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ho Apr 23. 2017

손님은 왕인가?

싱가포르 진출기 9탄

싱가포르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출장으로만 몇 번이나 간지 셈이 안될 정도로 최소한 50번 이상은 방문을 했던 것 같다. 먼 타지 땅으로 간다고 해도 나는 그들의 손님은 아니었다. 당연히 우리 제품을 팔려고 간 거니, 그건 당연했다. 다만, 멀리서 왔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잡는 미팅보다는 그들이 더 진중하게 만나줬으며 중요한 일도 그 자리에서 결정이 되는 일이 많은 장점은 있었다. 오늘 글은 내가 싱가포르에 간 얘기보다는, 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의 손님 대접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 그동안 여러 손님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그들을 대접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일화를 소개해야겠다.

1) 필리핀 Ayala 그룹 방문 (2013년 12월) - 손님을 왕으로 대했을 때.

우리가 필리핀 MRT관련 비즈니스를 할 때 Ayala란 그룹이 연결이 되어 우리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Ayala는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real estate 회사다. 그 당시 한화에서도 Ayala를 초대하기 위해 애를 썼었는데 잘 안됐다고 하면서 그 비결에 대해 물어봤었다. 뭐 내가 필리핀 MRT 사업 담당자가 아니었지만, 내가 듣기로는 우리가 거래하고 있던 현지 업체와 Ayala 그룹 멤버 중에 connection이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그들이 겨울에 왔었는데, 필리핀은 겨울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위해 코트까지 따로 구입해서 공항에 마중을 나갔다. 차 또한 허술하게 안보이기 위해 렌터카로 K9급 두 대를 끌고 나갔던 것 같다. 우리는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대접한 것 같다. 딱 1박 2일 있었지만 첫날 식사며 술이며 디테일한 부분에서 까지 왕 떠받듯 했다. 

둘째 날 레퍼런스 소개를 하고 사무실에서 피티까지 예행연습도 여러 번 해가며, 마무리까지 온 정성을 다했다. 그들도 돌아가며 우리의 노력에 감동했고, 정말 서로 뭔가 결실을 맺으면 좋겠다고 하며 돌아갔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것도 이뤄진 것은 없었다. 그냥 우린 필리핀 비즈니스에 손댔다가 본전도 못 찾고 MRT건 Ayala건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내가 담당자는 아니었지만 정말 필리핀 사업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담당자에게 듣는 얘기만 모아도 몇 페이지 분량의 글은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비즈니스적인 리스크도 엄청 크지만 개인 신변도 참 안전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손님을 왕으로 대한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이 방식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건 정말 답이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비즈니스가 잘되고 안되고는 하나의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닌 여러 상황과 예상치 못했던 이유들이 복합화돼서 나오는 현상이니.. 하지만 이 예시를 든 건 난 개인적으로 다음 이야기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2) 싱가포르 CMC 그룹 방문 (2016년 11월) - 손님을 친구로 대했을 때.

3년이 지나고 CMC란 싱가포르 상장 그룹이 우리 회사에 MOU와 투자를 위해 방문을 했었다. 이들과는 싱가포르에서 아주 잠깐 만난 적이 있어서 초면은 아니었다. 그리고 성격들이 좀 유쾌해서 나도 그들을 왕처럼 대하기보다는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대했던 것 같다.

MOU 협약식 @COEX

첫날 MOU 협약식을 체결하고, 시간이 남아 그들과 무엇을 할까 하다가 삼청동에 갔다. 뭔가 계획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즉흥적으로 갔다. 그리고 아무 한복집이나 들어가서 한복체험을 하기로 했다. 어찌 보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왔을 때 하기 가장 무난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정말 색다른 체험이었다. 한복을 입고 창덕궁을 돌아다닌 적도 없었는데, 각자 이쁜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니, CMC 친구들도 정말 좋아했다. 그러다가 뭔가 간단한 영상을 찍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CMC 친구들 보고, 영화찍자고 꼬셔서 막 이것저것 시켰다. 그들도 흔쾌히 웃으면서 응해줘서 아래와 같은 정말 기억에 남는 영상이 탄생했다.

Love Story 영상
Funniest Story 영상

CMC 친구들은 물론 지금까지 다녔던 비즈니스 트립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출장이었다며 매우 좋아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나도 이들과 함께 하면서 너무 재밌었고, 기억에 가장 남는 손님 대접이었던 것 같다. 내가 그들을 만약 왕으로 대했다면, 절대 이런 연출과 영상은 나오지도 않았을뿐더러, 이런 걸 하려고 생각이나 했었을까 싶다. 결과는 아직도 이들과 추가 투자 관련하며 협의 중이다. 내가 싱가포르에 출장을 갈 일이 있으면 발 뻗고 없는 시간도 빼주면서 같이 식사는 꼭 하자고 한다.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것이 세일즈면에서 더 좋을지는 답은 없지만, 최소한 사람과의 관계면에서는 손님 대접은 친구처럼 하는 것이 서로 격도 없어지고, 더 쉽게 친해지는 것 같다. 그걸 통해 더 창의적인 콘텐츠도 만들어지는 것 같다.

격식 차리는 왕보단, 편한 거지 친구가 좋다.
비즈니스도 똑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절대 실패하지 마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