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앞두고 몬가 배속에서 뭉글뭉글한 기분이 올라오려고 한다. 이틀 전인데 벌써부터 긴장이라니..
어제 집에 가는 길에 '스걸파'영상을 보며, '아니, 저렇게 어린 친구들이 카메라에 찍혀가면서, 본인의 실력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보인다니...
모지? 저 자신감은?' 참으로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를 사람들에게 보이는 일, 내가 평가받는 일에는 어찌나 긴장되고 떨렸던지...
멀쩡히 잘 보던 모의시험, 학교 시험이었는데, 결정적 날이 되니 예상할 수도 없는 점수와 결과들을 받고 말로 표현 안 되는 좌절감을 느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게 더 나를 작게 더 작게 만들었었는데...
과거의 나를 누르고 있던 그 경험 속에서 빠져나오길 결심했던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들 앞에 나서서 얘기를 해야 할 때면 입속이 바짝바짝 마르는 건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다 있는 자리에서의 토론은 다소 사나울 정도로 거침없는데 막상 '니 차롑니다'하면 버쩍버쩍 입부터 마르더라니...
인간의 종이 다른 것을 나를 못난 취급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를 깨고 또 깨자 했던 것은 나의 스승님이신 아드님 때문이었다. 스승님께서는 매번 우매한 어미를 몸소 나서 가르침을 주시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쟤만 자기소개 안 했어요! 28명 다 했는데!" 지나가던 아이가 우리 아이를 아는 척하며 학기 초에 한 말로 나는 어찌나 놀랐던지... 아니 이걸 놀랍다고 표현해야 하나?
우려가 현실이 됐을 때 드는 감정을 뭐라 하드라...
'너 혹시 학교에서 자기소개 안 했어?' '응' 왜 말했냐 하니 '그냥'이라는 대답 속에 고구마 얹힌 속마음으로 이리 굴려 저리 굴려 겨우 답을 들었다
너무 떨렸어, 미리 얘기 안 해주고!
맙소사! '안녕! 잘 부탁해! 가 뭘 더 준비해야 잘 나오는지... 그와 동시에 그 떨림이- 매우 안타깝게도 너무 이해된 나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날 저녁에 '오늘 자기소개 안 해서 아쉽지 않아?' 했더니 아쉽단다. '그럼 돌아가며 우리 자기소개나 해 보까?'
아이는 급 화색을 띄며 자기부터 해보겠단다. 그러면서 술술 자기를 소개하는데 '와! 잘한다. 앞으로 그렇게 하면 되겠다. '라며 호들갑스레 칭찬해주었다. 아이고 이놈아...
내일 가서 다시 해본다고 말해 보까?
'응? 할 수 있겠어?' '응! 나 말할 수 있어'
혹시나 선생님께서 안된다고 하셔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실망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며, 그래 한번 해보라는 부담스럽지도 실망스럽지도 않은 적당한 응원으로 그 날의 방구석 자기소개를 마무리했다.
그 다음날 아이는 혼자서 뜬금없이 반 아이들 28명 앞에서 자기소개를 확. 실. 히. 하고 내려왔다.
아니?...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간단히 비교 공식으로는 꽤 아이러니한 순간이였다.
28명과 함께 뭍혀서 하는 자기소개 용기 << 그 다음날 굳이 따로, 다 끝난 자기소개를 혼자 하는 용기
이 친구...참 알 수 없구먼.
스승님께서 몸소 보여준 이번 일은 나에게 2가지 교훈을 주었는데,
이 굴레를 내가 깨어 보여주어야지!
떨림을 접고 자신 있게 당당하게 도전하고 내 표현하는 모습을 '엄마로서 앞장서서 먼저 밟아줘야겠다.'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괜찮다는 듯이!라는 다짐과 함께,
또 다른 하나는,
스승님은 역시 나보다 낫구나.
9년생 꼬마의 담백한 용기를 보면서, 43년생의 엄마는 이렇게 또 배웠다.
'하면 하는 거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면 해~ 연습했으니, 준비했으니 나는 할 수 있지'
10개월 준비 기간 속에 부심도 있었고. 깨달음도 있던 만큼이나 그에 따른 좌절도 겪은 지금은 이전과는 또 다르게 성장했음을 체감적으로 느낀다. 이미 얻을 건 얻었다.
이런 노력 속에 성장한 나를 자랑스러워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전 과는 다르게 좀 더 과감스레 하는 나에게
'이야~ 진짜 너 점점 더 멋져진다. 이번 시험에서 그동안 알게 된 걸 담담히 보여주고 와! 네 실력 어디 도망 안 간다.'
라며 호들갑스레 칭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