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진출기 8탄
오늘부로 홍콩의 모든 식당들이 Dine in (자리에 앉아서 식사) 이 안되고 전부 테이크아웃을 해야 한다. 그렇다 홍콩에 다시 3rd wave라고 하면서 확진자가 연이어 늘어나면서 홍콩 정부가 취한 강력한 정책이다. 홍콩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가장 테이크 아웃하기 편한 맥도널드 키오스크로 주문해서 햄버거를 들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난 두려움을 느꼈다. 밥 먹으러 가기 전에 영업 중인 프로젝트 하나가 안될 것 같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코로나가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B2B 쪽 프로젝트가 계속 캔슬된다면 난 여기서 망하겠구나. 회사 잔고를 확인하면서 음 아직 내년까진 문제가 없어라고 속으로 되뇌었지만 두려움이 사라지진 않았다.
사실 올해 코로나가 창궐한 뒤 많은 쇼핑몰들이 돈을 걸어 잠그면서 잠재적 프로젝트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고, 나를 아는 많은 이들이 그리고 본사와 싱가포르 지사도 홍콩 쪽을 걱정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나는 작년보다 더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기존 엘토브 비즈니스는 당연히 땅을 쳤지만, 이때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면서 3월에 쓴 글 "Business Transformation" 처럼 내 영역을 2가지 분야에서 확장시켰다.
1) EC Bento
올해 3월 난 EC Bento의 CTO를 겸임하게 됐다. 사실 몇 번 CTO는 내가 역량이 안된다고 거절했지만, 내부 인력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맡게 됐다. 실질적인 일은 사실 기술 고문 보다는 상품기획 쪽에 더 가깝다. 내가 기획하고 개발하는 플랫폼은 엘토브 홍콩의 매출로 잡혀서 엘토브 홍콩이 이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은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EC Bento는 F&B 와 밴딩 머신 그리고 모바일 앱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또 하나의 딜리버리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내가 들어오면서 바꾼 것 중에 첫 번째는 우리 경쟁상대는 딜리버루와 푸드 판다 같은 딜리버리 서비스다. 전에는 다른 밴딩 머신 업체가 경쟁상대였다. 두 번째는 BM을 명확히 했다. 우리 타겟층을 오피스 워커로 클리어 시켰고, 클리어한 타깃 속에 명확한 컨셉이 자리 잡았다. Planned lifestyle.
본 컨셉이 명확하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딜리버리 서비스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컨셉으로 최근에 홍콩과 싱가포르 정부가 주관하고 파나소닉 노키아 등이 스폰을 하는 스타트업 대회 결선까지 올라 다음 주에 결선 발표를 앞두고 있다. 더 자세한 얘기는 다음번에 따로 이 분야만 두고 글을 쓸 예정이다.
2) ARTech Space
작년 겨울 레오나르도 다빈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영감을 받아 새로운 프로젝트 개발에 착수했다. 올 1월 많은 유럽 박물관들과 컨택을 만들어 2월 말 파리, 밀란, 런던 3곳의 박물관들을 방문하면서 미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로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든 유럽이 셧다운 되면서 결국 전부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홍콩 정부지원을 받아서 인큐베이션을 하며 투자받는 형태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결국 파트너(Patrick)와 함께 2020년 5월 7일 ARTech Space라는 새로운 법인이 설립이 됐다. 큰 의미는 없지만, 태어나 처음 CEO란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이 사업체 역시 인큐베이션을 통해서 나오는 투자금으로 엘토브 홍콩에서 기술 개발을 하기로 해서 결국 엘토브 매출을 일으켜주는 매체가 됐다.
아트테크는 인큐베이션 면접을 조만간 보고, 빠르면 올해 안에 인큐베이션이 완료가 된다. 현재 코로나 때문에 신청 업체가 많아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게 됐다.
홍콩에서 올해 난 뜻하지 않게 CEO(ARTech Space), COO(elTOV HK), CTO(EC Bento) 란 3개의 타이틀을 얻게 됐다. 각각의 BM들을 보면서 뉴 노멀 시대에 부푼 희망과 기대를 해본다. 동시에 주 수익원이던 BM의 프로젝트들이 코로나로 인해 침체되는 걸 보면서 두려움도 함께 찾아온다. 한국이나 싱가포르보다 훨씬 작은 시장.(금융권 제외) 이 홍콩이란 나라의 경제가 코로나와 보안법으로 스톱된 상황에서 그래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찾았기 때문이고, 운 좋게 좋은 파트너를 만났기 때문이다.
희망과 두려움은 함께 올 수밖에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