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수덕사
여행의 또 다른 재미는 같은 곳을 여러 차례 가더라도 갈 때마다 봐왔던 익숙한 것 외에 새로운 것들을 만나게 된다는 즐거움이다.
눈 감고도 다닐 만큼 익숙한 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그리고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같은 사물, 같은 장소라 하여도 달리 보인다.
수덕사를 찾는다. 이 절집을 들락거린 횟수를 따지자면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려울 게다. 가깝기도 하거니와 벽초 스님이 길을 냈다는 정혜사 오르는 1080 계단길과 덕숭산, 그리고 수덕여관의 사연 등에 매료되어 수십 년 전 첫 발걸음 이래 지금도 틈만 나면 자주 찾는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수덕사 역시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내어준다. 겨울에 오르니 무채색의 주변 풍경들과 색 바랜 건물들이 담묵 하게 어우러져 비로소 묵은 절집다워 보인다. 하늘마저 잿빛이니 사람들 발걸음만 없다면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이 오롯이 드러나 보일 태세이다.
이런 날일 수록 조금이라도 컬러풀한 색이 있다면 가장 먼저 눈에 띄기 마련이다. 절집 오르는 일주문 초입부터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써 붙여진 편액들과 주련들이 먼저 눈길을 잡는다. 금강문, 사천왕문 등의 편액들을 쫒아 오르다 보면 이내 힘차고 당당한 필체의 대웅전 현판에 이른다.
수덕사 건물마다 편액과 주련들이 있는데 그 필체가 다양하여 한 곳 한 곳 찾아가며 감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수덕사의 백미는 역시 대웅전 건물이다. 국보 제 49호로 지정된 이 건물은 8백여 년의 오래된 역사뿐만 아니라 맞배지붕에 주심포식로 지어진 그 형태에 있어서도 부석사 무량수전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고(古) 건축물로 손꼽힌다. 공간을 분할하여 조각하듯 켜켜이 단을 쌓아 올린 대웅전 측면의 모습은 그 섬세함과 아름다움이 볼 때마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한다.
언제 적부터 심어져 있었는지 가름하기 어려우나 양측면 한편에 각기 심어져 있는 배롱나무가 벽면과 한데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더욱 기품 있는 풍경을 만들어 낸다.
건물 많은 큰절에 오면 그 덩치에 압도되어 굵직한 것들만 눈에 들어오기 일쑤인데 이렇듯 소소한 것들에서 외려 볼 것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여행의 재미가 더해지기 마련이다.
이외에도 비구니 스님들의 강원인 견성암 앞 드러누운 소나무며 절집 초입 수덕여관의 이응로 화백 암각화, 그리고 정혜사 오르는 길 옆 초당 등 눈길을 이끄는 것들이 산재해 있는 곳이 수덕사와 덕숭산이다.
마음 촉박하지 않은 날, 넉넉한 시간을 두고 수덕사와 덕숭산 산품 속 곳곳을 엿보듯 거닐어 보기를 권한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저 완만한 산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계곡과 낙락장송과 기암이 적당하고 그 풍경들과 어긋남 없이 한데 어우러져 치열하게 구도의 삶을 살고 있는 절집 사람들의 체취를 담뿍 느낄 수 있다.
돌아오는 길, 거닐다 땀이라도 몸에 배였다면 수덕사 지척에 있는 덕산온천에 들르시라. 괜찮은 유황 물 온천수로 지친 몸 말끔히 씻어낸다면 여독이 풀어짐은 당연하고 한 소식 얻은 것 마냥 마음까지도 개운해지고 남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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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덕숭산 자락에 있는 수덕사는 창건 연대가 2,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모습은 구한말 만공 선사에 의해 중창되었고, 덕숭총림(德崇叢林)으로 불리며 당대 선풍을 일으킨 선풍의 근본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국보 49호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많은 유물이 덕숭산 곳곳에 산재해 있고 '수덕사의 여승'이란 노래로 더 알려진 비구니 스님들의 참선도량인 견성암도 수덕사 내에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제 7 교구본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