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기 5탄
이번 출장 때 미국에 처음 도착해서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친구가 진담반 농담반으로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백인이어야 해~ 그래서 난 콧방귀 뀌며 그건 여기서 자란 애들이야 그렇고 난 무식해서 그런 거 모르겠다. 그랬더니 길거리에 지나가는 UCLA 모자를 쓴 백인 여자를 보며 쟤 어때? UCLA 모자 쓴 백인 여대생. 있어 보이지 않냐? 그래서 "응 이쁘고 공부도 잘하네." 자 그럼 이제 여기서 동양인이 저 모자 쓰고 지나간다고 생각해바. "음.. 뭔가 느낌이 확 다른데?ㅎ"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그 친구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조금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라스베이거스 전시회에 와서 한창 전시를 보고 마지막에 참여한 사람들끼리 가지는 Dinner Network session과 Award Ceremony 행사가 있었다. 나도 이왕 여기 온 거 네트워크 좀 만들어 볼까 해서 행사 장소로 향했다.
르네상스 호텔 수영장에서 파티 형태로 세션이 진행이 됐다. 일단 난 별생각 없이 거기 준비되어 있는 음식을 먹고 술도 한잔 했는데.. 뭔가 너무 뻘쭘했다. 다들 쟈기네들끼리 왔고, 90프로 이상은 백인이었고 그들은 그들끼리의 대화에 빠져있었다. 혼자 온 백인들도 굉장히 쉽게 다른 사람들과 조인하는 모습을 봤다. 내가 그런 능력이 부족한 건지 난 정말 뭔가 굉장히 다가가기 쉽지가 않았다. 아무 연식도 없는 친구들한테 나 아시아에서 온 디지털 사이니지 업체 준호야. 우리 얘기 좀 하자. 이런 말을 선뜻 먼저 하는 게 어려웠다... 나만의 자격지심인가.. 싱가포르에서도 이런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는 전혀 어렵지가 않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선 뭔가 보이지 않는 차별? 난 키도 겁내 큰데(?) 난 안중에도 없는 듯한 그들의 시선과 태도. 20분 정도 거기에 혼자 뻘쭘하게 있자 더 이상 혼자 서있기가 힘들었다. 바람 좀 쐴 겸 잠깐 호텔 밖으로 나왔다. 나왔더니 밖에서 아까 전시장에서 본 중국애들끼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도 그 옆에 잠깐 앉았는데.. 뭘까.. 굉장한 패배감이 몰려왔다. 내가 아까 중국 애들 부스를 보고 와 정말 허접스럽게도 만들어놨네. 저러니 무시당하지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들과 Main stage가 아닌 밖에서 이렇게 같이 앉아있으니 너무 화가 났다. '씨x 내가 이러려고 여기 온 게 아닌데.' 그렇게 혼자 곱씹다가 생각을 바꿨다. '그래 뭐가 됐든 그들이 날 투명인간 취급하든 말든 들어가서 2시간 동안 뼈겨보자.' 그렇게 마음먹고 딱 들어가서 일단 Bar에 갔다. 어차피 술 무한대 공짜니, 일단 취하자!. 그럼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ㅋ. 그래서 일단 세병 연달아 들이켰다. 그러고 이제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려고 걸었다. 근데 중국인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허허.. 그래 첫걸음은 쉽게 가자. 그 중국인하고 서로의 솔루션에 대해서 좀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가고 바로 Award Ceremony 가 시작이 되어 바로 옆에 Grand ballroom으로 자리를 옮겼다. Grand ballroom에서는 원형 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내가 앉은 테이블엔 3명의 백인들이 있었다. 이때쯤 되니 나도 좀 취했고, 그들과 행사를 보며 대화를 많이 했다. 근데 결국 알고 보니 그들도 유럽의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런던 출신이었다. 즉 미국인 아닌 이방인들끼리 수다를 떨었다. ㅎ
Award는 여러 분야에 걸쳐서 시상을 했는데 그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평소에 리서치를 하며 봐왔던 office wall에서 폭포수가 떨어지는 그 솔루션이 2관왕에 올랐다. 우리 직원들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솔루션.
Sales Force에서 만든 이 작품이 수상을 하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하면서 환호해주었다. 훌륭한 작품에 훌륭한 영상미, 이 두 가지가 갖춰져서 전 세계인들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준 이 작품에 나도 기꺼이 박수를 쳐줬다. 우리 회사 제품도 Social Tree 나 Hopson Tree도 사실 훌륭한 작품이라 여기서도 충분히 사람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번엔 우리도 도전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현지인들과 그리고 세계인들과 소통을 여기서만 한건 아니었다. 여기 DSE의 백미는 사실 Keynote speech와 Forum이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토론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내가 이번 출장 중에 가장 값진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CIVIQ에서 발표한 Preparing for a $1.4 Trillion Market. "How Smart Cities and IoT are Changing the Future of Digital Signage" 이 세션은 우리가 지금 싱가포르에서 하고 있는 Smart Nation 프로젝트와 굉장히 비슷했다. Wayfinding, City guide, Mobile integration, Selfi photo 등등. 세션을 마치고 Q&A 시간에 나도 질문을 한 게 그럼 여기서 생기는 Data들은 전부 도시 소유입니까 아니면 CIVIQ도 사용할 수 있습니까? 그 질문에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 우리는 애초에 계약할 때 Data 소유권을 양쪽 다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면서 그 정보를 다른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런 계약이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될까란 의구심은 들었다.
우리도 현재 중국에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해서 디지털 사이니지로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친구도 자기네 플레이어를 사용하면 얼굴인식도 되고 자동차 인식도 되고 Traffic zone 분석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부족했던 퍼포먼스도 이 친구 말로는 좋다고 하니, 굉장히 한번 사용해 보고 싶었다.
그 외에도 HTML5를 활용해서 Contents 제작 방법과 Wayfinding 제작 방법 등도 상세히 설명해주는 세션도 있었다.
(HTML5 및 Digital Singae contents 제작 방법론 및 전략 세션)
이 외에도 흥미로운 세션들이 많은데, 시간대도 겹치고 다 듣지 못해서 아쉬웠다. 이렇게 난 이번 출장 중에 백인들의 사회에서 그들과 소통하며 싸우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Dinner network session 에 이 악물고 2시간 버틴 건 제 나름대로 굉장히 힘들면서도 뿌듯한 시간이었고, 많은 Keynote speech와 forum은 제가 가지고 있는 이 분야의 스펙트럼을 많이 넓혀줬습니다. 제 친구 말대로 분명 백인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섭다고 그 속에 안 뛰어들면 극복할 기회조차 포기하는 게 되겠죠.
무식하게 치고 들어가는 게, 가끔은 가장 좋은 비즈니스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