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 마곡사의 가을
그렇기에 그들의 단풍은 아름답고 위대하다.
수필가 강석호 선생께서는 어느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가을 단풍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누가 일러 단풍을 수분과 영양부족으로 죽어가는 병색이라 했던가. 그것은 자기완성이요 내일을 위한 희생의 미덕이다. 여름 내내 온갖 질고를 이기며 녹음과 그늘로 인간을 시원케 해주고 더러는 후대를 위하여 열매와 씨앗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내일의 새싹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며 정작 자신은 부토가 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태양이 서산을 넘어갈 때 마지막 찬란한 빛을 발하는 것처럼 그들도 잔조의 빛을 단풍으로 아름답게 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단풍은 아름답고 위대하다.』
누가 이 표현에 사설을 덧붙이겠는가! 비록 하나의 사물을 놓고서도 보는 사람 마음의 각도에 따라 수만 가지로 달리 보일 수 있겠지만, 눈시울 붉힐 만큼 황홀토록 아름답다가 어느 순간 뚝 떨구어내는 나무 잎의 한 생을 보며 연민과 쓸쓸함으로 인해 자신 스스로까지 젖어들고 마는 현상은 이가을에 누구나 한번쯤 겪는 열병 같은 일상이다.
우리네 삶이 늘 불확실의 연속이어서 한 치 앞을 가늠키 어렵지만 그래도 내일을 꿈꾸지 아니하고는 오늘을 견뎌내기 어렵듯이, 그래서 억지로라도 내일을 희망이라 부르며, 여기며 삶을 반복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단풍과 낙엽은 생의 마감이라는 절망으로 보이기 십상이기에 강석호 선생은 마지막 빛을 발하는 단풍과 지는 낙엽에 대해 절망만이 아닌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사실, 붉히었다가 지는 일상의 모습에서는 비관과 좌절과 절망 등, 희망이 꺾이는 모든 수식어를 대동하여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그마만큼 떨어져 나뒹구는 모습은 절망과 종말의 모습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달리 생각해보면 지는 모습 그 자체는 다음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요 위대한 산화이기에 그래서 지는 모습조차 아름다운 종말의 시각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는 낙엽으로부터 절망만이 아닌 다른 모습을, 억지가 아닌 실체의 희망을 보아야 한다. 나목(裸木)의 모습으로 엄동의 시절을 견디어 내고, 봄 오면 빈자리에 새순 틔어내어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지나고, 다시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변할 때까지 같은 삶을 반복하며 잔뿌리 하나에도 가지 끝 하나에도 수분이 남아 있는 한 해마다 그렇게 윤회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충분히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어김없이 때가 다가오면 사방으로 붉으스레 물들여 가는 단풍의 시절 시월에는 어느 곳으로 발걸음을 나서도 사방은 온통 불타는 천지이다. 충청도의 대표적 풍경을 일컬어 예로부터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고 하였다. 봄에는 마곡사 경치가 빼어나고 가을에는 갑사의 경치가 빼어나다는 뜻인데, 가을 마곡사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생각을 달리하고도 남음이다. 그마만큼 마곡사의 가을 단풍은 눈부시게 화사롭고 예쁘다.
아름다운 이 시절에, 희망적인 이시절에 멀리 두고서 형형색색을 감상하든, 파르르 떨리는 숨결소리 들릴 만큼 가까이서 들여다보든 사방으로 젖어드는 색색들 향연의 풍경을 마주 대하고 나면 동공에는 하나 가득 오색이 물들여져 한참을 지워내기 어려울 듯하다.
올 가을, 불타오르는 낙엽에는 생의 절정을 맘껏 취하고 지는 낙엽에는 가슴 시리워만 말고 다시 올봄소식을 기다리는 희망을 음미하였으면 좋겠다. P&C by 黃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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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麻谷寺)는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자락에 있는 사찰로서 춘마곡 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 불릴 만큼 봄 풍경이 빼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추마곡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가을 경치도 아름답다. 마곡사는 수덕사와 함께 충남을 대표하는 사찰로서 조계종 제 6 교구본사이며, 택리지 등에서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손꼽을 만큼 산세가 뛰어난 형국에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