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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 저 홀로 쓸쓸히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

by 황하





굴을따랴 전복을 따랴

섬이 아닌 서산 간월도 부근에서는 이제 노래 가사에도 나오던 갯마을 처녀를 볼 수가 없다. 서해 물길은 안면도 남쪽을 지나 마치 호수 같은 천수만을 거침없이 채운다. 대차게 밀려오던 물길은 방조제로 인해 그 기세를 꺾고 다시 돌아나가기를 반복한다. 인위적으로 막아버린 물길, 자연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음을 아는 듯 격랑 한번 치지 않고 순응하며 잔 물결만 찰랑거린다. 오늘날 천수만의 모습이다.


간척을 하기 전 호수 같은 천수만에는 옹기종기 떠 있던 섬들의 풍경이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섬들을 지금은 볼 수가 없다. 그나마 위안은 간월암이 있는 간월도가 밀물 때라도 섬이 되어 하루 두 차례 작은 돛배처럼 떠 있어 준다는 것. 그 많던 천수만 작은 섬들은 어디로 갔을까?


섬들은 근처에 있는 도비산 이름처럼 간척지 사업으로 인해 도비(島飛)되어 육지가 돼버렸고, 그곳에서 나온 바위는 쪼개져 방조제 물막이 공사용으로 수장되었다고 한다. 당시 빠른 유속으로 인해 집채만 한 바위도 둥둥 떠내려 갔다 하니 그 모습이 마치 이 지역 지명인 부석(浮石)처럼 보였다고 한다. 옛 성현들은 이러한 모습으로 바뀔 것을 예측한 것일까? 근처에 있는 도비(島飛) 산 이름이 그렇고, 부석(浮石)리 라는 지명도 예사롭지 않다.


서산 갯마을 부근 전경(화면캡쳐: 서산시문화관광홈페이지)

굴을 따랴 전복을 따랴 서산갯마을/ 처녀들 부푼 가슴 꿈도 많은데/ 요놈의 풍랑은 왜 이다지도 사나운고/ 사공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구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서산갯마을/ 조름 한 바닷바람 한도 많은데/ 요놈의 풍랑은 왜 이다지도 사나운고/ 아낙네들 오지랖이 마를 날이 없구나 <서산갯마을 가사전문>

조미미가 불렀던 이 노래 모티브가 된 천수만 서산 갯마을과 굴을 따고 전복 캐던 처녀들 옛 풍경은 이제는 볼 수가 없다. 그나마 어리굴젓이 오래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나 할까? 간척지로 인해 변형된 지형은 이곳 생태계뿐만 아니라 사람들 삶의 방식마저도 뒤바꿔 버렸다.


갯마을이 있었음직한 곳에는 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호객하는 소리만 요란하다. 간월도를 가려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내해야 한다. 배가 출출하다면 모른 척 호객하는 손길에 이끌려 언제부턴가 이 지역 특산음식으로 알려지고 있는 굴국밥 한 그릇 맛보아도 괜찮을게다. 물론 맛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


섬 아닌 듯 섬인 간월도

작은 섬이었던 간월도도 이때 간척지와 연결되며 섬이 아닌 육지가 되어 버린 곳이다. 이 작은 섬에는 작은 암자가 들어서 있다. 창건 연대는 조선 건국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처음 이곳에 [무학사]라는 암자를 짓고 수행을 하였다고 전한다. 이후 수 백 년 폐사된 터에 일제 강점기 만공 선사에 의해 [간월암]이라 개칭하여 중창되었다.

물 때를 맞춰 간월도에 들어서면 바위 난간 위 오밀조밀 세워 올린 절집 구조가 이색적이다. 키 낮은 담장 너머로 천수만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물이 차 오르면 손에 잡힐 만큼 바다와도 경계가 지척이다. 육지와 다시 분리가 되는 것도 이 시점이다. 비로소 간월도가 섬다운 제 이름을 찾는 순간이다.

물길이 들어차면 섬은 고립무원이 되고 밤하늘에는 달이 떠오른다. 당산처럼 절마당을 지키고 있는 사철나무, 팽나무도 수행자를 따라 선정삼매에 든다. 간월암에서 한철 날 요량이면 작심하고 들어가도 좋을듯 하다. 사방으로 펼쳐진 풍경과 그러면서도 하루 두차례 저절로 고립되는 간월암 여건이 충분히 한 소식하고도 남을 듯싶다. 언젠가는 꼭 한번 즈믄 밤에 슬며시 찾아들어 단 몇 시간 만이라도 간월암 적요에 녹아들어 봐야겠다. 수행자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 욕심이 저절로 드는 곳, 간월암 풍경이다.



간월도는 안면도 여행길에 들러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서해의 일렁이는 바다 모습도 좋지만 호수처럼 잔잔한 천수만을 간월암 담장 너머로 살펴보는 것도 마음 넉넉해지는 일이다. 찾은 길에 무학대사가 달을 보며 득도했음직한 자리도 살펴보고 몇 안 남은 천수만 섬들을 두리번거리는 것도 괜찮다.

지긋이 눈감고 생각만 하여도 한 폭의 그림 되어 저절로 그려지는 간월암 풍경, 그 풍경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누가 이 마음을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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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看月庵)은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북쪽에 있는 간월도에 있는 암자다. 방조제 공사로 인해 하루 두 번 물이 들어설 때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육지와 연결이 된다. 잔잔한 천수만 위로 달빛이 머물 때 그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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