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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ho Mar 30. 2017

우물 밖으로 나가기

미국 진출기 2탄

미국을 가기 10일 전쯤에 내가 평소에 만나고 싶어 했던 회사 3곳에 메일을 보냈다. 첫 번째는 지난번 글에 적었다 못 찾은 shopwithme. (Retail 분야). 두 번째는 인터랙티브 기술로는 15년째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oblong. 여기 CEO가 TED에서 보여준 스피치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아래 링크 공유하고, 밑에 subtitle 한국으로 바꾸면 자막과 함께 볼 수 있다. http://www.ted.com/talks/john_underkoffler_drive_3d_data_with_a_gesture (Work space 분야)

마지막으로 메일을 보낸 게 이쪽 분야에 일하면 거의 대부분 알고 있고, 알아야 하는 Moment Factory 다. 우리랑은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Convergence Digital IT Event 쪽으로 업계 글로벌 탑인 업체다. 평소에 영감을 많이 받아왔고, 이들의 아이디어와 기술에 매번 놀란다. 그들과 뭔가를 꼭 해야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가서 그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모멘트 팩토리에게 이메일을 썼다. (Entertainment 분야)

LAX 공항 Art Media Wall (Moment Factory)

위 세 개 업체 중에 답이 온건 Oblong과 Moment Factory 였다. shopwithme는 진심 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_-) 보통 웹사이트의 Contact을 통해서 메일을 보내면 답이 잘 안 온다. 그런데 다행히도 만나자고 해준건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이지 않을까 싶다. 아시아에서 선진국인 한국, 싱가포르, 중국에서 성공한 업체, 그리고 너네와 함께 아시아 마켓을 같이 공략하고 싶다는 이메일. 대략 이 정도면 그냥 한 시간 정도는 투자할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미팅은 월요일에 진행이 됐다. 화요일에 라스베이거스에 가야 해서 월요일에 다 몰아넣었다. 전날 리서치를 마치고 밤이 되니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가서 잘 미팅을 마칠 수 있을까.. 싱가포르에서 배운 저질 영어가 여기서 먹힐까? 그들의 말을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있다던데 괜찮을까? 등등 갑자기 짧은 순간에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결국 시차도 적응 못하고 걱정도 되어 잠을 거의 못 잤다. 뭐 걱정보다는 시차 적응 때문이 더 컸지만, 어쨌든 생각도 많은 밤이었다. 그리고 오전 11시에 드디어 Oblong 회사로 찾아갔다. 

Oblong  회사 건물 (사무실은 뒤쪽)

근데 정말 나도 재밌는 게 딱 사무실 앞에 도착을 하니 긴장이 하나도 안됐다. 뭐 어차피 싱가포르에서 했던 거와 생각해보면 별반 차이도 없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한건 아니고 그냥 문을 열려고 하니 내 몸이 반응한 느낌? 싱가포르에서도 많은 유러피안들 미국인들을 만났는데 장소만 그들의 홈그라운드일뿐.

Oblong 사무실 문을 열려고 하자, 어떤 근육질의 대머리 남자가 누굴 찾아왔냐고 묻길래 Claire Miller와 미팅 스케줄이 있다고 하니 웃으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Claire는 키가 매우 컸고 백인 여자였다. 뭐 거기 사무실 사람 전부 백인이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서로의 회사 얘기를 하고 Oblong 데모 룸에서 그들의 메인 솔루션인 Mezzanine을 시연했다. 간단히 말하면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했고, 그들의 인터랙티브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파워포인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원격으로 사무실 간에 회의와 협업이 가능하고 한 공간 안에서 리모트 컨트롤을 이용해서 바로 수정과 편집 등이 가능했다. 어떻게 보면 그냥 기술적인 측면으로만 따졌을 때는 팀뷰어 같은 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실제로 New York에 있는 oblong 지사와 Mezzanine을 이용해 원격 회의를 해보고,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니 완전 미래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설명을 듣고 처음 시도해보는데 정말 쉽고 재밌었음.
Oblong New York 지사와 회의 중

Mezzanine은 굉장히 flexible 한 것이 어떤 PC나 모바일 태블릿에서도 서로 연결이 되고 이 화면들을 랙없이 아주 자유롭게 대화면에서 표출하고, 원격으로 서로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수정이 가능하다. 미팅을 하면서 이 솔루션을 우리 한국 본사, 싱가포르 지사, 중국 베트비스 사무실. 이렇게 3 곳에 설치하면 우리도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재밌고 능동적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각 나라의 클라이언트들에게 직접 데모가 가능하고 바로 reselling을 하여 서로에게 win-win 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미팅에 참여했던 Oblong CRO (Cheif Revenue Officer)인 Michael Brown 이 아시아 마켓이 관심이 커서 파트너십에 관해 얘기해보자고 해서 이번 주 라스베이거스 전시회를 마치고 다시 LA로 돌아가 금요일에 미팅을 할 예정이다. 참고로 TED에도 나왔지만 여기 CEO John Underkoffler는 MIT 출신으로 개발자 출신이라 아직도 본인이 연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는 마이너리티리포트 같은 장갑을 쓰고 인터랙션을 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영화에 적용 중이라고 한다. 그렇게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데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아 미국 와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

 하지만 미팅을 마치자 벌써 1시가 되었다. 2시에 Moment Factory 미팅인데...ㅜㅜ. 내 착한 친구는 나를 태우고 바람과 같이 다음 미팅 장소로 향했다. 점심 먹을 시간은 없어 그냥 바로 사무실로 들어갔다.

