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ho May 04. 2020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 것

홍콩 진출기 7탄

코로나가 세상을 덮쳤다. 온 세상의 경제와 생활이 전부 일시 멈춰 섰다. 홍콩은 작년엔 데모로 올해는 코로나로 거의 2년간 멈춘 것 같다. 변화된 내 비즈니스 얘기를 하려면 그걸로 전부 할애할 것 같아, 비즈니스는 잠시 멈추고 내 변화된 personal life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한다. 어쩌면 내 행동들이 아닌 변화된 내 가치관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다. 

 우선 우리 첫째 아이는 올해 1월부터 무려 5개월간 학교를 못 가고 있다. 숙제만 내주고 간간히 Zoom 미팅만 해오던 방식에서 격리생활이 길어지자 MS의 Teams를 도입하여 이제 매일 출첵을 8시 30분에 하며 온라인 수업을 체계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홍콩 집이 작지만, 벽들이 많아서 라우터로는 첫째 아이 방에 와이파이 신호가 약해 항상 거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아이 방 책상에서 교육받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Google Wifi 3대를 구매했다.

순서대로 안방 wifi, 거실 wifi , 첫째아이 방 wifi

Google Wifi를 설치하는 게 쉬운 줄로만 알았는데 이것도 위치가 중요했다. 서로 벽을 피해 어느 정도 접점이 있어야 신호가 강했다. 힘들게 접점을 잘 찾아내서 결국에 온 집에서 와이파이 신호가 Great 레벨로 나오게 되었다. Google wifi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Google AI speaker가 한 몫했다. 거실에서 음악을 듣고 싶어 AI 스피커를 고려하다 spotify와 구글의 정보력을 믿고 구매를 결정했다. 애플은 애플뮤직만 돼서 제외했고, 알렉사는 홍콩에서 아마존을 못쓰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Google Hub (구글 포토와 연동) / FYI, 뒤에 있는 기기는 잉글리시 에그

이 스피커는 구글 wifi를 구매하기 전에 샀는데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잘 활용했다. 음악을 트는 건 당연한 거고, 궁금한 걸 물어보면 구글이 잘 답해줬다. 무엇보다 이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우리 아이들이 구글과 대화하고 모르는 스펠링을 물어보는 것을 보고 익힘의 속도가 나보다도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새삼 터치의 UX가 지나가고 보이스의 UX가 다가옴을 느낀다. 그리고 Google Photo와의 연동을 통해 디지털 액자 역할도 해준다. 감성적인 터치가 매우 좋다. 또한 아내가 회사 행사에서 경품으로 Google Chromecast를 받아와서 티비에 연동시켰더니, 음성으로 TV를 껐다 켜기도 하고 모든 디바이스와 손쉽게 연결이 됐다. 그래서 우리 집의 인프라를 모두 구글로 통일하고 싶었고, 그래서 구글 wifi로 쉽게 결정하게 됐다. wifi를 사는 김에 안방에도 AI speaker가 있으면 밤에 그리고 좀 쉬고 싶을 때 안방에서 음악을 듣고 싶어 Google mini를 추가로 구입했다. 그러다 보니 또 지금 아내 아이폰, 내 아이폰, 아내 애플 워치, 그리고 에어팟 2대를 충전하기 위해 안방에 너무나 많은 충전기 선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것도 좀 해결해야겠다 싶어 중국제 4in1 wireless charger를 구매했다.


1) 4in1 wireless charger  2) 라인스피커 : 자동차 블루투스 스피커 3) 첫째 아이 아이패드 및 키보드

무선 충전기 덕분에 지저분한 선들을 더 이상 안 보게 되었다. 그게 가장 해피함. 두 번째 사진은 한국에서 가져온 라인 스피커인데 네이버 뮤직 구독을 정지해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는데, 마침 우리 홍콩차가 연식이 좀 된 모델이라 블루투스 기능이 없어서 라인 스피커가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을 해주고 있다. 마지막은 첫째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Teams로 하면서 점점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채팅을 하는 시간이 늘게 되었는데 아이패드에서 나오는 버츄얼 키보드로 계속하는 게 불편해 아이패드용 키보드를 사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헉헉...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고 집에만 있어서 이것저것 액티비티들을 나름 많이 하고 있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PS4에도 우리 애들이 좋아할 만한 레고 게임을 한번 다운받아주고 해보게 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훨씬 빨리 적응하고 재미있어하여, 이번 황금연휴 때 뭔가 색다른걸 같이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애들과 잼있게 게임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찍으면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PS4 Camera를 살려고 동분서주했다. 정말 온갖 홍콩의 게임 매장은 다 돌아다녔는데 out of stock이란다. 아놔.. 오로지 PS4 VR을 사야만 같이 포함이 돼서 가질 수 있다는 말만 남기며.. 그런데 VR을 위해 그 거금을 들이긴 싫었다. 그래서 홍콩의 중고나라 격인 facebook의 마켓을 뒤지자 매장에서 사는 것보다 무려 70% 저렴한 가격에 VR과 Camera 기기를 판매해 바로 구매했다. 판매자는 작년에 아이가 태어나 아내 눈치 보랴 아이 돌보랴 초반에 딱 세 번만 하고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올해 둘째도 곧 태어날 예정이라 그냥 큰 맘먹고 싸게 빨리 처분한 거라고.. 득템! 아이템들은 정말 깨끗했음.

