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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Nov 13. 2017

제주에서도 맑은 해장국, 맑은 내장탕을 맛볼 수 있다

해장국 기행(제주도 ②-제주시 외도동 황소 해장국

맑은 해장국 , 맑은 내장탕을 드셔 보셨나요? 대구나 명태, 복어 등 비린내가 덜한 흰 살 생선을 맑게 끓이는 탕이 있습니다. 이를 가리 켜 대구지리, 복지리 등 지리 탕 이라고 부릅니다. ‘지리’라는 말은 흰 살 생선을 각종 채소와 두부 등을 넣고 맑게 끓여먹는 일본식 냄비 요리 지리 나베(ちり鍋)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맑은탕이라고 부르는 게 맞습니다.


이렇듯 맑은탕은 생선을 주 재료로 요리합니다. 국물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흰살생선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맑은 해장국, 맑은 소 내장탕은 말 그대로 소고기의 부산물인 소 내장과 부속고기, 그리고 선지 등을 넣어 끓이는 해장국의 일종인데, 고춧가루가 들어간 얼큰한 양념을 쓰지 않고 생선 맑은탕처럼 맑게 끓여내는 것을 말합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맑은 해장국, 맑은 내장탕을 하는 식당이 많지 않습니다. 해장국에 들어가는 선지와 내장탕에 들어가는 소 내장은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고 다듬는데 손길이 많이 가기 때문입니다. 양념장을 쓰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념장을 넣으므로서 고기에서 나는 잡내가 어느 정도 묻혀버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맑은탕을 잘 끓이는 곳은 전국적으로도 몇 군데 안됩니다. 지리산 아래 구례 목화식당이 그러하고 서울 삼각지 평양집이 소 부산물을 넣은 맑은탕을 잘 끓이는 곳으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양집은 사전에 주문하지 않으면 뚝배기 한 켠에 빨간 양념을 고명처럼 얹어 내 놓습니다.



[맑은 해장국-선지가 푸딩처럼 부드럽다]


[맑은 내장탕-잡내 없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제주도에서 맑은탕과 맑은 내장탕을 잘 끓이는 집이 있다는 것은 의외이기도 합니다. 제주도 특성상 해산물을 재료로 하는 토속음식은 그 수도 다양하고 이색적인 맛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육류를 재료로 하는 음식은 해산물 재료에 비해 알려진 음식이 비교적 적은 게 사실입니다.


제주말, 제주흑우, 제주 흑돼지 등 제주에서 가축을 길러온 역사는 고려시대 이전부터이니 고기 요리가 발달했을 만도 합니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제주에서 기른 가축은 나라에 진상하거나 양반집 등으로 팔려갔기 때문에 서민들이 식재료로 쓰는 것은 언강생심이었을 겁니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서민이 구하기 힘들었던 비싼 육류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해산물 요리가 제주에서 발달한 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말고기, 제주 흑돼지, 제주 소고기 해장국 등 제주에서 각광받는 육류 음식들은 최근에 개발된 음식들이 대부분입니다.


제주 서쪽 지역에 외도라는 곳이 있습니다. 가수 이효리가  사는 동네로 더 알려진 애월 가기 전 바닷가를 끼고 있는 작은 신도시입니다. 이곳에 맑은 해장국과 맑은 내장탕을 잘 끓이는 식당이 있습니다. 황소 해장국이 바로 그 집입니다.


이곳에서 손님에게 내놓는 맑은탕은 말 그대로 맑고 시원합니다. 맑음 중에서도 설렁탕처럼 뽀얀 국물이 아닌 투명하게 맑은 국물입니다. 육지에서 맑은 내장탕을 내놓는 식당들은 빨간 양념장만 들어가지 않았을 뿐 사골과 사태 등을 넣어 오랫동안 우려낸 우유 같은 뽀얀 국물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황소 해장국 맑은 탕들은 놀랍게도 투명하며 맑습니다. 기름기 또한 적절하게 제거되어 있습니다. 구례 목화식당 내장탕처럼 말입니다. 맑다고 해서 육수가 가벼울 거라는 생각은 선입견일 뿐입니다. 맑지만 오래 우려낸 사골처럼 깊이가 있습니다.




