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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Mar 27. 2017

언 가슴 녹여주는 볼테기 맑은탕

해장국 기행(경기도 ③)-인천 부평시장/태평양 볼테기 전문점


뽈, 볼테기는 얼굴 즉 볼을 뜻하는 경상도 지방의 방언입니다. 볼테기라고 하고 뽈때기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 사투리라 보면 됩니다. 방언이 섞인 다양한 이 말의 표준말은 ‘볼’입니다.

뽈이라는 말의 쓰임은 생선에서 많이 쓰입니다. 그중에 대구(大口魚)라는 바다 물고기에게 이 단어를 붙여서 사용합니다.


대구는 한자(漢字)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물고기에 비해 입도 크고 머리도 큰 물고기입니다. 보통 생선 머리는 먹을게 별로 없기 때문에 대부분 버리는데 비해 대구는 머리가 크다 보니 붙어 있는 살이 많습니다.

볼테기 찜, 볼테기탕 등 살이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별도의 음식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을까요?

또한 대구라는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비리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생선살은 삶으면 쫄깃하며 담백합니다. 오래 끓여내면 마치 사골처럼 뽀얗게 맑아집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대구는 머리에서부터 내장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리는 게 없습니다. 머리는 찜을 하거나 탕을 끓여내고 아가미와 알, 창자, 곤이는 젓갈을 만듭니다. 대구 모젓, 장지 젓이라 불리는 젓갈이 바로 대구 아가미와 내장으로 담그는 젓갈입니다. 몸통 살 역시 찜이나 탕으로 많이 쓰이고 말린 포나 튀김으로도 즐겨 먹습니다.

이렇듯 쓰임새가 많은 대구 가운데서도 대구 머리를 이용한 요리가 발달했다는 것은 외국에서는 놀랄 일일 겁니다. 서양에서도 대구는 오래전부터 즐겨먹던 생선이지만 머리까지는 먹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대구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다수가 뽈살이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아가미 위에 붙어있는 동전 크기의 뽈살은 맛으로 치자면 최고의 백미입니다.

어두일미(魚頭一味)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어원은 대구를 비롯한 도미 등 머리가 큰 흰살 생선에서 비롯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대구 머리는 맛으로 치자면 최고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러니 머리만 이용한 요리까지 발달해왔겠지요.





삼월이지만 아직 한기가 남아 있어 잔바람에도 몸이 움츠러들던 날, 베트남에서 유학 온 어린 친구를 데리고 부평시장 근처의 볼테기탕을 주 메뉴로 하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이 친구 나이가 내 큰딸아이와 같은 스물두 살이고 이 친구 아버지가 나와 동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언젠가부터 내 자식처럼 남다르게 느껴지는 아이입니다. 한국에서 두번째 겨울을 보내는 아이지만 여전히 한국의 날씨는 매서운가 봅니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서도 추워하는 모습을 보면 측은하기만 합니다. 해서 이 친구에게 자극적이지도 않으며 속을 든든하게 해줄 수 있는 음식을 찾다가 볼테기탕을 먹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 친구가 사는 곳에서 가까이 있는 볼테기탕 전문 식당을 찾았습니다. 이 집은 생선찜이나 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입니다. 그 가운데 볼테기탕이 주메뉴입니다. 볼테기탕을 전문적으로 하는 집이다 보니 뽀얗게 우러난 국물부터 남다릅니다. 거기에 미나리가 듬뿍 들어가 있으니 더 시원할 수밖에요. 가슴지느러미가 들어 있는 걸 보니 고기 부위는 목살 이전 부분까지를 쓰고 있습니다. 뽈살과 더불어 맛있는 부위 가운데 한 곳인 목살까지도 들어갔으니 제대로 된 어두일미(魚頭一味)입니다.

식초를 좋아하는 나는 맑은탕을 먹을 때는 항상 식초 몇 스푼을 넣어 먹습니다. 개운한 맛에 새콤한 맛이 가미되면 국물은 더 담백해집니다. 한 그릇 비워내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베트남에서 유학 온 젊은 친구는 공깃밥을 두 그릇을 비웠습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니 왠지 가슴 한편이 짠해집니다.




대구를 비롯한 흰 살 생선은 지방 함량이 적고 비타민 등 영양분이 많아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즐겨 먹어온 생선입니다. 그 가운데 특히 대구는 지방 함량이 1%대로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좋고 반면 단백질 함량은 높아 영양가가 높습니다. 대구로 끓이는 탕에 콩나물, 미나리, 무 등을 가미하면 숙취해소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자극적인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볼테기 맑은탕이나 대구 맑은탕이 제격입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서는 길, 들어갈 때 추었던 날씨가 어느덧 훈훈해진 느낌이 드는 것은 과한 표현일까요? 볼테기탕 한 그릇으로 베트남에서 온 젊은 친구나 나나 기분이 즐거워졌습니다. 먹는 것 역시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식도락(食道樂)이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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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볼테기 전문점(032.526.2356)은 인천 부평시장 초입에 있는 생선요리 전문점이다. 특히 대구 볼테기를 재료로 한 탕과 찜으로 널리 알려진 집이다.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주당들에게는 숙취해소 식당으로 즐겨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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