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ho Jun 30. 2017

쓰러지지 않는 골리앗

한국 진출기 1탄

한국 비즈니스 관련 브런치 1탄을 어제 심사결과가 나온 코엑스 자유표시 구역 랜드마크 구축 사업에 관해서 작성을 하려고 한다. 사실 대역전극으로 수주한 신세계 프로젝트, 최초의 프로젝트였던 영등포 타임스스퀘어 등 신나게 작성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는데 미루다 보니 결국 이번에 참담한 실패를 맛 본 사업에 대해서 쓰게 됐다. 약 한 달간 밤낮없이 주말 없이 달려온 프로젝트가 있었다. 바로 작년 말 옥외광고 표시제한 구역이 풀리며, 강남구, 중구, 서초구가 경쟁하여 강남구 코엑스가 선정이 된 한국판 뉴욕 타임스스퀘어 랜드마크 프로젝트. 그리고 5월 강남구와 코엑스는 사업자 입찰 설명회를 진행했고, 그제 6월 28일 사업자 피티를 마쳤다. 관련 뉴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8&aid=0003862424)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어, 대기업 마더사를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 뛰었지만, 300억 규모의 전체 사업을 한 달 만에 승인하여 진행할만한 대기업은 많지 않았다. 결국 손을 잡아준 업체는 최근 잠실야구장 옥외광고로 수입을 많이 본 한국경제였다. 손을 잡고 준비한 시간은 정확히 2주. 우리의 경쟁 상대였던 CJ는 이미 입찰 설계까지 직접 만들고, 이 업계에서 코엑스 프로젝트는 CJ로 이미 선정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소문은 파다했다. 중앙일보와 JTBC가 컨소시엄을 하여 CJ의 유일한 대항마로 불렸지만, 그들 역시 입찰 막바지에 포기했다. 결국 남은 건 CJ가 전혀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던 한국경제, 엘토브, 인풍 컨소시엄이었다. 누가 봐도 상대가 안 되는 게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삼성과 함께 하기 위해 막판 총력을 기울이며, 조율을 했지만 입찰 제출 이틀전 결렬됐다. 피티 당일 앞에서 먼저 피티를 한 CJ가 발표를 마치고 문을 열고 나오자 함께 있었던 건 삼성이었다. 내부 사정이야 더 얘기하면 머리 아프고... 어쨌든 CJ + 삼성 조합. 이 둘은 절대 붙을 수 없는 조합이라 여겼는데 합치니.. 그 누가 이기랴..

절대 공조는 안할줄 알았단 이 두 기업이 힘을 합치면 누구 이길 수 있을까

이렇게 누가 봐도 상대도 안될 것 같은 싸움을 준비했다. 분명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거라 생각하고 준비하진 않았다. 2주간 내 직장생활 10년 동안 통틀어도 이렇게 집중하고, 열심히 했던 적은 없었다. 우리의 부족한 콘텐츠를 MBC와 MOU를 맺고 콘텐츠를 가지고 왔고, Kpop 기획사들과 만나 참여의향서를 받아내고 대한적십자사와도 만나 협업을 약속받았다. 그리고 미디어 랜드마크를 건설한 경험은 우리나라에서 싱가포르 소셜트리보다 더 나은 레퍼런스는 없다고 확신한다. 이번 입찰에서도 LAX의 Time Tower와 창이공항의 소셜트리가 롤모델로 선정이 됐을 만큼 우리가 구축한 글로벌 랜드마크 경험을 살려 대한민국 미디어 랜드마크 구축을 반드시 해보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그리고 그제 피티 당일이 됐다. 아침에 마지막 피티 연습을 마치고, 잠깐 말씀을 들여다 봤다.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 사무엘상 17장 45절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에서 난 이 말씀을 보며 돌팔매를 던져 정말 한번 쓰러뜨려 보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자신감이 충만해졌으며,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라 바로 연습을 했다. 오후 3시 피티 시간 장소로 갔지만 2시부터 시작된 CJ의 제안 발표는 3시 30분이 돼서야 끝났다. 들어가서 피티 세팅을 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심사위원들은 대략 15명이 들어왔다.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관계자, WTC, SM타운, 각 대학 교수님들이 자리에 배치에 되어 있었다. 긴장할 법도 했지만, 이상하리만치 긴장이 안됐다. 무조건 잘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확신했기 때문에 내 인생 피티가 될 거라고 자신하고 내 피시로 생전 처음으로 녹화를 진행했다. ㅎㅎ

(어차피 실주하였기에  여기있는 것들은 하나도 쓰여지지 못하기에 공개를 합니다.)

