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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d Enabler Jan 20. 2022

9. 소소한 일상의 거창한 기대

아침에 근교 나가는 길에 집 으로 배달된 신문을 차 안에서 읽겠다며 갖고 온 아이는 앉자마자 신문을 펼치며 전면의 헤드라인을 독했다.


"간송미술관 재정난으로 국보 2점이 경매 처음 나왔다"라는 제목을 읽으며 아이는

' 할머니 집에 그 큰 항아리 위에 있는 사람 3개 조각상 혹시 국보 아닐까?' 라며,

사진과 유사해 보였던 장식품을 기억해 냈다.

엉뚱한 연결이 재밌었던 나는 '글쎄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네... 할머니 댁에 갈 때 여쭤보렴'

' 외할머니 집에 있던 달과 해도 국보 아닐까?'

와 우리 집 국보 틱이 많았구나. 엔틱 한 장식품이 또 언제 눈이 갔는지...


아이는 기사 한 개를 보고 난 후 나에게 신문을 읽어달라고 했다. 신문의 전면의 내용 중 MZ세대의 해외 식 소식을 듣던 아이가 갑자기

'아! 나 이거 엘리베이터에서 봤어'

'뭐?'

'점심에 커피 먹을래? 아니! 오늘 나는 커피값으로 해외주식을 샀다!'

'여보 오늘 저녁 외식하까요? 아니! 오늘 나는 외식비로 해외주식을 샀다!'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 광고판이

참 여러 효과가 있구나.

아이는 평소에 그 광고판을 참 유심히 본다.

'엄마! 돼지고기가 ㅇㅇ래~', '캠핑장비도 빌려주네'


흥미를 유발하는 짧은 광고이지만, 아이의 관찰을 통한 경험과 세상의 소식이 연결될 때, 그 시야가 확장되는 순간이 있다.


새해 되면서 종이 신문을 구독해봐야겠다 라는 지난해의 들썩거림을 실천에 옮겼다.

신문을 받고 여러 면을 펼쳐보니 아이도 읽겠다며 내 자리를 뺏어간다.  '큰 글씨만 읽는 게 어때?' 짐짓 쉬이 피로할까 제안했으나 다 읽고 싶다는 성화로 신문 읽는 시간을 기다려줬다.


그 뒤로 한 주 한번 정도는 아이가 마음이 내킬 때 신문을 읽는 모습을 보며, 그 기삿거리가 식탁 내 이야깃거리가 되는 걸 보며 우연한 결정 뿌듯함을 느다.




나도 요사이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느낀 건,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변화시키는 세상 속에 우리는 살고 있고 대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혼동스러울 정도로 정보는 넘쳐난다는 것이다. 나만 해도 4-5개의 구독 서비스 속에 그 내용을 다 트레킹 하기에도 벅참을 느낀다. ' 아...대체 너무 많다!' 그 속에서 진짜 나를 완성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들여다보고, 관찰하고 선택하는 데는 긴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해도 이런데 자라나는 아이는 오죽하겠는가...진로를 찾는다는 미명 아래 학습, 경제, 독서, 논술, 체험 등등의 각종 교육들은 일일히 열거하기도 손목이 아프다.


아이가 가끔 신문을 들여다보는 일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단지 아주 조금 희망하기를, 사소한 일상의 이 일들이 쌓여

- 신문읽고, 가끔 생각을 얘기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엔 많은 정보들이 있고, 또 하루에도 몇 번씩 어떤 일들이 없어지고, 생겨난다는 것, 그것들이 나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관찰해보는 것을 그저 해본다. 혹은 안다 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나아감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재미영역을 조금씩 조금씩 알아갔으면 하는 바램을 살포시 올려본다.


"일상의 경험은 충분한 학습 동인이 된다. 일상적인 업무 전반에는 새로운 과제와 도전의 요소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직원 개개인은 계속하여 발전할 기회를 얻는다. 규정된 진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이 있는 기업 중에서,  괴츠 W. 베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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