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ed Enabler
Dec 10. 2021
아이가 학교에서 꿈끼 발표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가기 전의 설렘은 간데없고, 터덜터덜... 그러면서 기분 안 좋아라는 단어를 연발했다.
'아이들이 정말 집중을 안 했어요. 너무 떠들었어요.'
제 생각만치 재밌고, 집중되는 시간이 아녔음에 대한 실망감이 큰 눈치였다. 그래서 난
'그래? 그럼 넌 어떻게 했는데? 너도 떠들었니?
라고 물었고 '저는 안 그랬어요'란 말에 '와~ 잘했구나!'라고 아이의 행동을 칭찬해주었다.
저녁이 되어 잠깐의 놀이시간에 아이는 나에게
'아까 꿈끼 시간은 정말 엉망이었어요. 너무 소란스러웠어요'라고 말하면서,
'오죽하면 선생님도 기분 좋지 않아 보였어요'라고 다시 얘기를 했다. '아이고... 애들이 왜 그랬을까, 오랜만에 그런 걸 해서 들떠서 그랬나 보다.'라고 이해하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날 밤 자기 전 아이와 얘기를 나누는 시간에
'오늘은 정말 안 좋았어요. 한쪽 부분 아이들은 누가 발표할 때마다 뭐는 어떻고, 저건 어떻고... 그건 좋지 못한 행동이에요.'
이쯤 되자 난 좀 더 진지하게 이 얘기를 생각해보며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라는 나름의 질문을 던지고,
'그래서 너는 그걸 통해 무엇을 느꼈니?'라는
나름의 머리를 굴려 배움을 느낄 수 있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아이는 '애들이 왜 그랬는지... 진짜 몰라요.' 하며
말과 행동의 중요성에 대한 자기 생각을 조금 말한 후 잠이 들었다. 나도 그렇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문득
아이는 왜 세 번씩이나 나에게 그것을 얘기했을까?
아이의 실망이 그만큼 컸구나...라는 생각에 미치자,
그렇다면 나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이 내 마음에 내려앉았다.
아! 난 아이의 말에 리스닝을 잘하고 있었을까?
아이는
'아이고... 속상했겠다. 기대 많이 했는데!'
라는 자신의 마음에 말을 걸어주기를,
자신의 마음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란 것이 아니였을까...
'난 꽤 경청을 잘해, 상대의 말을 많이 들어줘'라고 말은 하지만 나는 정말 리스닝을 하고 있다는 것인지,
아님 상대의 말이 내 귓속을 맴돌다 말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며,
그건 알겠는데, 들었는데 내 생각은 이래서...라고
잊혀지거나 없어져버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였는지...
상대의 말을 listening 한다는 것은
단순히 hearing 이 아닌 듣고, 상대의 말을 나의 생각에 입혀서, 그것이 정말 어떠했을까를 생각해보고,
그것에 대한 상대의 마음과 생각에 공감해주며,
필요하면 반영해주는 것
결국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상대의, 아이의 이야기를 해줘야 했음에 미련과 아쉬움이 남는 다음날의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