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재넘어 금대암에 올라

경남 함양 오도재와 금대산 금대암

by 황하
메인.JPG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오도재 넘어 금대암에 올라


아름다운 길 오도재

함양읍에서 마천으로 지리산 가는 길이라면 빠뜨리지 말고 지나 가볼 만한 곳이 오도재 넘어가는 것이다. 읍내에서 남원 가는 24번 국도를 따라 약 10분을 달리다 보면, 마천으로 이어지는 1024번 지방도로가 왼쪽에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마을들을 지나고 이내 뱀처럼 구불구불 올라가는 고갯길, 오도재를 만나게 된다. 오도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며 특히 늦은 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차량 불빛의 흐름이 장관이다.


오도재에 오르면 비로소 지리산의 품에 안겼음을 느낄 수 있다. 지리산은 그 높은 봉우리들과 깊은 계곡을 통해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역사의 크고 작은 전쟁을 피해 가지 못했으며, 시대의 변화 때마다 격랑을 고스란히 맞아왔고 왜구의 침략, 일제의 식민지 지배, 그리고 한국전쟁까지, 언제나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던 산이 지리산이다. 오도재를 넘어서면 내게는 애환으로 가득 찬 긴 골짜기가 펼쳐진다. 노고단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심원계곡, 달궁계곡, 그리고 반야봉에서 흘러내린 뱀사골 계곡과 합쳐져 점점 거칠어진다. 이후 산내면 삼거리에서 운봉, 아영, 인월의 골짜기 물을 만나며 더욱 세력을 확대하고, 칠선계곡과 백무동 계곡물이 합류하면서 마천과 산청을 거쳐 남강으로 흘러가는 거대한 물길을 이룬다.


내 어머니는 만수천과 람천이 합수되는 산내 백일마을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빨치산의 만행을 포함한 수많은 고난을 겪어야 했고, 이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당시의 민중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그러한 시련을 견뎌냈는지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지리산이 간직한 역사와 그 속에서 펼쳐진 수많은 인생 이야기는 자연의 아름다움만을 넘어서, 우리에게 깊은 교훈과 성찰의 기회를 얻게 해 주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대의 아픔이 가슴 깊이 새겨져 있어, 이곳을 찾을 때마다 여전히 각인된 그 슬픔이 되살아나 한숨을 짓게 한다.


오도재-2.jpg


숨어들어 지리 능선을 내려보는 곳 금대암

금대암은 남천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 능선과 나란히 마주 서 있는 삼봉산 줄기 끝 해발 700미터 금대산 정상 부근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절 마당 근처까지는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어 오르는데 무리가 없다.


금대암으로 가는 길은 천천히, 그리고 자주 뒤돌아보며 올라가야 한다. 길이 가파르기도 하지만, 돌아볼 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풍경들이 마치 슬라이드 쇼처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도마마을의 다랭이논, 벽소령 너머로 지나는 구름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바래봉 너머로 떨어지는 낙조라도 만나게 되면 시간을 잊고 그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금대암 마당에 서면 오백 년 된 국내 최고령 전나무가 웅장하게 서 있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전나무 너머로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의 주 능선이 마치 너울대는 파도와 같이 한눈에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어느 곳에서도 이처럼 천왕봉을 포함한 이십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대한 능선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을까? 켜켜이 쌓인 능선과 크고 작은 골짜기가 넘실대는 모습 너머로 하늘과 땅이 경계를 이루는 마루금의 모습은 단순히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표현이다.


대웅전 뒤쪽으로 한 단 높게 축조된 나한전(羅漢殿)의 모습 역시 아늑하기만 하다. 오백 년 전나무를 주장자 삼아 지리의 능선을 지긋이 내려보며 대웅전 석가여래가 선정 삼매에 들고, 나한전 나한들이 따라 선정 삼매 드는 모습이 눈에 선연하게 그려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금대암과 지리산의 전경은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 세월의 흐름과 자연의 위대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경험을 선사한다. 금대암 마당에 서서 이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리산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충분히 깨닫게 해 주고 있다. 금대암은 바로 이러한 지리산의 웅장한 풍경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으로, 오랜 세월 암자를 지켜온 앞뜰의 전나무와 함께 지리산 여행의 백미를 보여주고 있다.


금대암은 높고 고요하다. 주변은 장엄하고 엄숙하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동화되어 목소리는 저절로 낮아지고 발걸음은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숨을 고르며 삼배를 올리고 법당문을 돌아 나오는 길, 늦잠 잔 지네 한 마리 예불 올리러 가는 길일까? 예불 마친 스님은 기척도 없는데 서둘러 나한전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금대암-3.JPG
10848565_895366180527914_4204998401814947117_o.jpg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은 월간 조세금융신문에 매월 연재중에 있습니다.


#황하와떠나는달팽이여행 #황하와떠나는식도락여행 #마실투어 #달팽이 #금대암 #지리산 #오도재



오도재는 함양읍에서 마천면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가파른 비탈에 길을 내야 해서 8자 형태의 길로 만들어진 탓에 밤이면 이 길을 올라오는 자동차 불빛의 궤적이 아름다워 사진가들에게는 야간 촬영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금대암은 마천골을 가운데 두고 지리 능선과 나란히 솟구친 금대산 정상 부근에 있는 절이다. 주변에 실상사, 벽송사, 서암정사 등 익히 알려진 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금대암은 그래서 오히려 절집다운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절 부근까지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쉽게 오를 수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무심無心히 무등無等에 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