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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ho Aug 03. 2016

접대를 하는 회사에서 대접을 받는 회사로

싱가포르 진출기 6탄

접대 (接待) : [명사] 손님을 맞아서 시중을 듦.

대접 (待接) : [명사] 1. 마땅한 예로써 대함. 2. 음식을 차려 접대함.

 위 두 단어는 앞뒤로 글자만 바뀌었을 뿐 한자도 같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각각의 의미는 매우 다르다. 오늘은 이 두 단어가 비즈니스를 만났을 때 있었던 일들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이 얘기를 안 하고 내가 브런치에 실제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담을 100프로 올렸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 글을 적는다.


두 가지 에피소드를 먼저 얘기해야겠다.

첫 번째, 2012년 10월의 어느 날, 싱가포르에서 저녁을 먹고 대표님과 한국 모 대기업의 부장은 따로 어디를 간다고 그래서 혼자 방에 들어왔다. 그 당시 우리 회사는 너무 작고, 형편도 좋지 않아 대표님과 한방을 쓰고 있던 터라 신경도 쓰이고 이래저래 일도 많아 잔업무를 밤늦게까지 했다. 그리고 대표님이 밤늦은 시간 오셨고, 씻은 다음 서로 다른 싱글베드에 누웠다. 잠을 청하기 전에 용기를 내어 대표님께 물었다. "대표님, 우리 클라이언트는 싱가포르 고객인데 왜 파트너인 모 대기업 부장에게 접대를 해야 하나요? 이미 계약도 마친 마당에..." 대표님께서 답하길.."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아직 우리가 실력과 힘이 없어서 그래. 그리고 내가 막아줘야 정작 일하는 우리 직원들이 일에만 집중을 하지." 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 당시 우린 정말 작았고, 실력도 없었다. 냉정하게 대표님 수완이 좋으셨고 또 운이 좋아서 외국에 비즈니스를 하러 나간 것뿐. 그리고 이어서 대표님은 "하지만 역전시킬 거야." 한 마디에 나도 "제가 역전시킬게요."라고 답했다.


두 번째, 2015년 2월의 어느 날, 한국 모 대기업과 일을 하면서 자료 요청을 받았는데, 아직 준비가 안돼서 조금 정리되면 보내겠다는 답을 했다. 거기서 CC가 되어있던 모 대기업 지사장이 답 메일을 하나 보냈다. "땡땡(모 대기업 이름) No.1" 메일 첫 문장이 저거였다. 그리고 내용은 Hi michael, uour comments seem to be not interested with us forjoint work. It is ok to proceed with Eltov only.

Thks. 이렇게 메일이 왔다. 스펠링도 틀렸고 이메일에서 사용하지 않는 줄임말도 써주시고, 무엇보다도 맨 첫머리에 저거 뭐냐고 땡땡 No.1. 실제로 넘버원도 아니면서 정말 유치해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참고로 영어로 답했지만 한국 사람이다. 우리 회사 짱이니 니네 중소기업 따위 알아서 하라는 이메일을 전체 회신으로 해서 보낸 것이다. 정말 너무 황당스러웠다. 뭐 내가 욕한 것도 아니고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준비가 안돼서 준비되면 준다고 한걸 한 나라의 대기업 수장이란 사람이 이런 메일을 보낸 게 황당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러니 니네가 만년 2등이지라고 생각했다. Michael은 우리 싱가포르 법인장님 성함이다. 답을 내게 안 하고 법인장님에게 하더군.. 그리고 나중에 어떤 행사장에서 법인장님과 함께 그 지사장을 만났다. 물론, 내가 잘못한 건 없지만 접대성 멘트를 날렸다. 그땐 죄송하게 됐다고 그럴 의도 아니었다고..(젠장..) 괜찮다는 식으로 허허허 뭐 그거 가지고.. 온갖 거만과 허세가 몸에서 보였다. 행사를 마치고 법인장님에게 한 마디 했다. "내가 나중에 기필코 elTOV No.1이라고 저 사람에게 되돌려 드릴게요"


위 두 에피소드에서 보듯이 2015년 초까지만 해도 우린 대기업의 눈치를 보며 그들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갑을 관계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우린 대기업 도움 없이도 아시아 굴지의 기업들과 계약을 맺기 시작했고, 최소한 쇼핑몰 쪽에 한해서는 대기업들 보다도 영업을 잘하게 되었다. 우린 Main contractor가 되었고, 대기업의 제품을 sub로 해서 고르기만 하면 되는 위치에까지 올라서게 됐다. 결국 대기업 지사를 넘어 본사에서도 우리 회사랑 일하기 위해 내게 여러 번 상무부터 부장까지 전화가 오고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전세가 역전됐어도 언제 또 역전될지 모르니 그들이 예전에 내게 했던 짓을 유치하게 복수하고 있진 않다. 또한 그들의 접대 제안은 역시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내가 싱가포르에서 일하면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단 한 번도 접대나 뒷돈으로 프로젝트를 딴 적이 없다는 것.' 다만, 프로젝트를 마치고 싱가포르 고객들에게 즐겁게 대접을 한적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쇼핑몰 클라이언트들이 여성이란 것도 내겐 편한 요소다. 그들은 그 이상을 원치 않으니. 그렇다고 싱가포리안 남자들이 그런 걸 원하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비즈니스에 관해서는 정말 깨끗하다. 그리고 한국 대기업들과도 대접은 서로 잘하고 있다. 한국은 서로간의 존중이 받쳐줄때 이런 관계가 성립이 된다.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이런 관계가 형성되기 어려운 것도 한국인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이기도 해라..


마지막으로 앞서 설명한 것 처럼 우리 회사는 이제 대접을 받는 회사가 됐다. 대접이라 하면 존중의 의미가 담겨있다. "절대 접대를 하지 않겠다"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비즈니스에서 절대란 말이 없다는 내 전 글처럼), 최소한 대접을 하고 대접을 받는 존중이 들어간 회사를 만들어가겠다라는건 장담할 수 있다. 접대는 롱런할 수 없지만 대접은 롱런할 수 있다. 난 이 말을 믿는다.

대접을 하고 대접을 받는 회사가 롱런한다.
대접은 존중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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