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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ho May 31. 2017

능력 밖 이야기

중국 진출기 4탄

가끔씩 나를 돌아볼 때가 있다. 비즈니스가 잘 될 때도 돌아보고 안될 때도 돌아보게 된다. 잘될 때는 충만한 자신감 속에 난 뭘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착각하고, 잘 안될 때는 난 원래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었나..라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요즘 중국 비즈니스를 돌아보고 있자면 후자의 느낌이 든다. 작년에 중국 국영기업인 바일리엔과 계약하고 홉슨 쪽에서도 추가 프로젝트 협의를 마치며 희망차게 2017년을 시작했었다. 그리고 올해 2월 말 Betvis와 MOU를 맺고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선언하고 바로 동방항공 대형 프로젝트 입찰 참여를 할 때만 해도 정말 모든 게 잘될 줄 알았다. "실패"란 단어는 최소한 올해만큼은 없을 줄 알았다.

BETVIS 와 MOU 협약식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싸드가 터졌다. 하지만 지난번 중국 글에도 썼듯이, 내가 맺어온 중국 파트너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는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 상관도 없다고 하였고, 프로젝트에 더 열을 올리며 진행이 됐다. 하지만, 그 담당자와의 관계가 곧 그 회사와의 관계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최종 결정권자는 어쨌든 서류만 보고 판단을 할 테니. 첫 번째로 무너진 것이 바일리엔. 올해 여러 쇼핑몰을 오픈하게 된다며, 많은 제안과 견적을 올초에 요청한 바일리엔은 알리바바와 O2O협약식을 맺으며 더 속도를 올렸는데, 갑자기 연락이 뜸해졌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니, 한참을 뜸 들이더니 바일리엔이 국영기업이다 보니 정치적인 이슈가 있어, 우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조금 영향을 주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 기다림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홉슨 역시 같은 이유다. 그리고 올 최대 프로젝트가 될 동방항공 최종 피티에도 난 참여를 못했다. 우리 파트너인 베트비스가 동방항공도 국영기업이니 본인들이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해서 제안서만 만들어주고 결국 한국에서 지켜만 봤다. 결과는 Sony에게 졌다. Sony는 총 견적액의 1/3 정도 되는 12억을 동방항공 비행기표로 받겠다고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버렸다. 듣도 보도 못한 전략이었는데, 그게 먹혔는지 동방항공은 Sony의 손을 들어줬다. 현장에 없었던 난 그저 파트너가 하는 얘기만 듣고 수용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었다. 피티 현장에서 베트비스가 잘했는지 IT적인 부분에 대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잘했는지 전혀 모르고 오로지 소니의 그 말도 안 되는 전략 때문에 진 것. 그거 하나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자잘한 중국 프로젝트도 남아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전략을 세워 위기를 기회로 삼고 뚫고 나가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난 중국말도 안 되고 중국 담당인 내 부사수에게만 커뮤니케이션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지극히 제한이 됐다.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내 능력 밖의 이야기를 굳이 내 이야기로 만들지 말자. 분명 기회는 오는데 지금 당장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내 에너지를 여기에 쏟지 말자. 오히려 내 능력을 발휘하고 더 뚫을 수 있는 동남아에 집중하자. 지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매출이 떨어진 상황에서 내가 쌓아온 경력과 노하우로 매출을 더 끓어 올리자. 그리고 다른 동남아 나라에 진출할 수 있는 포석을 깔자. 이게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이다. 

아시아가 어디 중국만 있더냐

그렇다고 중국 비즈니스를 포기한 건 절대 아니다. 반드시 성공하고 싶고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때가 아닐 때 억지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그 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 현재 나와 우리 회사의 벨류를 높여야 하지 않겠는가..

전략과 판단은 그 상황과 시기에 따라 변해야 한다. 살아 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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