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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Dec 20. 2017

아니, 아귀찜에 산초가루를 넣다니...

창원시 진해구 아귀요리 전문점 "마실"

한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생선, 아귀

아귀요리는 이제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마다 방식을 달리하며 특색 있는 요리로도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게 아귀요리입니다. 찜의 원조는 마산지역이지만 이제는 군산에서도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으며, 인천에서는 오래전부터 탕으로 끓여먹는 등 지역마다 잘하는 집들이 한두 곳쯤 있을 만큼 아귀요리는 보편화된 음식이 되었습니다.


아귀요리 중에 그 으뜸은 찜입니다.
아귀찜은 콩나물, 미나리 등 야채와 갖은 양념에 삶은 아귀를 함께 버물리고 찹쌀가루로 걸쭉하게 농도를 맞춰가며 찜을 하는 요리입니다.


아귀찜은 앞서도 얘기했듯 마산지방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입니다. 아귀라는 생선은 모양새도 흉측하고 고기 살도 흐물흐물하여 잡히면 버리는 생선이었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불교의 육도윤회에 나오는 아귀(餓鬼) 도에서 그 이름을 따왔을까요?
마산의 선창가 식당들에서 이 못생긴 생선을 말려 물에 불린 후, 양념과 함께 버무려 찜을 해서 술안주로 내놓기 시작하였는데 이 음식이 아귀찜의 원조가 됩니다.
오늘날에는 말린 아귀보다는 생물을 이용한 아귀찜을 즐겨 먹지만 아직도 마산 오동동 아귀찜 골목에서는 처음 방식대로 말린 아귀로 찜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영양가로 따지면 그 어떤 생선보다도 뛰어나다

아귀는 생긴 것과는 달리 알고 보니 영양분이 풍부한 생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흉측한 그 생김새로 인해 버리거나 거들떠보지 않았던 물고기입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도 ‘조사어(釣絲魚)’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그 속명이 ‘아구어’라고 한다. 또한 입술 끝에 낚싯대와 낚싯줄 역할을 하는 등줄 지느러미가 있는데 이것으로 물고기를 유인하여 잡아먹는다’라고 습성에 대한 기록만 있을 뿐 먹는 방식이 대해서는 기술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를 보면 짐작하건대 당시에도 즐겨 먹지는 않았던 걸로 추측합니다.


아귀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고단백 저칼로리 생선으로 특히 것 껍질에는 콜라겐 성분이 있어 피부미용에도 도움이 되는 생선입니다. 먹는 부위도 이빨만 제외하고 살, 아가미, 내장, 난소, 꼬리지느러미, 껍질 등 부위로 나누어 먹을 만큼 다양한 맛을 지닌 생선이기도 합니다.




진해에서 만난 산초 아귀찜

낯선 여행길에서 간혹 그 지역에 사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기쁨은 더해집니다. 남도여행길에 고향을 떠나 진해에서 살고있는 친구와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진해에서 아귀찜 제일 잘하는 곳이라며 미리 예약한 식당으로 안내를 하였는데, 그곳이 ‘마실’이라는 예쁜 이름의 아귀요리 전문점이었습니다.

이 집 역시 여느 아귀찜 집들처럼 거두절미한 콩나물과 함께 찹쌀로 걸쭉하게 버무려 내놓았습니다. 특이한 점은 찜에 산초가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아귀찜의 매콤함뒤에 산초 향이 남으니 마치 알싸한 청량음료를 마신 느낌마저 납니다. 찹쌀로 인해 걸쭉해진 맛 역시 산초가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산초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음식 재료로 써왔던 천연 향신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름을 내리거나 장아찌를 담가 먹기도 합니다. 특히 추어탕에는 산초가루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이는 미꾸라지 비린내와 흙내 등 민물고기 특유의 잡내를 산초가루가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산초를 아귀찜에 넣는다는 것은 의외입니다. 물론 경상도 지방에서는 방아잎 등 향이 강한 재료를 음식에 많이 쓰고는 있지만 아귀와 산초의 조합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색적인 조합입니다. 하지만 산초는 강한 향과 매콤한 맛 때문에 호블호가 분명한 향신료입니다. 그래서 저처럼 향신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이 무턱대고 주문했다가는 낭패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다행히 이 집에서는 주문받을 때 산초가루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설명해줍니다. 싫어하는 경우 빼 달라고 하면 됩니다.



천연조미료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마실"

이 집에서는 김치에도 역시 산초를 넣습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에는 김치에 산초를 넣어 담갔다는 문헌이 있습니다. 그마만큼 우리 민족이 매콤한 음식을 좋아했다는 반증이지만 산초 역시 오래전부터 먹어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산초 김치 역시 오늘날에는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이곳에서는 이렇듯 산초를 비롯하여 요리에 쓰이는 모든 조미료를 직접 만든 천연조미료만 써서 맛을 낸다고 합니다. 천연조미료를 만들어 쓴다는 것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좋은 재료로 영양가 있는 음식을 내놓겠다 는 주인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남도 여행길에서 맛본  독특한 조합의 아귀찜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산초와 아귀라는 조합 때문이 아닙니다. 독특하기도 했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맛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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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요리 전문점 "마실"(055.551.3733)은 진해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다. 현지인들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귀찜 잘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산초를 넣은 산초 아귀찜과 해물찜이 유명하며 통째로 나오는 동태전도 먹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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