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군
남해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거제도, 진도, 강화도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섬입니다. 한려수도의 오밀조밀한 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인 망운산과 금산을 품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여수만과 돌산도가, 동쪽으로는 사량도와 욕지도가 지척에 있고, 북쪽으로는 육지인 하동과 사천만이 섬을 에워싸고 있는 아늑한 섬입니다.
섬을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거나 하동을 지나 길이 660여 미터의 국내 최초 현수교인 남해대교나 창선대교를 건너야 합니다. 남해대교 아래에는 여수만과 사천만을 이어주는 협곡과도 같은 좁은 해협이 있습니다. 이곳이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였던 노량해전의 격전지인 노량해협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적의 배 400여 척을 침몰시켰으나 적의 화살에 본인도 전사하고만 곳이기도 합니다.
섬과 육지 간의 해협이 불과 1km도 안되기 때문에 가까운 섬처럼 느껴지지만 섬에 들어서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섬 내륙을 지나는 데만도 한 시간 이상 족히 걸립니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가천 다랭이마을이나 보리암 역시 남해대교를 기준으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곳들입니다. 그마만큼 섬이 크고 넓습니다.
금산은 망운산과 함께 남해를 대표하는 산입니다. 높이는 681미터에 불과하나 산 아래부터 걸어서 오르려면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닙니다. 몇 백여 미터 지점에서 시작하는 내륙의 산들과는 달리 바닷가의 산들은 시작하는 해발고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산은 정상부에 있는 보리암까지 차량으로 갈 수도 있고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하고 있으니 힘들이지 않고도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볼 때 금산의 형태는 육산이지만 정상부 부근에는 천태만상의 기암괴석들이 들어서 있어 그 모습이 장관입니다. 보광산으로 불리던 산의 이름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이곳에서 100일 기도 후 비단(錦) 자를 써서 금산이라 부르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합니다.
천년고찰 보리암은 산 정상 부근 기암괴석들 사이에 있습니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고찰들 대부분의 유래에는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빠지지 않습니다. 보리암 역시 창건은 원효대사라고 합니다. 원효는 이곳에 초당을 짓고 수도를 하며 보광사라 명명하였고, 훗날 이성계에 의해 보리암으로 개명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보리암은 낙산사 홍련암, 석모도 보문사와 함께 불교 신자들에게는 3대 관음 성지이며 기도처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불교신자가 아니어도 보리암을 찾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금산의 정상인 망대와 보리암 절 앞으로 펼쳐지는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과 섬섬옥수 사이로 끝없이 펼쳐지는 쪽빛 바다, 이른 아침에 그 섬들 사이를 비집고 오르는 일출은 두말할 나위 없는 장관이거니와 비단결처럼 내려앉는 낙조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멋게 합니다.
오래 전의 일입니다. 강원도에서 시작한 전국일주는 동해안과 부산, 밀양, 통영을 거쳐 금산까지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때는 늦은 오후였습니다. 다행히 산은 사람들로 붐비지 않았고, 법당 문틈 사이로 들리는 나지막한 보살의 기도소리만 그나마 정적을 깰 뿐 절도 산도 때 이른 고요 속에 묻힌 시간이었습니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보리암을 뒤로한 후 상봉인 망대에 올랐습니다. 망대에서 보이는 풍경은 말 그대로 만경창파였습니다.
하늘을 가로질러온 마알간 해는 붉디붉은빛을 각혈하듯 토해놓고 섬 사이로 뚝 떨어집니다. 여운은 잔불처럼 남아 한참을 밝히더니 겨우 자즈러들고, 검은 하늘에는 촘촘히 별이 떠오릅니다. 그쯤 어둠 속으로 묻혔던 섬마을이 등대처럼 불이 밝혀지며 다시 살아납니다. 그곳에서 다시 섬마을 불들이 꺼지고 오롯이 하늘의 별만 남아 있을 때까지 혼자서 머물다가 어두운 밤길을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울컥할 만큼 아름답던 그 풍경은 시간이 십 수년 지난 지금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금산에 올라서면 보리암뿐만 아니라 산 정상부 오르는 일도 빠뜨려서는 안 됩니다. 항공뷰 보듯 다도해의 사면을 조망할 수 있으며, 운 좋으면 낙조와 더불어 하늘과 바다에서 꼬마전구 불켜지듯 촘촘히 밝아지는 불빛의 장관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남해를 여행하는 즐거움은 산과 바다와 그리고 뛰어난 경관과 유적지를 패키지여행처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급적이면 2~3일 여유를 두고서 둘러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래야 남해의 아름다운 면면들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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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도는 한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이다. 창선도 등 13개의 부속섬과 함께 남해군을 이룬다. 한려해상의 오밀조밀한 다도해에 있으며 여수와 하동, 그리고 사천시에 에워쌓여 있는 형국의 섬이다. 1973년 개통된 남해대교를 통해 하동과 연결되었고, 2003년에 개통된 창선-삼천포 대교를 통해 사천시와 연결되어 이젠 어느 방향에서든 접근이 용이한 섬 이기도 하다. 전통어업방식인 죽방렴이 현재에도 이어져 오고 있으며 죽방렴으로 잡은 죽방멸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