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마이산과 용담호 길
전라북도 내륙에는 강원도 산간 오지 만큼이나 산세 험한 '무진장'이란 곳이 있습니다. 애증 가득한 내 고향이기도 합니다. 그 애증 때문에 스무 살 시절 고향을 떠나온 후 불혹이 될 때까지 찾지 않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곳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곳 이었습니다. 결국 나는 여러 해 전 동행하는 여행지기들과 함께 발길 끊었던 그곳으로 못 이기는 척 여행길을 나섰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고향 땅을 찾은 지 벌써 십 여 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요. 오염되지 않고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는 이곳은 가을 오면 특히나 아름답습니다.
마이산으로 갑니다.
진안고원 중심에 기이하게 우뚝 서 있는 마이산은 백악기 때 지형의 변화에 의해 용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니 그 역사는 가히 수십만 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말의 귀를 닮았다 하여馬耳山이라 불리는 이곳은 봄이면 벚꽃, 여름이면 우거진 녹음방초, 가을이면 바위틈을 붉히는 단풍, 그리고 겨울이면 잔설 쌓인 바위의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운 산입니다.
현세에 살았던 이갑룡 처사는 동트기 전에 이곳 마이산 계곡에다 돌탑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 탑은 수십 기에 이르고 태풍이 와도 끄떡없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음양의 이치와 조화를 꿰뚫어 쌓은 이 돌탑 역시 마이산에서 빼놓을 수없는 볼거리입니다.
암봉 정상에서의 전경은 숨이 막힐 정도로 장쾌하고 시원합니다. 한동안 휴식 년제 운영으로 인해 암봉 정상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제 휴식 년을 마치고 개방하였다니 마음은 벌써 한달음에 달려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마이산 정상에서 보았던 진안고원의 광활한 전경, 그 전경이 수십 년 세월 흐른 지금의 내 가슴에 아직도 오롯이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돌아오는 길에는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큰 용담댐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진안고원 골짜기마다 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남으로 흘러 섬진강이 되고 북으로 흘러 금강이 됩니다. 즉, 섬진강과 금강의 발원지가 이곳 진안인 것이지요.
북으로 흐르던 물을 가둬 둔 곳이 용담댐입니다. 댐으로 인해 상전, 정천, 안천, 용담이 수몰되었고, 어릴 적 죽마고우들의 집도 댐과 함께 수장되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댐은 크나 유람선 한 척 없습니다. 그래서 더 한적하고 여유롭습니다. 마치 산중에 숨어 있는 맑은 저수지처럼 말입니다. 댐을 지나는 30번 국도나 795번 지방도로는 참, 아름다운 길입니다. 봄이면 벚꽃 잎이 눈처럼 내리고 여름이면 녹음방초 우거진 숲이 시원하게 맞이합니다.
저는 이 코스를 좋아합니다.
비록 유년의 시절을 생각하면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애증 남아 있지만 그 무엇으로부터의 이끌림은 연어가 회귀하듯 발길을 자꾸 이곳으로 이끌어줍니다.
담묵(淡墨)의 계절이 돌아오면 혼자서 슬쩍 다녀올 계획입니다. 그때쯤이면 산 안개 마이산 허리춤에 걸리어 있을 것이고 늘 잠잠하던 마을은 숨죽이듯 더 고요해져 있을 겁니다. 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는 여전할 테고요. by 黃 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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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은 전라북도 진안에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진안 톨게이트로 나오면 눈 앞에 우뚝 히 서 있는 산이 마이산이다. 용담댐을 가려면 진안 읍내에서 무주 가는 30번 국도를 이용하거나 금산 가는 795번 지방도를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