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기 2탄
내 어렸을 적 취미는 소파에 누워 공상하기다. 정말 뭔가를 하다가 공상을 하는 것이 아니었고, 공상을 하기 위해 소파에 누워 준비자세를 취한 뒤 즐거운 마음으로 공상을 했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두 시간까지 혼자 공상하며 내 나름의 즐거움을 찾았다. 그때는 이런 행동들이 공부하는데 쓰잘데기 없는 짓이었기에 남들과 공유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난 성인이 됐고, 사회에 나오게 되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난 지금도 공상을 하곤 한다. 사회적 영웅이 되어보거나, 엄청난 비극과 슬픔을 상상해서 그 스토리까지 머리 속에 그려본다거나..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은 공상은 역시 성공이다. 내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공상을 정말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혼자 공상해보고 혼자 좋아했다. 그 방법 중에 하나는 역시 창업이었다.
창업도 못해본 내가 감히 오늘 창업에 대해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난 창업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파생되는 그 에너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우선 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창립멤버다. 그리고 아직도 회사에 대한 애정이 깊고, 비즈니스 확장에 대한 열망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그래서, 그러므로 나는 항상 창업을 꿈꾼다.
2013년 평범한 디지털 사이니지 업체였던 우리 회사에서 CMS를 활용하여 오프라인 사용자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이 됐다. 그리고 이 아이템은 무조건 된다는 확신이 생겨, 이거 가지고 창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혼자 설계를 마치자, 아직 이 시장에서 이 아이템을 아무런 자본과 인력 없이 창업아이템으로 가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 아래 우리 회사에 공개했다. 내부 설득 제안을 시작하여 따로 TF팀을 구성해서 2014년 초에 1차 버전 AIR 1.0을 완성했다. 그리고 때마침 싱가포르 캐피탈랜드에서 디지털 사이니지 통합관리시스템 CMS 텐더가 오픈이 돼서 나는 완성된 AIR 1.0을 선보였고, 호평 아래 우리는 아시아 최대 백화점 소유인 캐피탈랜드 디지털 사이니지 통합 관리시스템 계약을 체결했다. AIR 1.0은 초기 버전이라 버그와 불안정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바로 현업에서 부족한 점을 찾아 AIR 2.0으로 3분기에 업그레이드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신세계 백화점 통합 CMS 관리시스템 입찰이 나왔다. 이미 국내 경쟁사에서 입찰 문서를 다 만들어주고 작업을 마친 상태라 힘들게 들어가야 되나라는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AIR 2.0의 우수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실력만으로 본다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근데 그때 우리 둘째 길이가 태어날 때라 나 역시 준비를 많이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정말 미리 이것에 대해 준비하지 않았다면, 제안 자체도 들어가기 쉽지 않았었다. 1차 피티를 마쳤고, 반응은 좋았다. 2차 최종 결선 피티 때도 마치고 무조건 딴다고 생각했다. 정말 이거 떨어지면 나 한국 뜰 거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비리 많은 곳에서 비즈니스 하기 싫다고 주변에 얘기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행히 난 한국에 남을 수 있었다. 신세계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우리가 낙찰됐다고 공지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달 롯데도 같은 텐더가 떴고, 국내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내가 어쩔 수 없이 롯데 건도 연속적으로 피티를 했다. 물론 롯데도 이겼다. 2015년 한해에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캐피탈랜드, 신세계, 롯데를 따내는 승률 100프로를 기록하게 됐다. 그리고 2016년 우리 AIR는 국내 유일의 디자인 어워드인 it Design Award UI/UX 부문에서 SSG pay, 카카오, 코웨이, 홈플러스 등의 대기업 제품들과 경쟁해서 당당하게 대상을 차지했다.
내가 만약 2013년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지 않았다면, 우리 회사가 이런 큰 회사들과의 계약을 따낼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분명 그래도 따낼 수도 있었겠지만, 분명 그 길이 지금처럼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미리 준비를 했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낚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이후로도 난 인공지능 관련 창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어 이런저런 안을 내놓다가 또 아 그냥 회사에서 하자 (ㅋ) 그러고 현재 정부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이 프로젝트 이름은 HANI Project 다. (우리 딸아이 이름이 HANI 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니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장난감을 만들고 싶어 혼자 다양한 센서들을 이용해서 혼자 집에서 R&D를 한 적이 있다. 이 창업 아이템의 이름은 WAD Play 였다. (Wood + Analog+Digital)
이 창업 아이템은 최근 대형 랜드마크 프로젝트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흐지부지 됐다. 하지만 내가 직접 개발까지 손을 대었다 보니, 어떤 센서들이 있으며 이런 것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파악이 됐다. 분명 이것 역시 우리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이 든다. 이렇듯 난 언제나 창업을 꿈꾸며, 성공을 꿈꾸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것들을 실행을 해왔다. 아이디어를 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실행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을 해낼 때 비로소 남들과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분명 난 아직까지는 용기가 없어 창업을 못해봤다. 하지만 창업을 꿈꾸면 현재 보이지 않는 것들이 분명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것만이 아닌 우물 밖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난 대표부터 말단 사원까지 전부다 창업을 꿈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는 창업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