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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ho May 21. 2018

그로스 해킹 입문 - 성공과 실패

한국 진출기 4탄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 - 그로스 해킹

작년 3분기 정도에 인터넷에서 우연찮게 "Hacking Growth"에 대한 서적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말 한국어판이 나와 읽었는데 정말 감동했다. 2012년도에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책을 읽고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Hacking Growth" 또한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정도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과 기존 알고 있었지만 체계화되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 체계화가 될 정도로 강력 추천 도서가 되었다. 그리고 때마침 작년 12월에 나는 우리 회사의 신사업 분야 중에 하나였던 웨딩 플랫폼 사업을 조금 도와주기로 했다. 사업부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조언 정도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쩌다 보니 난 그 사업부의 그로스 해킹 리더가 되어 있었다. 

신사업 웨딩 O2O 플랫폼 - 해피스토어

해피스토어는 우리 회사의 강점인 현장에 설치되는 웨딩홀 Kiosk(Offline)와 신혼부부 전용 웹사이트(Online)를 갖춘 신혼부부 비즈니스 포맷을 갖췄다. 여기서 내가 적용한 그로스 해킹 프로세스는 총 4가지였다.


1. 듀오와의 협업

: 해피스토어는 웨딩홀 예약을 마친 신랑 신부만 들어올 수 있는 폐쇄몰이다. 그리고 매일 40~50여 명의 신혼부부들이 로그인을 하고 있다. 많지 않은 숫자지만, 웨딩홀에서 예약까지 마친 확실히 타겟팅이 되어 있는 진성 DB인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듀오는 결혼업계 1위 업체지만, 커플 매칭 이후의 결혼사업도 하고 있다. 여기서 그들은 이 진성 DB를 원했고, 우리는 그들의 풍부한 콘텐츠를 원했다. 우리의 목표는 3자 동의를 이끌어 내어 우리 DB를 듀오에게 주자였다. 총 3단계로 그로스 해킹 절차를 밟았다. 

1) 우선 기존의 문구를 살펴보았지만, 나한테 맞춤화 되어 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래서 문구 수정을 하기로 했다. 플리커가 "웹사이트에 사진을 저장하세요"에서 "웹사이트에 사진을 공유하세요"로 바꿔서 20프로 이상의 전환율 상승을 올렸듯이 우리도 감성적인 코드를 넣자. (아이디어 도출)

2) 그리고 통계를 보니 신랑, 신부들의 전환율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래서 신랑, 신부가 로그인할 때마다 다른 이미지와 다른 글귀 그리고 회원 이름을 명확히 넣어두자. (분석)

3) 각 부서마다 아이디어를 내어서 무기명으로 구글 투표 시스템을 통해 제일 좋은 아이디어 문구를 선별해서 적용시키자. (우선순위 결정)

신랑,신부마다 다른 글귀와 이미지가 3자동의를 위해 제공

(실험 결과) 그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디자인 변경 후 3자 동의 전환율이 22프로나 올랐다. 분명 그로스 해킹에서 강조했던, 문구 전환과 사용자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차별화되어 있는 마케팅을 하라고 했던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더니, 이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마케팅은 효과를 거뒀지만 듀오에서 원하는 신혼부부 DB들은 이제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DB였어서 웨딩일이 임박했던 우리 DB와는 어울리지 않아, 2달 만에 협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그로스 해킹 방식의 첫 시도가 첫 성공을 거뒀고, 그로 인해 우리 DB의 성격도 확실히 알게 되어 다음 Step으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 신혼부부 공동구매 쇼핑몰 준비
해피스토어에 오는 타겟층이 명확하다 보니 여기서 신혼부부들을 위한 쇼핑몰을 기획하기로 했다. 우선 우리 사이트에 들어오는 신혼부부들이 어떤 상품에 대한 구매의도가 있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설문조사는 고객의 참여와 기대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그로스 해킹 방법이었기 때문에 시행했다.

설문조사 후 통계 분석

설문조사 역시 3가지 형태의 실험을 해봤다. 

1) 회원가입 또는 로그인 회원들에게 상품 보기를 주고 선택해달라고 했다.

2) 신랑/신부 이름을 연동시켰고, 건너뛰기 버튼 크기를 줄이고 오른쪽 하단에서 왼쪽 상단으로 옮겼다.

3) 스타벅스 커피 증정 이벤트를 더했다.

위 3가지 실험에서 1차에서 2차로 넘어갈 때 4% 정도의 전환율이 올랐다. 그리고 2차에서 3차로 넘어갈 때 전환율이 7% 더 올랐다. 1차에서 3차까지 총 약 11% 정도의 전환율 상승효과를 봤다. 

두 번째 그로스 해킹 시도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자신감을 가지고 쇼핑몰을 오픈하기로 결심했다. 


