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섬진강변에서

전북 순창군 적성면

by 황하

내게는 가슴속 한편에서 항상 흐르는 마음의 강이 있다. 섬진강이 내게 그런 곳이다. 살아온 세월 중에 섬진강변에서 보낸 시절은 5~6여 년에 불과하지만 곡절이 많아서일까? 강변을 떠나 서울에 안착한 지 30여 년이 되어가는 데도 강은 늘 내 마음속에서 흐르고 있고 늘 그리운 대상이다.

86번째 떠나는 느티나무 여행길에 나는 고즈넉한 섬진강변에서 하루를 묵기로 결심하고 순창 체계산 건너 외딴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동행한 이들에게 전북 내륙과 섬진강변의 숨어있는 아름다운 곳을 보여주기 위해 운일암반일암과 용담호, 그리고 마이산과 옥정호, 구담마을과 장군목 등을 세세히 둘러보며 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늦게 도착한 민박집 주변을 둘러볼 틈도 없이 이내 해가 저물었다.





동트기 전 일어나 그제야 강가를 둘러본다. 고요하고 재잘거리듯 흐르는 물소리가 내 살던 냉천 앞 물소리처럼 익숙하다. 체계산 위로 떠오르는 해의 모습이나 외궁 쪽 켜켜이 쌓인 산 능선 위로 떠오르던 해의 모습도 닮아서 친숙하다. 엷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세월을 찰나로 거슬러 오르게 하더니 30여 년 전의 강둑에다 어린 나를 앉혀 놓는다.


부지런한 물고기만 가끔 푸득 거리며 적막을 깨워줄 뿐 강변은 여전히 게으른 듯 고요하다. 하지만 그러 든 말 든 강물은 쉼 없이 흘러내리고 이른 햇살 머금은 철쭉은 꽃몽오리 터트린다. 민들레 홀씨는 날아오를 채비를 마치고 바람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IMG_4569.JPG
IMG_4551.JPG



연어가 회귀하듯 사람도 나이 들면 의지와 상관없이 고향을 찾는다 했다. 나 역시 나이 든다는 징조일까? 어느 해부터 어린 시절 자라온 곳들이 그리운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는 그곳을 가끔 아무도 몰래 찾곤 한다. 굳이 숨어들 듯 찾아가야 할 이유 없지만 풀지 못한 수수께끼처럼 아직 내 가슴에서 온전히 녹아내지 못한 그 어떤 애증이 남아있기 때문일 게다.

강변에서 흐르는 강을 본다. 강변에서 다시 회귀할 강물을 본다. 먼 바다로 흐르다 햇볕따라 바람따라 날아올라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강물로 되돌아오는..... 사람에게도 이처럼 인과의 법칙이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한 줌의 재가 된다한들 무엇을 겁내 할까! 이른 아침 고향 닮은 강변을 어슬렁 거리며 화두 거리 하나 챙겨 든다. 여전히 강은 흐르고 있다.

P&C by 黃河


#황준호와떠나는달팽이여행 #달팽이여행 #애니투어 #느티나무클럽 #달팽이 #섬진강 #순창섬진강 #섬진강의봄


*옥정호에서 시작하여 순창 지나 곡성까지 이어지는 섬진강변은 구례 하동구간 못지않게 아름다운 곳이다. 진안과 임실을 지나는 동안 깊은 계곡으로만 흐르던 강은 순창 채계산 부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강폭을 넓힌다. 섬진강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있는 산길이 강따라 산굽이 따라 함께 흐르고 있어 차창밖 풍경만 드라이브해도 좋고 가벼운 배낭 메고 한량없이 걸어도 좋다. 특히 강을 따라 걷기 좋게 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선운사 동백은 아니 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