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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d Enabler Jan 28. 2022

10. 늦은 밤의 자기 발견

전 세계 3프로 지도자형! 그것이 아이의 MBTI 였다.


얼마 전 중학생과의 소통을 위해 내 MBTI 검사를 하고 있었더니, 무엇이냐며 아이는 큰 호기심을 가졌다.

설명을 듣고는 자신도 하고 싶다며 조르는 데 아직은 어리다며 거절하다 결국 해주었다.


9살은 MBTI 검사를 스스로 하기에 무리가 있다.

일단 검사지의 문장을 다 읽어내기에 한계가 있고,

문장을 읽어도 맥락의 이해가 잘 안 되고,

그에 대한 답변을 고르는 것도 9살에겐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쉬운 말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식의 문답으로 검사를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빨리 끝나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음-너 왜 이렇게 진지한 건데...'

아이의 진심과 고심에... 바짝 속이 타들어가기 시작할 즈음... 검사 중 이 질문이 나왔다.


'평소 다른 사람이 부러운가요?'

5점 척도 중 4번째, 그렇다.

엥? 그렇다고? 부러웠다고? 평소 부럽다는 단어를 잘 쓰지도 신경 쓰지도 않는데 이외의 답변이었다.


'누가 부러웠어?'

'우리 반 OO이~ 걘 화나는 일이 생겨도 대범하게 행동해. 그래서 그런 것이 좀 부러워'

'아~ 그랬구나'

 

세심하고 예민한 아이는 본인이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을 가진 친구에게 부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얼마나 솔직한 답변인지...

또 생각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구나...

어른이 된 내 입장에서 스승님의 그 솔직함과 자기 인식이 참 투명하게 느껴졌다.


난 가끔 아이가 어떤 유연하지 못한, 바르지 못한 행동을 면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과 다음에도 또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긴~소리를 지만, 사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스승님은 저렇게 증명하신다.


유사하게 몇 가지 질문에서 아이의 생각과 근황 그리고 두려움, 행복 등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늦은 시간 하기 싫은 우연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감사한 시간으로-


검사가 끝나고 아이는 자신이 3프로 지도자형이란 발견을 . 스티브 잡스와 같은 유형이라는 그림과 글을 본 아이는 더욱 고무되었다. 치 영웅의 자신의 길을 본 것처럼...'내가 3프로 지도자라니!'


아이는 포스트잇을 찾더니 자신의 유형을 크게 적어 벽에 붙이고선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그것을 보고 또 보았다.

그러면서 '엄마! 나 가슴이 뛰어서 잠이 안 와요.'

순수한 영혼은 그렇게 선택된 기쁨에 잠들지 못했다.




아이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3프로 지도자란 말이 아이에게 심어준 자신감의 크기를 보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 강점을 했을 때, 그 책이 '너 사실은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해주는 것 같아 얼마나 위로를 느꼈는지...

잠깐의 MBTI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의미와 인정에 의한 자기 자신감을 느끼는 듯했다. 이 과정 역시 아이에게 자랑스러움과 안도감을 주었던 걸까?


이런 자기 진단 검사를 어떤 사람은 매우 궁금해하고, 어떤 사람은 시도조차 하고 싶지 않아 한다. '자신을 그런 고정된 틀로 규정하기 싫다'라고도 한다. 그 말도 이해는 된다

그것에 너무 매몰되면 내 시야가 갇힐 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을 수 있다. 실제 그럴 수도 있고...


그러나 가끔은 내가 누구인지, 나 스스로를 이해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타인의 말이 아닌 '진단'이라는 좀 더 데이터 근거한 결과로부터의 나에 대한 인정과 칭찬이 큰 위로와 안심, 그리고 용기를 는다.


진단을 통한 성향, 진로 혹은 역량 계발의 거창함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의 얻어지는 것이 있다. 친구의 대범성이 부러웠던 아이가 자신 속에 지도자를 발견한 긍정적 순간 느낀 것은 무엇일까? 때로 우리는 이런 위로와 용기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은 자신이 선택받을 때 변화합니다.

<좋은 감각은 필요합니다. 중에서, 마쓰우라 야타로/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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