1) Just Dance를 사이좋게 함께 추고 있는 아이들 2) 버츄얼 환경에서 스파이더맨이 된 우리 아들
1) VR & Camera 2) PS Mover - 이건 추가 구매했다. -_-;

카메라를 위해 구매했던 VR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실 2007년 내 첫 회사가 이런 가상세계 관련된 일을 하는 거라 쏟아져 나오는 VR들을 많이 접했지만 솔직히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쉬어서 그런가.. 새로운 콘텐츠들을 VR로 해보니 아이들도 좋아하고 아내도 나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본 목적이었던 카메라는 거의 뒷전이 되었다. 첫째 아이는 원래 미술을 좋아하는데 구글에서 개발한 Tilt brush라는 앱을 통해 가상세계에서 3D로 본인만의 아트 작품을 그리면서 매우 좋아했다. 그걸 보면서 영감을 얻은 게 앞으로 미래에는 Fine Art, Media art만이 아닌 VR Art라는 개념도 새로 생기겠구나. 남들과는 다른 아티스트의 길을 걷는다면 그것도 본인만의 유니크한 장점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애는 너무 어려서 그렇기도 하고 그냥 VR보다는 다루기 쉬운 레고 게임을 좋아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내는 플스 비트 VR 게임의 최고봉이라는 Beat Saver에 매우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영상을 올리고 싶으나 맞아 죽을까 봐 못 올리겠다. (이미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다가 혼났음.)

 사실 다른 것보다 이 VR 체험을 하면서 느낀 것이 많다. 우리 집도 그렇지만 우린 이제 수많은 스마트 기기와 솔루션들을 사용하는 시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코로나의 기여가 매우 컸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다음 세대들은 이 기기의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고 새로운 UX를 익히는 세대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안다. 여기서 질문이 발생한다. 우리 세대는 "게임하지 마라", "핸드폰 보지 마라" 등의 말을 많이 듣고 또한 많이 한 세대다. 그런데 과연 다음 세대 즉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말을 많이 해야 할까? 앞으로는 이런 스마트 기기들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 그리고 얼마나 조화롭게 서로 연결시키고 잘 활용하는지가 정말 중요한 세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수많은 스마트 기기 중에 무엇이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인지 어떤 것들을 연결해야 효과가 좋은지를 분별할 줄 알아야 다음 세대에서 살아남고 주목받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그렇다고 아날로그적인 감성들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 역시 as well as 너무나 중요하다. 
주중에 거의 매일을 동네 한국 친구들 집에 돌아가면서 모여 액티비티를 한다.
첨엔 단순하게 시작했는데 점점 교육열에 불타올라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 ㅋ
매주 집앞 5분거리에 있는 바다에 가서 놀고, 우리끼리 잼있는 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아날로그적인 것과 디지털적인 것의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하지마가 아니고, 되도록 많은 노출(경험)을 시켜주고 본인이 스스로 자제하고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아이들이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집에서 이런 기기들과 생활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하지마라가 아니고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를 더 많이 가르치고 싶었다. 예를 들면 아이패드는 방에서 하는 것이고 하루에 정해놓은 시간에 되도록 활용했으면 한다. 하지만 식사할 때만큼은 안 했으면 좋겠다. 조금은 번잡스러워도 가족들끼리 대화하고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애들은 식사할 때 안에서든 밖에서든 아이패드나 핸드폰을 보여달라고 떼쓰질 않는다.   

 또한 한국에 계신 친할머니 외할머니의 헌신도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가왔다. 친할머니는 유치원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 중이신데 멀리 홍콩에 있는 손주들이 잠자기 전 침대에서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여, 카톡의 음성메시지로 이야기를 녹음하여 보내주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그것이 그냥 휘발성으로 없애기 아까워 보관 차원에서 네이버의 오디오 클립이란 곳에 올려두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인기가 3주 만에 구독자 천명을 돌파하고 동화 인기 순위에도 상위에 랭크됐다.

쟁쟁한 상업적인 회사들 작품 속에서 당당히 동화 랭킹 탑 20위에 랭크됐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 뜻하지 않게 나름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친할머니는 디지털 재화를 활용했다면, 외할머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우리 아이들을 감동시켰다.

한국에서 홍콩까지 선물 택배를 한가득 보내주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코로나 덕분에 택배비용이 올랐음에도 아이들이 심심해할 거 같다며 선물을 한가득 보내주셨다. 아이들의 환호성은 역대급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첫째 아이가 김치를 좋아하는데 사서 먹는 김치가 맛없다고 하자 김치를 직접 만들어 금일 보내주시려고 우체국에 가셨는데, 김치는 이번 코로나 사태 때문에 해외 배송이 안된다고 하셔 매우 실망하신 상태다. 대신 다른 소포를 2차로 보내주신다고 하신다. 

이렇듯 아이들은 우리 윗세대에게도 디지털과 아날로그적인 경험들을 동시에 하게 됐다. 의도한 것은 없었다. 그냥 지금 세대가 이렇다. 아니 전 세대가 아날로그와 디지털 경험을 공유하게 됐으며,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컸을 때는 더더욱 많은 콘텐츠들이 생겨나고 이것들을 어떤 식으로 조화롭게 연결시키느냐가 큰 관건인 세대로 자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내 교육관과 가치관이 이번 사태를 통해 어느 정도 확립된 것 같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연결점들을 분별해내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 2020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확실해진 것 중에 하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좋은 점을 분별해내는 아이로 키운다.
마지막으로 안방에 프로젝트를 설치하여 아이들과 우리가 누워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Business Transformatio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