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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ho May 15. 2017

최적의 업무 공간

싱가포르 진출기 10탄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이번 글은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독서공간이자 업무공간은 어디인지 알려드리고 싶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바로 비행기입니다. 

비행기는 최적의 독서 공간이다.

해외 출장을 가고 오면서 영화만(!) 보는 건 정말 그 귀중한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이다. 또 비즈니스 하는 사람 중에 미혼자도 있겠지만 기혼이 더 많다고 생각이 든다. 그럼 회사를 갔다가 집에 오면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고, 또 배우자에게도 어느 정도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자기 계발할 시간은 정말 얼마 없다. 또한 한다 해도 집중도 잘 안된다. 하지만 비행기는 다르다. (제 브런치는 지극히 해외 비즈니스를 위한 브런치이기 때문에 이 논리가 성립이 된다는 것도 참고 바랍니다.) 비행기는 보통 뜨기 전에 핸드폰을 비행모드로 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확 줄어든다. 기껏해야 보유 음악 듣는 거나 로컬 게임 정도다. 바로 그때 책을 꺼내서 읽으면 효과적이다. 그리고 피곤할 때도 책을 읽으면 잠이 아주 잘 온다. ㅎㅎ 여러 방면에서 비행기가 뜨면서 책을 읽는 건 좋다. 그리고 얼마 지나서 않아서 대게 비행기에서 바로 밥을 줍니다. 밥을 먹을 때는 책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비행기 스크린에서 제공해주는 영화를 보는 게 효과적이다. 6시간 이상의 비행에서는 책만 6시간 내내 읽으면 집중도 면에서 쳐질 수도 있으니, 영화 한 편 보는 것 정도는 문화생활 겸해서 괜찮다. 영화 한 편이 보통 100분이니 조금 쉬어주는 것도 좋다. 특히 미주 출장 때는 영화 한 편 정도는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고 문화생활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면 비행기 조명이 어두워져 있을 것이다. 그 신호가 바로 '지금부터 너만의 시간이다'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직장인들이 업무공간 외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지하철 역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비행기 조명만큼의 집중도는 못주는 것 같다. 비행기는 그 어느 공간보다 최고의 집중력을 선사해준다. 거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이동이 불가하다. 어두컴컴한 비행기 안. 나만의 조명 버튼을 누르면 말 그대로 예전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그 분위기가 된다. 그리고 밖에 나가 놀고 싶어도 나가 놀 수 없는 하늘 위의 나만의 고요한 시간이다.

 둘째는 인터넷이 안된다. 아시겠지만 비행기에선 인터넷이 안된다. (물론 최근에는 돈 내고도 쓸 수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런 비용까지 내면서 인터넷 덕후가 되진 말자..) 인터넷이 안돼서 집중도가 올라간다는 건 굳이 길게 설명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므로 독서실보다도 더 집중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난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내 자기계발 그리고 내 아이디어의 7할은 비행기에서 했다. 지금 계산해보니 작년 한 해 동안 내가 비행기에서 읽은 책은 13권이나 된다. 참고로 작년에 하늘이 아닌 곳에서 읽은 책은 2권밖에 되지 않는다...ㅜㅜ 1년에 15권의 독서량이 절대 많지 않은 양인건 알지만, 최소한 책을 멀리한 내게는 굉장히 많은 수치다.(-_-) 제안서와 피티 준비는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제안서는 땅에서 만들고 피티 준비는 하늘에서 한 것 같다. 물론 비행기에서 말을 할 때는 속삭이듯이 한다. 크게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실례니. 대신 Imagination을 많이 한다. 그 피티 상황을 상상하고 그때 이렇게 말을 해야지, 이런 동작을 해야지, 이런 표정을 지어야지. 이런 것들이 피티 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영어로 해야 하는 거라 많이 외워야 해서 Imagination은 외우는데 참 많은 도움이 된다.


 이왕 비행기 얘기가 나왔으니 해외 비즈니스를 하면서 비행기 관련 팁을 몇 가지만 소개하고 글을 마쳐야겠다. 

1)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둘 중에 되도록 주력 항공사를 만들어야 한다. Skyteam 과 Star alliance 둘 중 하나의 Gold 멤버가 되면, 전 세계 비즈니스 하면서 여러 Priority 혜택과 라운지를 들어갈 수 있다. 참고로 Star alliance가 Skyteam보다 제휴 관계사가 많아서 조금 더 유용하긴 하다. 등급이 많이 높으면 이코노미가 만석이면 비즈니스로 수시로 업그레이드 해준다. (업그레이드도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가 조금 더 관대하다.)

2) APEC 카드를 만들면 좋다. APEC에 등록한 국가(대부분 비즈니스가 활발히 이뤄지는 나라들이다)에 방문을 하면 비자도 필요 없고 Lane 도 Priority Lane으로 빠르게 Immigration을 할 수가 있다. 생각보다 정말 편하다.

3) 주로 복도석이 좋긴 하지만, 2~3시간 내의 비행시간이 걸리는 비행은 비행기 타기 전 볼일을 보면, 창가석이 비켜줄 염려도 없고 딱 집중해서 업무를 보고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창가로 아름다운 현지 도시 풍경도 덤으로 볼 수 있다. 허나 역시 4시간 이상의 비행은 같이 앉는 사람 눈치 보기 싫으니 복도석이 더 좋다.

4) 비행기 화장실에 칫솔이 있는데, 요즘에는 따로 치약도 필요 없이 칫솔에 자동으로 묻어있는 것이 있어서 편하다. 가끔 호텔에 칫솔이 없는데도 종종 있는데, 칫솔 치약 깜빡했으면 이런 거 좀 챙겨놓으면 해결 가능.(구두쇠 본능인 사람들에게 추천 ㅎ)

5) 비행기에서의 로맨스를 꿈꾸지 마라. 택도 없다. 영화 같은데 보면 젊은 남녀가 비행기에서 만나 대화하다가 친해지고 로맨스를 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현실에선 이런 일 일어날 확률 0.1프로는 될까? 비행사에서 젊은 남녀를 일부러 안 앉히나 의심이 들 정도로 난 단 한 번도 이쁜 여자가 내 옆에 앉은 적이 없다. 이쁜 여자는 고사하고 젊은 여자, 아줌마도 없다. 나이 든 아줌마는 몇 번 앉았지만 대부분 남자였다. 근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주위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의심이 간다. 젊은 남녀는 일부러 안 앉히나 보다. 혹여라도 앉는다면 그날 계탄날이다. (참고로 난 유부남으로 전혀 관심이 없음을 밝힌다..ㅎㅎ-_-v)


비행기에서의 몇 시간이 내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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