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ho Apr 07. 2017

절대 실패하지 마라

미국 진출기 6탄

이번 미국 출장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DSE를 마치고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는 날 Dust Storm 경보가 울렸다. 엄청난 먼지 폭풍에 정말 몸이 날아갈 것 같았다. 택시를 겨우 타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내 눈에 들어온 건 역시 리서치하면서 많이 봤었던 공항 미디어폴과 Wayfinding 솔루션.

실제로 보니 Wayfinding은 뭐 그냥 그랬고, 미디어폴도 사진보다는 굉장히 투박했다. 다만 게이트마다 다 설치가 되어 있어 멀리서 보니 탕탕탕 서 있는 게 멋있어 보이긴 했다. 뭐 사실 더 이상 살을 덧붙일 것도 없을 것 같다. 딱 이 정도. 그리고 다음날 다운타운 쪽에서 미팅이 있어서 친구 집으로 안 가고 공항 근처 호텔로 잡았다. 시간도 늦긴도 했고. 구글에서 보니깐 15분이면 걸어서 간다고 해서, 그냥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짐 끌고 걸어갔다. 근데... 아 정말 길도 너무 험난했고, 공항 길이라 사람들도 없고 바람도 불고 뭔가 매우 힘들었다. 그리고 15분은 커녕 30분을 가야 호텔이 나왔다.

Four Points Sheraton Hotel

정말 정말 배고팠고, 라면이 그것도 신라면이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이때가 밤 10시 30분. 근데 주위를 둘러봐도 편의점은 없었고, 딱 하나 있었던 게 Burger King...ㅜㅜ 호텔에 들어가 봤자 지금 시간에 식당도 열었을 것 같지 않고 이 정도 퀄리티의 호텔에서 룸서비스야 만무하고 그냥 어쩔 수 없이 체크인하기 전에 길 건너에 유일하게 있던 버거킹에 갔다. 

와퍼 베이컨 Meal

난 평소에 정말 버거킹을 좋아하는데, 이 날만큼은 정말 먹기 싫었다. 정말 너무 배고파서 억지로 먹었음. 미국 와서 너무 햄버거, 타코 등등의 혼자 먹기 편한 음식들을 먹다 보니 이제 징글징글했지만 그래도 살겠다고..-_- 먹었다. 

다음날 아침 우버 Pool을 불러서 미팅 장소에 갔다. 우버 Pool은 처음 써봤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태워서 우버 X보다 싸게 갈 수 있는 건데, 날 먼저 내려줘서 그런가 값도 싸고 시간도 빨리 오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만, 요즘 우버도 팁을 줘야 한다고 해서 또 팁을 줬는데.. 정말 미국 와서 팁비만 엄청 나가는 것 같다. 팁 문화 적응 안돼~~~~ 미팅은 매우 순조로웠다. Oblong은 Workspace tool로서는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업체다. 스티븐 스필버그와도 같이 작업 중인 게 있을 정도로. 그들도 아시아 시장을 원했고, 우리도 Something new가 필요했고, 둘이 필요할 때 잘 만난 것 같았다. 파트너십 얘기를 순조롭게 마치고, 미국에서의 모든 official 한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미팅을 마치고 친구랑 코리아타운에 가서 불고기를 먹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불고기와 동치미 국수

