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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d Enabler Jan 06. 2022

7.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상상

22년 새해가 밝았다.

10살은 이제 두 자리라고, 한 자릿수와는 다르니 정말 형아 되는 거라고 당부에 가까운 운을 띄우며,

10주년 해맞이를 하자고 스승님을 꼬셨다.


사실 44년 동안 나도 해맞이한 적이 없다. 헤~~

스승님이 계시기에 이런 마음도 시도도 가능한 것이었으리라. 다부진 다짐을 한 우리들은 호기로운 마음으로 1시간 등반코스로 새해맞이 산을 물색했으나, 코로나로 인한 입산 금지로 동네 해 잘 뜨고 사람 없는 곳에서 해맞이하기로 급 선회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두둥 '밖에 춥다는데 가지 말까?' 하는 신랑 소리에 '겨울이니 춥지'하며 벌떡 일어난 아이와 함께, 그렇게 저도 나도 생애 첫 해맞이를 했다.


'해는 강력하니 빌고 싶은 소원 다 빌어' 했더니 아이는 열심히 빌어대는 눈치였다.

'엄마한테만 살짝 알려주께' 라며 말해준 소원

'헬리토뇨리곤도헴용 되게 해 주세요'


아... 또야... 저것은 풀어 말하면,  '자신+토토로+포뇨+드레곤+개+헴스터+야옹이'를 합친 것으로 어느 틈부턴가 아이는 좋아하는 것들을 붙이고, 생기면 또 붙더니, 그것은 본인의 장래희망이 되었다. 허허허.


보통 9살, 10살 아이들에게 넌 꿈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미래 공학자:집에 공대 출신 부모가 있거나,

수의사:동물을 좋아하거나,

경찰: 의협심이 있거나

각자의 이유로 지극히 현실적인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주 또박또박.


우리 집 9년생 아니, 이제 10년생은 조금은 독특하고 확고하다. 정말 될 수 있다 믿는 걸까... 이렇게...


2학년을 마무리하면서 가져온 본인의 장래 모습을 보며

'와 이렇게 구체적이고 진지하다니...!' 라며 그 아이의 진심이 갑작스레 와닿았다. 이 정도일 줄이야!

아이가 7살 때, 늘 하던 얘기 중 하나는 '나는 용이야, 아기용'이란 말이었다. 7살은 람과 용을 명확히 구분 못하나... 하면서도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나 그것이 이렇게 확장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한 번은 진지하게 '사람은 저런 모습이 될 수 없어'라고 인지시켜줘야 하는가도 생각해봤다. 아직까진 그런 시도를 하 않았다. 다만 학년이 바뀌면서 나이가 들면서 아이의 그 순수성이 사그라들면 자연히 사라지겠지란 마음이 크다.

아마 아이도 어렴풋이 알고 있지 않을까 그것이 정말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그 정도 생각이었다.




어느 날은 아이의 장래희망에 대해 지인들에게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지인 1: 짐짓 놀라며... 진심이야?

지인 2: 와! 정말 상상력이 풍부하네. 작가가 되려나...


순간 나는 여태껏 동일했던 지인 1의 관점에서 지인 2의 관점으로의 확장을 얻었다.

으레 '그런 꿈은 안돼. 실현될 수 없어. 사라져야 돼'라고만 생각했다. 꿈은 현실과 닿아 있어야 한다는 틀 안에 있었고, 그 속에서 내가 놓친 게 있나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 꿈에 대한 마음을 인정해주고, 걱정하지 않고 믿는 마음, 호기심 있는 마음, 바라봐주고 격려해주는 마음 그리고 긍정성으로 발견해주는 것... 그런 관점 혹은 마음을 갖는 것이 참 어렵다.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내 아이에게.


부모로서 늘 걱정부터 앞서게 되고,

잘할 수 있을까... 잘 되어야 할 텐데...

'잘' 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도 없는데, 잘되지 않음은 바로 기가 막히게 느껴지니 말이다.


이번 그림과 다시 한번 확고한 새해 소원을 들으며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저렇게 원하는데'라는 각을 해본다.


'네가 그것이 되고 싶은 이유는 뭐야?'

'난 날고 싶어 그리고 귀엽잖아, 마법도 부리고'

'그렇구나. 날고 싶구나. 엄마는 지금의 네가 젤 귀여운데~

(그림에서) 이 모습도 귀엽네~ 이 꼬리랑 뿔은 모야?'

'아! 이건 말이지...' 라며 처음으로 호기심의 목소리로 물어보는 엄마가 좋았는지 신나게 말하는 아이를 보며,

'그래, 우리 같이 찾아보자. 어떻게 꿈을 이룰 수 있는지-'

살포시 말해보았다.


결국 아이의 현실감 미진이 아니라,

나의, 엄마의 상상력이 세상 살이라는-그것도 나의 세상 안에서- 틀에 갇혀있던 것이 아닌가...나의 그 틀 안에 아이를 가두지않기를 해맞이 다짐을 다부지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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