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진출기 4탄
7월이 시작하자마자 LA를 휴가 겸 출장으로 10일을 다녀왔다. 다녀온 후 바로 한국 임원진 미팅이 있어 또 출장 겸 가족 여행겸 5일을 다녀왔다. 그리고 홍콩에 돌아오자마자 일 좀 할랬더니, 눈이 계속 아파오면서 두통이 너무 심하게 와 어쩔 수 없이 홍콩에서 처음으로 병원이란 데를 가보게 됐다. 다래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대상포진". 그냥 들어만 봤는데.. 내가 걸리다니.. 갑자기 병명을 들어서 그런지 더 아파졌다. 이번 주 화요일에 병원을 가고 그 이후 오늘 토요일까지 난 집 밖에도 못 나가고 누워있었다. 정말 너무 머리가 아파서 어떤 일도 할 수 없었고, 얼굴에 수포까지 생겨서 사람 마주치기도 싫었다. 그렇게 오늘 조금 정신을 차리게 되어 5일 만에 바깥공기를 마시러 아주 잠깐 걸으며 동네길을 산책했다. 그랬더니... 7월은 이미 없어져있었다..
홍콩은 지금 반정부 시위로 난리다.. 처음엔 막 응원만 하게 됐는데 점점 내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각 고객들의 마케팅 부서에서 사회가 불안정해서 모든 프로젝트를 스톱시켜버렸다. 그리고 몇 개 있는 것도 지금 내가 누워 있느라 다 손 놔버렸다. 오늘 정신을 차려서 메일함을 보니 처리할 이멜들이 몇 개 없었다. 슬픈 건가. 다행인 건가. 잠깐 고민했다. LA를 가기 전만 해도 모든 게 잘되고 있었는데.. 왜 한 달 만에 이리됐지..라고 되내어 보기도 했다. 몸이 아프니깐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됐다. 이러다 계속 일 없이 아프기만 한 거 아니야.. 내 얼굴에 수포는 안 없어지는 거 아냐.. 아프다는 핑계로 몇몇 관계들도 내버려뒀는데.. 빨리 수습해야 되는 거 아냐.. 등등..
아프고 힘들 때 뭐부터 해야 하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야 했다. 가족들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위로도 받고 관계도 회복을 할까.. 아니지.. 파트너들한테 연락을 돌려서 아팠었다고 잘 지냈냐고 연락을 할까.. 음.. 다 하기 싫었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일들은 또 내 감정을 소모하고 아직은 정상이 아닌 날 더 골치 아프게 할 것 같았다. 이런 관계적인 거 말고 눈앞에 일부터 하자. 이렇게 생각하니 맘이 놓였다. 눈앞에 놓여있는 일은 사실 하나밖에 없었다. 금주까지 고객에게 주기로 한 제안서를 아직도 못주고 있었다. 어려운 제안서이기도 했고 아파서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 토요일 점심을 먹고 지금까지 그 한 가지 일에만 몰두했다. 오랜만에 일했는데 생각보다 손과 머리가 잘 따라와 줘서 저녁 먹고 난 뒤 8시쯤 제안서를 마쳤다. 그랬더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 나 이런 거 하는 사람이었지.. 하면서 그 담 할 일이 생각났다. 이 제안서를 패트릭한테 검수 맡아서 뭐 더 필요한 게 있나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지난주 아파서 못 갔던 마카오 미팅 이번 주에 다시 잡아야지. 디즈니와 금요일에 하버시티 미팅도 이제 준비해야겠다. 뭔가 당장 눈앞에 있는 거 하나 해결했더니 담할일들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됐다. 지금 비록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스럽고 비즈니스 하기 어려운 시기고 나 또한 최악의 컨디션과 너무 오래 쉼에 대한 걱정들이 쌓여서 갈피를 못 잡았는데.. 그냥 눈앞에 있는 거 하나만 처리하자 라는 생각과 행동이 그다음에 뭘 해야 할지 정리해줬다.
잘되는 날이 있으면 안 되는 날도 있고.. 멀쩡한 날이 있으면 아픈 날도 있는 거고.. 너무나 많은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뭐부터 할지 모르겠으면.. 그냥 눈앞에 급한 거부터 하자. 오늘도 하나 배웁니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를 때, 눈앞에 있는 것부터 하나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