Moment Factory LA office

난 처음에 내 친구가 길을 잘못 든 줄 알았다. 완전 주택가 한복판에 사무실이 있었다. 여기 맞냐고 여러 번 물어봤는데 주소 정확하다고 해서 들어갔다. 완전 일반 가정집을 사무실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Andy Merkin과 약속을 잡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사무실에 혼자 있었다. 반갑게 나를 반겨주더군. 네가 Junho냐며.. 솔직히 말하면 아주 약간 실망했다. 그들의 making film을 보면서 그들의 일하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어 했는데, 그건 거의 몬트리올 본사에서 하는거 였었다. LA 사무실은 가정집을 개조해서 그런지 작고 아담했다. 직원도 3~4명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정집을 개조하고, 오픈 스페이스로 꾸민 모습에 아 여기서 일하면 막 크레이티브 해지겠는데 라는 생각은 들었다. 또 반면에 여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얘들 이렇게 일하고도 돈 많이 벌어가나. 너무 애들이 여유가 넘쳐..라는 생각은 미팅을 하면서도 수십 번 했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서 난 우리 회사 소개를 먼저 했고, 아시아에서 인터랙티브 디지털 사이니지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우리 클라이언트들이 너네의 Art적인 Contents를 좋아한다.라는 형태로 미팅을 시작했다. 실제로도 창이공항이나 캐피탈랜드에서 Moment Factory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도 아냐고도 물어보고. 근데 미팅을 하다 보니 이미 Moment Factory가 창이공항에 조만간 LAX에서 했던 것 같은 버전을 곧 오픈할 거라고 한다. 창이공항 이시키들 얘기도 안 해주고... 참고로 LAX프로젝트는 3년간 6M USD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오히려 조금 적었다. Social Tree도 그거에 버금가는 규모였는데... 우리 계약 금액은 훨 적지만 메인 계약자가 마진을 그에 버금가게 붙였다. 어쨌든 Moment Factory 역시 쟈기네들의 레퍼런스를 소개해주고, 쟈기네들은 1M USD 이상의 프로젝트만 주로 하고, 전부 커스터마이징 프로젝트만 한다고 했다. Standard Solution은 없어서 매우 Flexible 하다고 한다. 다만 Conceptual을 잡는 것도 돈을 받고 한다고 했다. 그만큼 자기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러면서도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고, 한국 신세계 동대구에도 Moment Factory는 Art Media Wall을 그리고 우리는 그 외 Interactive digital signage를 했으니 추후 한국, 싱가포르, 중국에 설치나 유지보수 등에서도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될 요소가 있겠다고 했다. 

Moment Factory LA 사무실 
Andy Merkin PT 중

그렇게 미팅을 마치니 막막 너무 피곤했다. 아 겁내 하루 종일 자고 싶어 자고 싶어.. 하다가 그래도 배고파서 멕시칸 식 데리야끼 덮밥을 먹었다. 내 친구가 건설 쪽 일을 하는데 비벌리힐즈에 공사하는 곳에 잠깐 뭐 좀 두고 가야 한다고 해서 같이 따라갔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에 허망함마저 느껴졌다.

이게 말로만 듣던 비벌리힐즈 저택. 5층 규모에 수영장, 영화관, 바, 사무실, 회의실, 수영장, 접대실, 바비큐 공간 등 정말 어마어마했다. 근데 이것도 비벌리힐즈에서는 최고급은 아니라고 그랬다. 이 정도면 한 100억 정도 한다고. 조금 더 올라가면 250억짜리 집 있다고.. 뭔가 오늘 겁내 열심히 미팅하고 힘든 중에도 보람이 있었는데, 이걸 보니 정말 인생사 난 정말 얘들에 비하면 개미구나 개미. 그것도 일개미.

 그렇게 잠깐 생각을 하고 허세샷 한 장 찍어주고, 돌아갔다. 오늘 딱 하루에 정말 미국의 많은 부분을 본 것 같았다. 그들의 비즈니스 사회, 선진 기술 그리고 압도적인 부자들. 뭐 생각의 정리가 아직도 다 된 건 아니지만 한 가지 생각은 확실히 들었다.

우물 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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