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선운사
동백이 꽃망울 열기를 주저하는 것 보니 아직 봄은 멀었나 보다.
푸른 납자 규율하는 선방 노스님처럼 선운사 절집을 감시하듯 지그시 내려보고 있는 동백나무 숲, 겨울이 한창이어서 인지 동백숲에는 숨어들던 산새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람에 부딪치는 갈바람 소리도 소슬하다.
삭막하고 지루한 겨울날 잿빛 무채색의 풍경 속에 꽃망울 여는 동백은, 그 꽃색이 붉은색이어서 유독 눈에 들어오고 뇌리에 오래 각인된다.
눈이라도 내려온 세상이 순백인 날, 쌓인 눈 사이로 빼꼼히 머리 내미는 저 붉디붉은 꽃잎을 보노라면 탄성이 저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오죽했으면 송창식은 그의 노래 선운사에서
'나를 두고 떠나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 나실 거예요'
라고 붉은 동백의 아름다움을 슬픔으로 비유했을까.
아직 선운사 동백은 긴 겨울을 지나고 있다. 그래도 몇몇 성급한 녀석들은 살짝 붉은 꽃잎을 드러내며 꽃망울 터뜨릴 채비를 하고 있다. 이는 곧 봄이 올 거라는 무언의 신호이다.
우리들 모두에게도 이처럼 동백따라 마음의 봄이 함께 와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욕심일까.
내 사는 삶이나 세상 돌아가는 이치나 정도의 차이일 뿐 그 파장은 비슷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세상도 잘되고 나도 잘되어야 살림살이가 안정될 텐데, 작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나도 그렇지만 세상도 시절이 하 수상하다.
눈 소식이 들리면 혼자서라도 슬쩍 선운사를 한번 더 다녀와야겠다. 속세를 떠나지는 못하지만 찰나 같은 한순간 만이라도 세상 시름 잊고자 붉디붉은 동백꽃잎에 내 맘, 마저 흠뻑 물들이고 와야겠다.
그리고 붉게 물들인 마음으로 다시 올 봄날을 기다려야겠다. P&C by 黃河
#황준호와떠나는달팽이여행 #달팽이여행 #애니투어 #느티나무클럽 #달팽이 #선운사 #고창선운사 #선운사동백
*선운사는 전라북도 고창에 있는 사찰이다. 백제 위덕왕 때 검단선사에 의해 창건된 선운사는 그 역사가 천년에 이른다. 절로 가는 초입의 도솔천 풍경은 사계절 내내 아름 다우며 절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동백나무 군락지가 유명하다. 동백나무 또한 수령이 5백 년이나 되었다 하는데 천연기념물 제 184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그 외에도 대웅보전 등 많은 보물과 도솔암을 품고 있는 도솔산은 그 경관이 뺴어나 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