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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ho Dec 31. 2019

2019년의 마지막 날

홍콩 진출기 5탄

2019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해였다. 해외 비즈니스를 많이 하긴 했지만, 온 가족이 다 해외에 적을 두고 일을 한 적은 처음이었고, 나 혼자서 모든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로움 속에서 2019년을 맞이했었다. 한 해를 돌아보며 힘들었던 순간, 희망을 봤던 순간들을 각각 3가지씩 정리를 하고자 한다.


힘들었던 순간

1) 돈

: 솔직히 아내나 나나 돈을 쫓는 사람들은 아니다.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을 해오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여기 홍콩에서 1년간 살아보니, 지출이 너무 심할 정도로 많이 나간다. 내 집에 내가 주차하겠다는데 왜 70만원씩 매월 받냐고! 집세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 학교 비용까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었다. 비록 돈을 많이 모으고 있진 못하지만,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아내와 나를 위한 투자. 2020년도 분명 우리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투자가 되리라 생각한다.


2) 홍콩 시위

: 난 홍콩 시위가 위에 적은 돈하고 분명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랑 아내의 수입이 절대 적은 수치가 아님에도 살기가 힘든데 홍콩의 젊은이들은 어떨까. 4년제 대학생이 나와서 받는 월급이 평균 230만 원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이 비싼 홍콩 땅에서 저 돈으로 어떻게 자립을 하며 희망을 볼 수 있겠나.. 그러던 중에 중국화까지 되고 있으니 들고일어난 거라고 본다. 처음엔 그들을 응원했다. 우리나라의 촛불시위처럼 너네들도 민주화를 쟁취하라고.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멈추지 않고 점점 평화시위에서 무력시위처럼 변질되다 보니, 홍콩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나에겐 아주 치명적인 일들이 일어났다. 내 주 고객층인 쇼핑몰들의 시위 여파로 모든 마케팅 비용을 클로즈 시키고 몇몇은 아예 쇼핑몰을 닫기도 했다. 나의 홍콩 진출 첫 해는 시위 때문에 홍콩 역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기를 맞는 해가 되었다.


3) 외로움

: 가족하고 분명 함께 있지만, 혼자서 일한 다는 건 역시나 외로운 일이었다. 일하면서 커피 수다 한번 할 사람 없었고, 술도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도 없어 퇴근 후 집에서 혼술이 잦아졌다. 시위가 한창일 때는 일까지 별로 없어서 그 외로움이 더해서 내가 우울증인가까지 생각했지만 간이 테스트를 해본 결과 절대 아니었다.-_-; 별로 길게 쓰고 싶진 않지만 어쨌든 2019년 힘든 3가지 중에 외로움은 내게 가장 큰 적이었다. 


희망을 봤던 순간

1) 파트너

: 올해 내내 희망을 품었고 내년에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파트너다. 난 정말 운이 좋은 놈이다. 여기 홍콩 땅에서 처음 만난 파트너인 Patrick은 내게 정말 은인과도 같은 존재다. 나의 가능성만 보고 정말 너무 많은 도움을 줬다. 정착부터 비즈니스 기회까지 그리고 심지어 내게 자주 영감도 준다. 나랑 매우 잘 맞는 파트너이자 친구다. 비즈니스에 임하는 자세 태도 열정 뭐 하나 나무랄 데 없다. 패트릭과 한국 오기 전에 해피아워를 가지면서 그가 물었다. 우린 정말 열심히 1년을 달려왔는데 왜 기대만큼 안됬을까?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다. 로켓이 첨부터 빠른 줄 알아? 첨엔 온갖 먼지와 굉음을 내면서 부릉부릉 하고 천천히 움직여. 2019년 우리가 부릉부릉 단계에 있었다고 생각해. 그랬더니 패트릭 특유의 웃음소리로 와카카카카 그러면서 내년엔 날아오르자 라고 건배를 했다.


2) 영업이익

: 위에도 썼지만 홍콩 경제는 올해 최악이었다. 부도가 난 회사만도 내 주위에 여럿이었다. 회사를 이 시점에 세우고 일을 진행한 나에게도 정말 큰 타격이었다. 13억짜리 계약이 싸인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날라가버렸다. 무기한 팬딩. 다시 될지도 장담을 못한다고 했다. 2019년을 시작할 때만 해도 모든 게 첫 시작치고 너무너무 잘되고 있었는데, 여름휴가 이후 급작스럽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와 중에도 마지막 12월에 프로젝트 3개를 몰아쳐서, 극적으로 영업이익을 냈다. 경기가 좋을 때도 스타트업이 첫해에 영업이익을 내기 어렵다던데, 최악의 경기 속에서도 어쨌든 작지만 영업이익을 만들어 낸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3) 목표 달성

: 2019년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세워뒀던 목표 5가지를 다시 되돌아봤다. 
- 목표 매출 달성하기 (실패)

: 비록 영업이익을 달성하긴 했지만 목표한 매출을 실패했다. 계약한 프로젝트가 취소만 안됐어도 할 수 있었는데 매우 아쉬운 부문이다.

- 미디어 랜드마크 수주하기 (실패)

: 위와 같다. 계약을 했는데 무기한 팬딩이 됐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다.

- 컨퍼런스에서 연설자로 발표하기 (성공)

Tencent e-commerce에서 연설자로 발표

: 난 10년간 내가 아시아 쇼핑몰들을 상대로 일을 한 것들이 분명 가치 있고 재밌는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좋은 기회가 생겨서 이커머스 컨퍼런스에서 아시아 쇼핑몰들의 트렌드 변화와 향후 전략에 관해서 발표했다.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

- 비전으로 삼을 수 있는 솔루션 만들기 (성공)
: 이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난 혼자서 홍콩에서 일했기 때문에 분명 business transformation이 필요했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내가 혼자서 홍콩에서 끌고 가기 매우 버거웠고 효율성도 적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1월쯤) 새로운 쇼핑몰의 개념인 Play Mall로 시작했다. 그러다 공간의 개념을 더해야겠다는 생각에 Space Alive라는 개념으로 6월쯤 서비스 방향을 재설정했다. 그러다 조금 더 구체적인 개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11월에 ARTECH라는 예술과 기술의 만남으로 파생되는 새로운 조각들로 비즈니스 방향을 정했다. 그리고 12월에 ARTECH의 첫 제품이 출시됐다.

- 그 솔루션에 대한 멋진 영상 만들기 (성공)

영상을 만들 때 내가 이 제품에 담고 싶은 얘기를 직접 말하고 싶었다. 내가 2020년에 하고자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 반응은 빨리 왔다. 11월에 그렇게 수십 군데 유럽의 박물관들한테 이메일을 보냈을 때 아무 답도 없었는데 이 프로젝트 이후 에이전시를 만났고 영상을 만들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어, 내년 2월에 유럽 출장을 갈 것 같다. 

이렇게 난 2019년에 세운 목표 5개 중에 3개를 성공시켜 그래도 절반의 성공을 만들어낸 한 해였다.


2020년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 나간다면 분명 또 다른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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