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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d Enabler Feb 05. 2022

11. 당신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원동력은 걱정인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항상 혼날까 봐 걱정했지요"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요시타케 신스케 인터뷰 편에서


아이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을 좋아한다.

7세쯤인가, '이유 있어요. 불만 있어요.'를 홀로 키득되면서 재밌게 읽을 때만 해도, '독특하네 혹은 엉뚱하네'라는 생각이 들던 책이었다. 작년 겨울 12월에 동네 서점을 방문해서 동일 작가의 다른 책을 우연히 본 아이는 '와! 이 작가 우리 집에 책 있는데!'라며 알은체를 했다.

자신이 본 책만을 판매하는 서점 사장님은 '이 책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야' 라며,

'있으려나 서점'을 추천했다. 서점에서 돌아오면서 아이의 가슴에 들린 책들은 아이에게 작은 행복한 기억을 남겨주었고, 집에서 나와 읽은 책 내용에 기쁨은 배가 됐다.


이번 읽기가 조금은 달랐던 것은 그 책이 나에게도 꽤 색다른 인상을 남겼던 점이다.

'있으려나 서점'을 읽으면서 작가의 기발함과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주의 깊게 한번 읽어보았다.


저자는 1973년생으로, 40살 이전까지는 회사원이었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출간한 첫 그림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그림책을 지금까지 출간하고 있었다.

마흔 살에 데뷔한 신인 그림작가가 어떻게 베스트셀러 작가 되었을까? 그것도 작가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라는 궁금증이 났다.


마침 작가를 인터뷰한 기사를 찾을 수 있었는데, 서른 살부터 마흔 살까지, 그는 퇴근 후 낄낄거리며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살 수 없었다고 했다.


퇴근해서 밤에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일러스트를 그렸지요.
취미가 일이 된 셈이에요.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요시타케 신스케 인터뷰 편에서


살면서 반경 5km를 벗어난 적 없다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상상력의 저력 뒤에는 걱정 많은 어린 시절의 자신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즐겁기 위해 그렸던 그림 취미가 있었다.

그 인터뷰 내용은 나에게 몇 가지 생각을 들게 했다.


어린 시절 머리가 깨질 듯 아플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나를 보며, 또 그 생각 끝에 항상 일어나지도 않는 걱정을 끌어당기며 다시 그걸 또 걱정하는 나에게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나 역시

"넌 참 피곤하게 산다. 그렇게 쓸데없는 걱정을 해대니?"라는 핀잔과 자책으로 나를 깎아내리기 일쑤였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걱정 많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마치 내 몸에 뭐를 묻힌 양 싫고 또 떼어버리고 싶은 꼬리표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9년 동안 전 세계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유명 작가의 원동력이 잡념과 걱정이었다니, 이 부분을 접하며 나는 그가 어린 시절 걱정 많은 그 아이를 인정해주고, 수용해주었음이 느껴졌다. 걱정 많은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인정해주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했었을까...


생각해보면, 꽤 최근까지도 나 역시 걱정은 나의 원동력이었다. 두렵기 때문에 알아보고, 두렵기 때문에 더 살펴보게 됐었다. 그 친구 덕분에 지금의 나로 오게 되었는데, 난 그 친구를 인정하기 매우 싫었다.


'왜 이렇게 걱정이 많니, 쯧쯧 시간이 남아도는구나. 또 시작이네...'라는 질책으로 나를 얼마나 밀어붙이기만 했지, 그런 자책을 받는 나의 마음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그런 내가 어쩌면 지금 나의 아이에게도 부드러움을 가장한 동일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는 않은 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에이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라는 말과,

'걱정되는구나 그럴 수 있지, 요시타케 아저씨도 그랬대. 엄마도 그랬어. 전 세계 어딘가에 너와 같은 걱정을 하는 아이들이 있을지도 몰라. 그 친구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니?'라는 말은 동일한 전환을 바라지만 줄 수 있는 메시지는 전혀 다른데...


마찬가지로, 나는 걱정 많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 지금의 나에게 '걱정'이란 나의 친구를 당당히 인정하고 그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볼 수 있겠구나... 아니 도움을 청해야 하는구나.





'네가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니?'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그 내용들이 새롭기도 하고, 사실적이면서 환상이 있기 때문이야!'


언제가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엄마가 브런치 작가가 된 건 있으려나 서점에 나왔던 것처럼 작가의 감수성 주사를 맞아서 그런 거 아닐까?


현실과 환상을 연결해서 새로움과 즐거움을 주고 있는 한 사람의 출발이

자신에 대한 위로와 인정으로부터 라는 것이 나에게 이토록 여운을 남긴다.


- 사실 요시타케 씨를 만나면 ‘어떻게 하면 재밌는 어른이 될 수 있는지’ 꼭 묻고 싶었답니다.

"가나가와현에 사는 가장 눈에 안 띄고 마음 약한 아이가 저였어요(웃음). 어릴 적부터 ‘뭘 해도 안될 거야'라고 자주 비탄에 빠졌어요. 그래서 항상 현재 상태의 반대를 가정해요. 어떻게 하면 즐거워질까, 덜 심심할까, 나쁜 생각에 지지 않도록 노력을 했어요. 그렇게 나를 즐겁게 하려는 연습이 그림책으로 나왔어요."

-오로지 당신 한 사람을 위한 그림이었나요?

"그렇습니다. 저는 여전히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내 그림은 나만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전 세계 독자들이 웃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도 나는 보통의 명랑한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지 않아요. 나의 어린 시절, 걱정 많은 어린이 요시타케를 재밌게 만들려고 그리죠. 걱정 많은 아이가 100명 중 10명은 있지 않겠어요?(웃음)"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요시타케 신스케 인터뷰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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