익히면 그림 그리는 코드에 집중하여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마침 프로세싱을 만들었던 멤버 중 한 명인 케이시 리아스가 마시모 반지가 부임한 IDII 에 와 있었다. 그래서 아두이노는 프로세싱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2003년 콜럼비아에서 온 에르난도 바라간이라는 IDII 학생이 마시모 반지와 케이시 리아스를 지도 교수로 두고 석사 논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그때 만들어지게 된 것이 바로 이 Wiring이다. 이 학생은 2004년 우등생으로 졸업해서 자신의 고향인 콜럼비아로 돌아가 와이어링 개발을 이어나간다. 제조비용은 베이식 스탬프 보다 저렴한 60달러 정도였다.
와이어링이 만들어지는 와중에 마시모 반지와 그의 동료인 데이비드 꾸아르띠에예스는 와이어링에서 파생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마시모 반지는 와이어링도 좋지만 더 쉽고 저렴하게 만들고 싶었다. 와이어링의 제조비용은 60달러였는데 마시모 반지의 제조비용 목표는 30달러였다. 그렇게 아두이노의 프로토타입은 만들어지게 되었다. 와이어링과 아두이노는 서로 호환이 잘 되긴 하지만 서로 다른 길로 가게 되었다.
마시모 반지와 동료들은 오픈소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2005년 말 IDII가 폐교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프로젝트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여 아두이노를 오픈소스로 만들기로 하였다. 당시에도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가 많이 있었지만, 하드웨어로서는 최초의 오픈소스였기 때문에 어떤 라이선스를 적용할지 몰랐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CC(Creative Commons) 라이선스였다. 음악, 글과 같은 콘텐츠를 공유할 때 사용하던 라이선스였는데 하드웨어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하여 아두이노는 누구나 아두이노 설계도를 보고 부품을 직접 구입하여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기업 역시 라이선스를 위반하지 않는 다면 호환 보드라는 명칭으로 보드를 제작해서 판매할 수 있다.
마시모 반지와 동료들의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보드의 가격은 30달러 정도 - 피자 가게에서 외식할 때 드는 비용 정도이다. 학생들이 큰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특이함 - 보통 하드웨어 보드는 녹색인데 파란색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탈리아 지도도 그려 넣었다. 가능한 한 많은 입출력 핀을 사용하도록 설계하였다.
누구나 쉽게 직접 만들 수 있도록 - 회로도를 쉽게 설계하여 누구나 보고 만들 수 있도록 하였다. 일반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보기에는 효율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다.
조작의 간편함 - 베이식 스탬프는 윈도 OS를 사용해야 하며 연결을 위한 별도의 장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두이노는 USB만으로 연결이 가능하며 윈도, 리눅스, 맥 OS 모두 지원하였다.
아두이노가 만들어지고 IDII 학생들에게 직접 보드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하라고 시켜 보았다. 학생들은 큰 어려움 없이 아두이노 보드를 만들고 그 보드를 이용하여 자신들만의 창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별도의 홍보는 없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아두이노 보드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당시 아두이노는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었다. 그래서 단골 술집인 아두인 왕의 술집(Bar di Re Arduino)에서 이름을 고민하다가 아두이노(Arduino)라고 이름을 짓게 된다. 참고로 아두이노라는 이름은 이탈리에서는 흔한 이름이라고 한다. 친한 친구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