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그들은 서로에게 전화를 걸고, 게임 서버에 접속하여 같은 가상공간 안에서 그들만의 생활을 만든다. 아이에게 1시간이라는 그 시간은 집을 짓는 시간이며, 밭을 일구고 닭을 키우는 시간이다.
한 번은 아이가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닭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 열심히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듣고 있자니 흥미로워 '현실에서도 키워볼래?' 했더니, 본인은 게임 안에서 키우는 것으로 만족한다 했다. 잠시 '게임 안에서 그런 대리만족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튼... 이번에는 좀 다른 얘기를 해보고 싶다.
두 아이는 주말마다 서로의 시간을 오매불망하며, 음성과 게임의 동 시간을 영유했는데, 조금씩 투닥거리더니 점점 그 투닥되는 말투와 언성, 말들이 까칠해지기 시작했다.
스피커폰으로 진행되는 그 음성의 소리들이 참 따가워서, 그 소중한 시간에 내 일을 하고 싶었지만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같이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한 날은 내가 게임이 끝난 후, "형아랑 이 게임하는 거 재밌어?" 하고 물으니, "재밌었나?... 그런 것 같기도 한데, 뭔가 기분이... 좀 그래요"라며 "아니 형아가..."라고 볼맨 소리를 했다. "너는 이 게임 기다리는 이유가 뭐야?' '난 형아랑 여기저기 가고 싶은데 형아는 자꾸 채굴만 하자고 해요"
내가 이해한 바로 이 게임의 주요 활동은 노동이다. 열심히 채굴을 하여 다이아몬드나 기타 등등을 얻고, 그것으로 적군도 무찌르고 집도 지을 도구도 얻고 하는 것인데, 상황을 며칠 관찰해보니, 아이의 사촌 형은 '각자 지역을 맡아 열심히 채굴하자!'를 목적으로 이 게임에 참여하고 있었고, 아이는 '형과 함께 이 게임을 탐험한다.'라는 목적에 임하고 있었다.
서로의 목적으로 보면 그들이 함께 움직이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생산성을 올리려면 함께 여기저기 탐험하는 일 같은 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그 둘은 게임 1시간 내내 '따라오지 말라느니, 네 일을 하라느니''같이 가자느니, 대체 어디로 갔냐' 등의 말로 50%를 채운다. 그러다가 결국 마지막엔 서로에게 약간의 생채기를 내고 게임을 마무리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이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해줘야 할까 고민하다가, 꼬리를 물며 문득 아이들의 재능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여러 해 동안 지켜봐, 조카는 무엇인가를 해내는 성취하는 재능이 있어 보였다. 애초 관심이 없었더라도 한번 하게 되면 꾸준히 그것을 이루어 내려는 능력이 강했다. 큐브 맞추기도 그렇고, 그림 그리기, 만들기, 숙제하는 결과물을 내는 것 하나하나 중간 날려버림 없이 끝까지 해내는 친구였다.
반면, 우리 아이는 탐구와 배움 자체를 즐긴다. 무엇을 할 때, 그 순간의 탐색이 즐거워서 좀 더 들여다 보고, 거기서 알게 되는 학습이 즐거워서 또 들여다보는 그 아이만의 재능이 있었다.
게임 속의 투닥거림은 이런 두 재능이 만나 하나의 게임을 해 나가는데, 협력이나 함께하는 전략보다는 서로의 고유성에 맞춰 열심히 잘 살린 것이, 어찌 보면 아이들이다 보니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형국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을 펼치니, 조카를 보며 '아 녀석! 이런 성취력으로는 뭘 해도 잘하겠네!', 또, 우리 아이를 보며 '탐구와 배움이 있으니 뭐든 잘하겠군! 호기심이 원천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 둘은 정말 무엇이든 잘할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우리 아이는 학습 자체는 좋아하지만, 성취에는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무엇인가를 차분히 끝까지 해내는 것은 아이에게 많은 인내를 불러일으킨다. 오직 새로운 것을 익히고, 학습할 때만 집중할 뿐이지, 그것을 능숙히 하기 위한 숙련의 시간은 고통이다 보니, 복습을 위한 숙제는 늘 괴롭다.
반면 조카는 무엇인가 주어지면 그 숙련의 시간을 좀 더 잘 견뎌내서 결과를 만들어 내지만, 학습이나 호기심 자체가 많지 않아 무엇을 해야 할지 항상 두리번거리며 시간을 보내거나, 게임같이 본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놀이에 열을 올린다.
그러다 보니, 나를 포함한 양쪽 부모가 하는 말은 늘 약점에 취중 되어 있었다. '왜 이렇게 노력을 안 하니' , '아니 게임만 열심히 집중해서 하지'라는 말을 많이 했다는 반성이 들었다.
물론 이런 면들은 각 아이들이 습득해야 하는 것 중 하나임에 틀림은 없다.
다만, 발전과 개발이란 측면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며, 아이가 가진 재능과 고유성을 중심으로 그것이 더 날개를 달 수 있게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고, 그래야 자기 긍정이 쌓인다는 걸 알면서도 참 쉽지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토록 자신의 재능을 본능적으로 드러내고 끊임없이 활용하고 싶어 하는대도 말이다.
두 아이의 게임을 보며, 한 책에서 소개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올랐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물고기를 나무 오르는 능력으로 평가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바보라고 믿으며 살 것이다. 물고기는 헤엄을 잘 치고, 원숭이는 나무를 잘 오르며, 치타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각각 다른 동물들이 저마다의 능력이 있듯 사람도 저마다 자기가 잘하는 능력이 있다. 두루두루 다 잘할 수는 없기에 우리는 자신이 잘하는 재능을 찾아 한 분야에서 남보다 탁월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한다.
- 내 아이의 첫 미래교육 중에서(알버트 아인슈타인 명언), 임지은 지음 -
두 아이의 투닥거림이 꽤나 시끄러워, '아니 그렇게 서로 양보를 못하냐'며 들었던 생각이었지만, 결국은 그들은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자기만의 빛을 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고, 자신 만의 재능과 고유성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이해시키는 것은 어른의 몫이고, 그 아이의 재능을 발견해주고, 발전시켜주는 것 또한 부모가 해줘야 하는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럼 난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더해야만 하는지... 스승님들 덕분에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