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 금대암
금대암에 오를 때는 천천히 올라야 합니다. 그리고 자주 뒤를 돌아봐야 합니다. 가파르기도 하거니와 돌아볼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마치 영사기 지나가듯 새로운 모습들로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철마다 색을 달리하는 도마마을 다랭이논이 눈길을 머물게 하고 벽소령 너머로 지나는 구름에도 발길이 멈춰 섭니다. 느지막이 오르다 바래봉으로 넘어가는 낙조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됩니다.
절정은 금대암 절마당입니다.
천왕봉을 비롯하여 이십여 키로의 광대한 지리 능선을 이처럼 한눈에 내어주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요! 켜켜이 쌓인 산들과 크고 작은 골짜기들 너머 하늘과 땅의 경계를 선명히도 그려놓은 능선의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합니다. 금대암은 이렇듯 지리산을 한눈으로 보여주고 뜰앞 전나무는 거스르지 않은 자리에서 능선과 조화를 이루며 5백여 년을 곧게 서있습니다.
주장자 같은 전나무를 앞에 두고 지리 능선을 지긋이 내려 보며 대웅전 부처님이 선정삼매에 들고, 그 뒤에서 나한전 나한들이 따라서 선정삼매에 들고 있습니다.
금대암의 절묘한 사찰 구조입니다. 누군가 내려가라 등 떠밀지 않는다면 이곳 금대암에 올라 사시사철 변하는 지리 능선을 바라보며 찰나 같은 몇 시절을 보내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금대암은 높고 고요합니다. 주변은 장엄하고 엄숙하기까지 합니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동화되어 저절로 목소리가 낮아지고 발걸음도 조신해집니다.
조신한 발걸음으로 숨 고르며 삼배하고 돌아서는 길, 늦잠 잔 지네 한 마리 예불 올리러 가는 길일까요? 예불 마친 스님은 기척도 없는데 서둘러 나한전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by 黃 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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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대암은 마천골을 가운데 두고 지리 능선과 나란히 솟구친 금대산 정상 부근에 있는 절이다. 주변에 실상사, 벽송사, 서암정사 등 익히 알려진 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금대암은 그래서 오히려 절집 다운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절 부근까지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쉽게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