(오디오 녹음이 이상하게 됐다. ㅋ. 영상 해상도도 이제보니 좀 현장 상황과 안맞아 핀트가 조금 어긋났다. 그래도 난 최선의 최고의 피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위 영상을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난 정말 후회 없이 했다. 마지막에 많은 박수도 받으면서 정말 조금의 후회도 남기지 않고 피티를 마쳤다. 심사위원분들 중에 몇몇 분은 피티 제안 너무 잘 봤다고 칭찬까지 해주면서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두세 분 계셨다. 물론 빅데이터 관련 보안 이슈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공격적으로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매우 호의적이었다. 그렇게 피티를 마쳤다. 정말 후련했다. 그리고 이 정도 준비하고 이렇게 실수 한번 없이 오히려 연습 때보다 더 잘한 피티를 했으면, 평소 같았으면 이 제안 무조건 땄다는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이 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진 않았다. 당연히 상대가 상대인만큼 그랬을 거라 생각했다. 한 달간 너무 힘든 몸과 마음에 피티를 마치니 역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내 아내였다. 바로 신논현역으로 넘어가 아내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오랜만에 모든 짐을 벗어던지고 쉼을 가졌다. 아내를 만나 싱가포르에서 오랜만에 온 매제와 막걸리 한잔 기울이고, 잠수교로 가서 한강을 보며 라면 야식과 맥주를 땡겼다 ㅋ 캬~~그 기분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한강은 언제나 옳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발표가 4,5시경에 나온다고 했다. 발표날이 되자 곰곰이 되뇌어 봤다. 이길 수 있을까? 난 정말 골리앗에게 돌팔매를 정확히 맞춘 것 같은데.. 왜 쓰러지지 않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까?... 그래도 또 혹시 몰라 쓰러졌을지.. 이런 두 생각이 오고 가면서 시간은 흘렀고, 6시 40분.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이 지나서야 발표가 났다. 'CJ 가 우선 협상대상자로 결정됐습니다.' 뭐.. 그래..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더 강하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남들이 다 당연히 떨어지는 건데 등의 말을 하건말건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할지라도, 난 발표가 나기 직전까지 그래도 이길 수 있다는 집념.. 의지 뭐 그런 게 있었다. 판을 바꾸고 싶었다. 기적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안됐고, 난 소식을 듣자마자 그냥 짐을 싸고 퇴근을 했다. 

그렇다. 분명 후회는 남지 않는다. 하지만 Winner takes all 이란 옛날 맘마미아 노래 같이, 나에겐 남는 게 없었다. 분명 세 업체가 컨소시엄을 했지만, 준비부터 발표까지 우리가 그리고 내가 95프로 이상은 했다고 생각한다. 근데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하니 매우 허무했다. 내가 열심히 한걸 알기에 여기저기서 위로를 해줬다. 그중에서 장인어른이 어젯밤에 한말이 그나마 가장 위로가 됐다. "그래도 거기 있던 사람들에게 조.준.호 란 세 글자는 확실히 박았잖아." 난 자기애가 매우 강한 ㅎ 사람이기에 이런 말이 위로가 되더라..ㅎ. 글이 쓰다 보니 길어졌다. 마지막 멘트만 하고 마쳐야겠다. 내가 피티 때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예정되어 있지 않았는데 마지막 날에 추가해서 한말이 있다. 피티 때 솔직히 절반 이상은 화려하게 포장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 말만큼은 내 진심이었고, 그럴 작정이었다. 물론 안됐지만 이 말로 오늘 글을 마치려 한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제가 미디어 랜드마크 사업을 하면서 그것이 제게는 자부심이었고 애국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 쌓았던 경험과 기술과 노하우를 코엑스아티움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능력 밖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