머리고기 등 잡내가 나지 않는 부위를 재료로 하는 소머리국밥이나 나주곰탕에서 쓰이는 맑은 육수와 비슷합니다. 사실 소 내장 부산물로 이렇듯 맑은탕을 끓인다는 것은 어지간한 배짱 아니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소 내장은 특유의 잡내와 손질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육수또한 누린내와 기름기를 잡아내지 못하면 맑은탕 육수로 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일반 해장국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합니다. 이처럼 까다롭기 때문에 음식에 자신감이 있지 않으면 맑은탕을 시도해보기도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황소 해장국에서는 보란 듯이 해장국과 내장탕을 맑은탕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기본 맑은 육수에 여느 해장국처럼 콩나물과 우거지가 들어갑니다. 내장탕에는 다른 곳과는 달리 채 썬 제주 무가 한오 쿰 들어가니 시원함이 배가 됩니다. 해장국에 주재료로 들어가는 선지는 관리를 잘못하거나 신선하지 않은걸 쓰면 맛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데, 선지 역시 일정한 맛을 유지합니다. 해장국에 들어가는 부속고기 역시 제대로 삶아내기 때문에 식감이 부드럽습니다. 내장탕에 들어가는 깐양과 우설 등 고기 역시 잡내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기호에 따라 다진 생마늘과 청양고추를 가미하면 담백하고 개운한 맑은탕이 먹기 좋게 완성됩니다.


설렁탕, 국밥, 해장국 등 육류를 주 재료로 쓰는 식당은 대부분 노포(老鋪) 식당이 많습니다. 그마만큼 육수나 고기를 다루는데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황소 해장국은 노포 식당은 아닙니다. 하지만 해장국과 내장탕을 주 메뉴로 부단히 노력해온 주인장의 고집이 노포 식당 못지않은 맛을 이끌어 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세계 7대 경관에 뽑힐 만큼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곳입니다. 한라산을 비롯한 천혜의 관광지와 다양한 볼거리, 그리고 육지와는 다른 변화무쌍한 날씨까지 이러한 요소들이 여러 차례를 다녀갔어도 늘 처음 온 것처럼 올 때마다 가슴 설레게 하는 곳이 제주도입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제주에서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은 그 지역만의 특색 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들어서 성게 미역국, 보말국, 고기국수 등 제주 토속 음식들이 여행객들에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육류를 재료로 하는 말고기, 돈 베 고기, 제주식 해장국 등도 제주에서 맛봐야 할 음식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를 더하자면 맑은 해장국과 맑은 내장탕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해장국이나 내장탕을 맑게 끓여내는 곳이 전국적으로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팀과 함께 제주를 다녀왔습니다. 제주 서쪽 지역부터 투어를 시작한 일행과 함께 첫째 날 점심을 이곳에서 먹게 되었습니다. 처음 대하는 해장국이라며 대부분 사람들이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일행들에게 제주에서 먹은 음식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음식이 있냐고 물으니 주저 없이 맑은 해장국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일행들과 마지막 날 점심도 외도까지 다시 찾아가 해장국과 내장탕으로 해결했습니다.


맛이 있다는 것, 그 음식에 정성이 들어가 있다는 것, 이러한 것들은 일부러 널리 광고하지 않아도 찾는 사람들 혀끝은 정확하게 알아냅니다. 그래서 더디게 가더라도 묵묵히 유지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수많은 노포 식당들이 그래 왔듯이.


새로운 음식을 맛본다는 것 역시 여행의 즐거움입니다. 제주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제주 공항 근처 외도동에 위치한 황소 해장국집에 들러 맑은 해장국과 맑은 내장탕으로 한 끼를 해결해 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이 집에는 여느 해장국집과 비슷한 빨간 해장국과 내장탕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맑은탕을 드셔 보시길 권장합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해장국이라고 해서 거부감이나 선입견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들어가는 재료는 익숙한 재료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재료들을 엄선하여 신선한 재료만 고집을 하고, 부속고기 역시 손질하는데 게으름이 없기 때문에 주저 없이 드셔도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맑은탕의 시원한 국물 맛은 기존 해장국과는 차원이 다른 맛입니다. 한 그릇 비워내고 나면 보양식 한 그릇 먹었다는 느낌을 받는 황소 해장국의 맑은 해장국과 내장탕, 제주의 또 하나 노포 식당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황소해장국의 빨간 해장국
[황소해장국의 빨간 내장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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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해장국(064.712.2607)  제주시내에서 서쪽으로 벗어난 외도라는 지역에 있는 제주식 소고기 해장국 전문점이다. 육수를 내기 위한 재료부터 마지막 상차림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젊은 옹고집이 운영하는 곳이다. 특히 맑은 해장국과 맑은 내장탕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장국과 내장탕이 주 메뉴이고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 메뉴도 제공하고 있으니 가족 단위로 가더라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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