무엇보다 불고기와 함께 먹는 동치미 국수는 정말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모든 기름진 음식들과 밀가루들을 싸악~ 치워버리는 느낌이었다. 정말 내 친구 노인호는 나의 은인이다 ㅋ. 그리고 친구가 내 친척 형님네로 데려다줬다. 내 친척 형님은 우리 가족 중에 나의 롤모델이시다. 혼자서 아무것도 없는 無의 상태에서 30살에 사업에 뛰어들어, 현재는 한국, 중국, 유럽, 아시아, 미국 등에 지사와 공장을 설립하고 Inductor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강성 중견기업의 회장님이시다. 삼성과 LG 거의 모든 핸드폰에서 이 기업의 Inductor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인 내가 형님에게 조언도 구할 겸, 형님 집으로 찾아갔다. 형님과 형수님이 반갑게 날 맞이해주셨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형님에 미국 오피스로 같이 갔다. 형님이 자료 등 챙겨 가라고 해서 챙겨서 미국 법인장님과 직원 한 분을 만나 그 자리에서 우리 회사 소개를 했다. 얼마 만에 한국말로 회사 설명을 하는지, 마음이 너무 편했다. 게다가 미국 법인장님 background 마저 IT라 우리 사업분야에 대해서 금방 이해를 하셨다. 그렇게 설명을 마치고,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격려도 해주시고 기회가 생기면 같이 해볼 수도 있겠다고 하셔서 말씀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형님과 미국 법인장님과 여직원 한분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도 역시 내가 미국 와서 먹고 싶어 했던 일식! 사시미와 스시와 함께 넷이서 맥주와 소주를 기울였다. 형님과 술 한잔 기울이며,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형님이 내게 "준호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 따위 믿지마. 절대 실패하지 마라." 짧고 굵은 임팩트였다. 취한 상태인 나를 깨워주는 한마디. 오래 사업을 해오시면서 겪고 쌓이신 수많은 노하우와 경험 등이 아주 응축돼서 내게 저 한 문장으로 해주신 것 같았다.  물론 난 어렸을 때부터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패란 것을 많이 해봤고 여자 저차 여기까지 왔지만, 사업의 실패는 또 다른 얘기 같다. 내가 저 말씀을 100프로 이해하려면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내게 동기부여가 되는 말씀이셔서 깊이 새기는 중이다. 그리고 그 말을 새기고 그다음부터는 많이 취한 것 같다..-_-;;

다음 날 정신을 차리고 집을 둘러보니 정말 궁궐이었다. ㅎㅎ 성공하면 이런 집에서 살 수 있구나. 절대 실패하면 안 되겠는데 ㅎ 라는 혼자만의 농을 하면서 비행기 시간 때문에 아침부터 우버를 타고 LAX 공항에 왔다. 수속을 마치고 들어간 LAX 공항에는 Las Vegas 공항과는 비교도 안 되는 내가 미국 일정 첫날 미팅을 한 Moment Factory의 작품들이 한눈에 경이롭게 들어왔다.

Art Media Pole
Real Time FIDS Board
Art Media Wall 
Interactive Media Pole

정말 그냥 멍 때리고 계속 봤다. 한 30분 정도.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콘텐츠도 무궁무진하고 그것을 만든 작가정신이 팍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 멈출 수가 없었다. 

고래 콘텐츠 영상

한참을 들여다보다 이젠 또 하드웨어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궁금해서 가까이 갔다. 미디어 폴 같은 경우는 뒷면 전체가 다 숨구멍이었다. 팬을 많이 틀어서 그 부하를 줄이는 작업을 착실하게 했다. 뒷면은 디자인보다는 안정도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미디어 폴 같은 경우는 밑에 부분도 아크릴로 덧 씌어서 그 안에서 화면이 보이게 하여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는 효과를 냈다. 다만, 한 가지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은 바로 인터랙티브 미디어폴.

이 부분인 센서인 것 같은데 처음 본다.

난 당연히 Approaching sensor를 활용했을 것 같았는데, 이건 도무지 뭔지 모르겠더라. 어쨌든 이런 새로운 기술을 통해서 한 것 같은데, 효과는 뭐 내가 기존에 써왔던 거와 비교했을 때 막 뛰어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렇게 미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재밌는 거리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미국 출장을 마친 것 같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미국 출장은 마무리됐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무려 13시간이나 걸렸지만, 비행기 안에서도 책 보고 미국 출장 정리하느라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물론 영화도 한편 봤다 ㅎ. 그렇게 한국에 도착하니 토끼 같은 자식들과 사랑하는 아내가 공항에 마중을 나와줬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또 한 번 생각이 들었다.

실패하고 싶지 않다.

* 이때 든 '실패하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은 꼭 비즈니스만을 두고 한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인사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