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ho Apr 26. 2016

구글도 모르는걸 현장은 안다

싱가포르 진출기 5탄

 우리 회사의 주 클라이언트는 주로 백화점이다. 인터랙티브 안내솔루션을 만들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백화점만큼 안내시스템이 최적합화 된 곳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싱가포르는 우리에게 비즈니스 하기에 매력적인 도시인 것이다. 이 제주도보다 작은 나라에 백화점이 100개가 넘는다. 그중에 A급 백화점은 30개 정도 된다. 날씨가 더우니 사람들이 주로 실내에서 활동을 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인 것도 같다. 그런 나라에서 나는 싱가포르 진출 2년 만에 12개의 A급 백화점을 수주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를 뽑으라면 첫 프로젝트였던 Clark Quay Central 을 뽑겠고, 가장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꼽으라면 313 Somerset  백화점 프로젝트를 뽑겠다. 지난달 창이 피티 때도 싱가포르에 있는 Wayfinding Solution 중에 가장 자신 있는 것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도 주저 없이 313를 꼽았다. 313는 HW 와 SW 둘다 싱가포르 최고 수준의 솔루션이다. 키오스크에는 처음으로 접근 센서를 도입하여 키오스크 앞의 사용자를 인식하여 Welcome 메시지를 보내고, 실 사용자수와 그 행위 등을 자세한 데이터로 측정할 수도 있는 솔루션이었다. 하지만 이 글에는 이런 feature들 보다 오늘 내가 313를 어떻게 수주를 했는지를 말하고 싶다. 313는 Lendlease라는 호주 기업에 속해있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가장 강력한 우리의 경쟁자인 Abuzz Solution 역시 호주 기업이다. 머 여담이지만 최근에 313가 한국인들한테도 알려진 건 신정환이 거기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어서 성공적인 사업가로 정착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 호주인 판속에서 우리 한국 기업이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선 색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정상적인 루트로는 왠지 이기기 힘들어 보였다.

 현지 직원인 니암과 313 공략을 위해 사무실에서 정보도 얻고 제안서도 만들었다. 그런데 뭔가 계속 부족해 보였다. 이대로는 호주인들끼리 짝짜꿍하고 있는 틈을 비집고 못 들어갈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니암과 현장에 갔다. 뭔가 내가 보지 못했던 점들을 현장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우선 점심부터 먹으러 갔다. 313는 Food Republic 이라고 푸드코트가 굉장히 잘 돼있고 유명하다. 여기를 좀 더 디테일하게 안내해준다고 할까 라고 잠시 고민하고 있을 찰나.. 저 멀리 화장실 옆에 조그마한 디지털 사이니지가 보였다. 그런데 꺼져있었다. 식사를 하고 난 뒤 가까이 가보니 15인치 정도 되는 스크린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다른 층에도 보였다. 총 30개가 넘는 스크린들이 다 꺼져있었다. 니암 말로는 종종 업체들이 기기만 납품하고 유지보수를 잘 안 하는 경우가 여럿 있다고 옆에서 거들었다. 순간 "이거다." 하고 머리에 종소리가 울렸다. 이번 313 프로젝트는 인터랙티브 키오스크였다. 그래서 우리는 인터랙티브 솔루션과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CMS를 제안했어야 했는데, 난 추가로 기존 니네 죽어있는 사이니지를 우리 CMS로 추가 비용 없이 함께 관리할 수 있게 해 주고 살려주겠다고 당근을 던져줬다. 기대했던 반응이 그대로 나왔다. 안 그래도 이것 때문에 골치 아팠다면서 매우 좋아하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 입장에선 설치할 때 인력비만 두세 시간 정도 더 드는 거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PC는 알아보니 썩어빠진 아톰이었지만 광고 정도 돌리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다만 종종 하드웨어가 망가진건 있었는데 그건 313쪽에서 페이를 했다. 결과는 뭐 당연히 수주를 완료했다. 우리 견적은 경쟁사에 비해 높았지만 그들이 현장에서 골치 아파했던 문제를 해결해주니 비용이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만일 현장을 미리 가보지 않고, 사무실 테이블에서만 전략을 짜고 들어갔다면 과연 이길 수 있었을까? 백날 구글링 해봐라 313 미니 사이니지가 작동이 안된다는 정보가 나오나.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며 현장에서 체험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현장도 안가보고 그곳의 전략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분명 현장에는 구글링 해서 찾을 수 없었던 답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생길 것이라고 장담한다.

현장에는 고객의 니즈가 분명히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즈니스에 절대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