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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Mar 11. 2017

양반 해장국, 효종갱(曉鍾羹)

해장국 기행(경기도 ②)-광주시 남한산성 고향산천




해장국을 이야기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효종갱이란 '국'입니다. 조선시대 말 남한산성 내에는 갱국을 끓이는 국 마을 갱촌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끓인 국을 도성의 양반들이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배달을 시켜 먹었던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이 효종갱이 문헌(해동 죽지ㅣ海東竹枝1925)에 등장하는 해장국이며 우리나라 배달음식의 효시라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사실 해장국 하면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인식되는데 반해 효종갱은 그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양반네들이 먹던 음식이라서 들어가는 재료부터 남달라 보입니다. 주 재료로 소갈비, 해삼, 전복, 표고버섯, 자연산 송이버섯이 들어갑니다. 예나 지금이나 귀하고 그래서 비싼 식재료들입니다. 


육수는 배추속대를 비롯한 다양한 야채와 들깻가루, 된장을 풀어 장시간 우려냅니다. 그렇게 끓인 국을 새벽이 되면 항아리에 담아 식지 않게 솜으로 싸서 달구지에 실어 한양까지 날랐다고 합니다. 도성 통금 해제를 알리는 새벽종이 울리고 사대문이 열릴 무렵이면 도성에 당도하였다 하여 효종갱(새벽 효(曉), 쇠북종(鍾), 국갱(羹))이라 부르게 되었다는데, 양반들 속을 달래주기 위해 밤새 먼길을 왕래했을 하인들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였을까요?


효종갱을 만들어 파는 집이 남한산성내에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옛 음식 고증 차원에서 발굴하여 정식 메뉴로 판매하는 집들도 늘어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효종갱은 여전히 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해장국입니다. 물론 들어가는 식재료가 비싼 것들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만원이 넘어가는 해장국을 먹기란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산성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효종갱을 전승해오고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가 큰 맘먹고 주문을 합니다. 잠시 후 효종갱과 마주합니다. 비주얼은 각종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간 맑은 국입니다. 보이는 것처럼 국물 맛 역시 개운합니다. 오랫동안 우려낸 야채의 맛이 국물에 시원하게 배어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고급진 음식만 먹었을 양반네들이 즐겨 찾았을 법합니다. 하지만 얼큰하거나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밍밍하기만 하여 별로 일 것 같습니다. 고춧가루나 매운 고추를 쓰지 않아서입니다. 오래 끓여서 그런지 야채는 흐물 해져 식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입맛은 천차만별이니 이쯤 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격적인 면을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로 인해 웬만하면 만원을 훌쩍 넘는 음식들이 늘어나는 현실과 들어가는 식재료를 따지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해장국 한 그릇이 12,000원에서 15,000원 한다는 것은 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식은 아니듯 합니다. 


지자체 차원에서 남한산성을 중심으로 조리실습과정을 교육하는 등 판매업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나 보급은 저조합니다. 양평해장국, 선짓국, 순댓국 등 요즘 시대 즐겨 찾는 해장국 트렌드와는 거리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의미와 계승되어 온 전승 음식이라는 점에서 한 번쯤 맛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끌리는 맛은 아니어도 의미를 부여하면 호기심이 생기고 그 맛 또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해장국이란 개념보다는 보양식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가격적인 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삼계탕 가격이 만원을 훌쩍 넘어도 비싸다고 인식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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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갱을 파는 곳은 광주시 남한산성내 고향산천(031.742.7583)과 한마당(031.743.6602) 등이 있으며 경기도 김포 아리랑 한정식(031.9981.2323)과 인천 송도의 한 호텔 식당에서도 정식 메뉴로 판매를 하고 있다 하나 가격이 3만 원대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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