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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d Enabler Jan 13. 2022

8. 1일 1 질문 받습니다.

'오늘부터 1일 1 질문만 받을 거야, 잘 생각하고 꼭 중요한 질문을 해~'


그 말은 요새 따라 10살 되면서, 더더욱 듣기를 싫어하는 자라나는 스승님과의 소통을 고민하던 내가 낸 꼼수였다. 아이의 순수성을 한 껏 자극하며, 사람이라면 못 배기는 희소성을 극대화한 전략이랄까?

이렇게 제한하면 본인도 왠지 꼭 중요한 질문을 생각할 것 같았다.

생각 = 사고


난 이 과정을 통해 아이의 사고를 키우고자 하는 딴에는 머리 꽤나 돌린 굿 아이디어라며 흡족해했다.


'네!? 뭐라고요?'

예상대로 아이는 크게 당황하며 호들갑을 부렸다. 평소 그렇게 질문을 귀찮아하더니...

'아니 왜요, 왜? 저 질문 하나만 하는 거 싫어요.

다 하게 해 주세요!'  

아이고... 욕심은... 안된다, 그러니 소중하게 하라 하니 몇 번을 끈질기게 조르면서 끝내 눈물 바람을 낸다.


'흑흑, 난 그런 거 싫어! 질문 하나만 하는 거 싫어!'

일상 질문은 그대로 다 할 수 있다는 대도 무조건 싫다고 울어대는 성화에 예상 못한 흐름으로 일단 후퇴하겠다 했다.


'할머니, 후퇴가 뭐야?' 울음을 멈춘 아이는 귀속말로 모르는 단어를 확인한 뒤 씽끗웃었다.


'이제 다 물어볼 수 있는 거네? 그럼 오늘 점심 뭐 먹었어?'

아니 그걸 물어보려 이제껏 울었냐는 할머니 퉁박에

'엄마 그럼 어떤 질문을 해야 돼?'라고 되물었다.


'아 그거야......' 몇 초간 말이 없으니 아이는 나를 멀뚱보다

'까악 까악 까악' 어디서 저걸 또 봤는지... 까마귀 소리 흉내를 내며 나를 놀려댄다.

이럴 때는 어찌나 또랑 하게 내 눈을 직시하는지...


'에그 엄마가 정작 모르네' 하는 신랑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아냐! 3학년 시작하면 무엇을 하고 싶어?'라며 임기응변을 날렸다. 집중된 관심에 아이는

'3학년 되면 남자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어'

1년 내내 여자 친구들과 어울린 게 내심 걸렸는지 자신의 결심을 슬쩍 내보인다.

' 와~ 그 결심 좋구나.' 하니 아이 역시 재빠르게 질문을 던진다.

'엄마는 왜 피아노 학원 다니기 싫었어?' 어릴 적 일을 얘기한 것이 기억에 남은 모양이네.

'배우기도 싫었는데 선생님이 자꾸 손등 자로 때려서 싫었어' 이에 아이는 자신의 피아노 경험담을 후루룩 불어낸다.

'엄마는 왜 학원을 안 다녔어?' '돈이 없었어'

'학원 안 다니면 공부 못 배우잖아'

'공부는 학원 가는 거랑 상관이 없이 자신이 하겠다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거고 마음먹지 않으면 거기 있어도 배움이 없는 거야'


해주고 싶었던 말을 우연찮이 이렇게 들려주고 나니 눈물바람은 있었지만 질문하는 힘을 또 새삼 느낀다. 게다가 내가 시작한 훈시가 아닌 질문에 의한 답이잖는가...



코칭을 처음 했을 때 질문하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았다. 파워 질문을 해서 인사이트를 일으켜야지... 그런데 사실 우리는 질문하는 법을 학교 다니면서 배우지 않는다. 질문을 면 눈치도 보이고 틀릴까 봐 시작도 하지 않는다.

하던 질문 또 하고 뭔가 반복되는 패턴에 썩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또, 질문하는 자체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 후 책도 읽고 복기하고 질문을 만들어 보며 훈련을 하니 이제 조금은 패턴을 벗어난다 싶다.


가끔 리더들에게 부서원들을 질문으로 리드하세요. 하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돌아온다.

사실 굉장히 엄청난 질문이란 없다.


그 당시의 적정성과 맞아떨어질 때, 상대가 의미 있는 발언을 하게 될 때, 상대의 기억에 남을 때... 그것은 좋은 질문이 된다. 우리는 대체 그 적정한 순간이 언제 인지를 감으로, 경험으로 익히는 작업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이 순간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와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물려 사고 확장의 순간을 맞는다.


' 원을 안 다니면 배움이 없는데 어떻게 공부를 잘할 수 있나요?'

아이가 묻고자 한 의도를 따라 질문의 조금 살을 붙여본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질문력 = 질문하는 힘

오늘도 그 힘의 확장을 느낄 수 있게 나름의 방식으로 답변을 해준 스승님께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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