3. 신혼부부 폐쇄형 쇼핑몰 오픈

해피스토어는 태생 자체가 폐쇄형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랑 신부들이 웨딩홀에서 예약을 해야만 들어와서 청첩장이나 영상, 축지 등을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 구조가 우리가 다른 사이트와 차별되는 점이고, 가격 경쟁력 역시 오픈되지 않기 때문에 더 좋은 가격으로 업주들이 우리에게 상품을 제공해줄 수 있겠다고 판단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그로스 해킹으로 전환율을 올려봐서 자신감을 가지고 쇼핑몰 오픈 계획을 그로스 해킹의 기반하에 만들었다.

1)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2) 참여한 사용자 중에 선정해서 기프티콘을 주고 3) 가장 많이 나온 상품을 활용해서 사전예약 이벤트를 진행하고 4) 그랜드 오프닝을 펑하고 터트려 주면 잘되겠지~라는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부푼 마음을 가지고 준비를 하나하나씩 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픈을 했는데, 상품 상세 페이지까지 가는 전환율 목표 20% -> 결제 전환율 목표 20% = 팝업에서 결제까지의 목표 5% 를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것도 처참히. 팝업에서 상세까지 가는 것은 목표를 초과한 36.8% 였다. 하지만 상세에서 결제까지 전환율은 당당히 0%를 달성했다. 즉 매출 제로였다. 와하하하하하~ 

-_-;; 뭐지 왜 결제를 안 하지? 정말 그 당시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Channel.io라는 협력업체의 제품을 사용해봤다. 솔직히 고객들이 많은 응답을 해오진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재미난 결과를 잡을 순 있었다.

채널을 활용한 고객과의 대화

위와 같이 고객과 채널을 활용해서 실시간 대화를 했는데, "피규어 공동 구매는 어떻게 진행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솔직히 황당했다. 공동구매 방식을 설명을 적어놨는데 모르겠다고?? 이건 사이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됐다. 바로 고객에게 이 사이트 결제 프로세스를 명확하고 쉽게 전달을 못한 것이다. 그러니 저런 질문을 하지. 그래서 실제로 콜 투 콜 전략을 썼다. 바로 웹사이트에서 공동구매에 대해 잘 설명을 못한다면 전화라도 해서 설명해보자. 그랬더니 드디어 첫 판매가 전화를 통해 이뤄졌다. 많이 팔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판매가 되었다는 게 신기했고, 정말 우리 사이트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이 됐다. 기존 쓸데없는 공동구매 제한 시간이나 제한 물량 등의 쓸데없는 디자인을 다 빼버렸다. 심지어 공동구매라는 말자체도 뺐다. 공동구매라는 말이 들어가는 순간 언제 어디서 얼마나 얼마를 이란 허들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무조건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 하자가 모토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또 다른 실험을 하게 된 것이다.


4. 포지셔닝과 타겟팅의 부재

비즈니스 현장은 책처럼 쉽게 되지만은 않았다. 특히 결제가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고객의 심리까지도 파악을 해야 하는데 통계분석 DB로만 감정을 분석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번의 실패를 딛고 심플하게 가고자 했지만, 조금 나아지긴 했어도 확 나아지지 못했다. 여전히 우리는 힘든 길을 걷고 있었다. 더 이상 책을 뒤져봐도 올바른 해답을 찾기가 힘들었다. 맨날 오프라인 디지털 사이니지 기획과 영업만 해오던 나에게 이커머스의 위기를 헤쳐 나올만한 그릇이 작았다. 그러던 중 가족 모임을 하다가 내가 맡은 파트 중에 하나였던 해피스토어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내 힘듦을 얘기했더니, 훌륭한 조언들이 나왔다. 내 아버지는 A대학교의 서비스 마케팅 쪽 교수시고 내 아내는 B2C 글로벌 기업의 이사였다. 옆에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그동안 조언을 못 받은 게 아쉬웠다. 두 사람은 우리 사이트를 한번 보더니 "타겟팅은 잘되어 있는데 포지셔닝이 엉망이다."라고 했다. 신랑 신부를 위한 타겟팅까진 좋았지만, 그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 못한 상품들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요즘 힙한 상품들이 없고 전부 아웃데이트 된 상품만 있으니 팔릴 리가 있나라는 거이다. 정말 완전 근본적인 문제였다. 마케팅 전문가가 아닌 내가 책으로만 공부하고 현장에 적용하고 성공하리라 기대했던 것들이 정말 한참 부족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봤을 때 그 상품들은 봐줄만했었는데, 외부의 시선에서 전문가들이 봤을 땐 별로였구나. 그냥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여전히 엘토브의 국내외 프로젝트 사업과 해피스토어 사업을 겸하고 있다. 해피스토어는 그 조언을 받아들여 현재 아이템을 전면적으로 리서치하고 적용 중에 있다. 금일 그 변화가 한번 일어났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로스 해킹이란 것에 대해서 조금은 배웠고 또한 현장과 책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도 깨달았다. 앞으로도 실험을 많이 해서 책으로 배운 그로스 해킹과 현장의 차이를 줄여 나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또 얼마 뒤에 그로스 해킹 후편을 작성해보려 한다. 이왕이면 성공한 케이스로. :)


그로스 해킹은 훌륭한 마케팅 방법이지만, 실제 현장은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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