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섬진강(1)

by 황하

장독대

黃 河



고달픈 살림살이 훈장이라도 단 듯

허연 이 드러내는 장독대 위로

투박한 세월 마냥

동짓달 설 픈 햇살이 긴 그림자 뉘인다


고염 단지,

땡감 단지,

장단지,

덕지덕지 패어진 세월에

긴긴 겨울 허기진 배 채우고도 남을 사연들이

사그락 사그락 줄지어 익어가는데

어미는

무 구덩이 짚단만 쌓아 올렸다


서너 번 적설積雪이 쌓이고 나서야

강물은 멈춰 섰고

농익던 사연들은 어미 속내도 모른 채 비워져만 갔다


동치미 한 사발

물고구마 몇 개로도

가난을 잊었던 시절,


철 모르던 그 시절

장독대 훑고 지나는 바람소리에도

어미는 뜬 봄을 시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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