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하 Feb 18. 2016

4월, Thanksgiving


4월, Thanksgiving

                                             黄河


4월에 Thanksgiving을 듣는다
부레 같은 무게마저 버거웠을까 떨궈 낸 빈 가지 파동 치며 먼 하늘로 시위한다 저문 들녘 황량한 상흔 감춰내듯 내리던 저 11월의 눈처럼 속닥이며 4월에 눈이 내린다 하얀 선혈이 낭자하게 수를 놓는다 사람들은 태연하게 눈을 맞고 피를 밟는다 끝 간 데 모를 적막이 치밀어 올라 덩그러니 그림자 하나 남겨놓는다 그림자는 11월에도 길었었다 긴 그림자 감춰내며 눈은 내렸었고 여전히 그 위로 눈이 내리고 있다


4월에 Thanksgiving을 듣는다
담묵의 계절로부터 다시 담묵의 계절이 시작된다 슬라이드 필름처럼 지나온 장면들은 또렷한데 깊숙이 뿌리내린 솟대는 수 년째 침묵으로 일관하며 지나는 봄에도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핑계를 유지해야 하는 그는 어쩌면 방관자처럼 11월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그에게 몇 해가 더 흐를지 모른다 그쯤이면 나태한 그림자는 이제 길게 드러누운 채 능청스레 눈을 맞고 있겠지 솟대의 침묵도 여전하겠지 다시 4월이 오고 눈은 내리고.
 




*Thanksgiving은 George Winston이 1982년에 발표한 피아노 솔로 앨범에 첫 번째 트랙으로 실린 곡이다. 그는 이 앨범으로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뉴에이지 붐을 일으켰으며, 삼십 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Thanksgiving을 비롯하여 joy, 캐논변주곡 등 그가 연주한 곡들은 아직도 널리 들려지고 있으며 다양한 편곡이 시도되어 들려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逆)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