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서사[鷲棲寺]에 올라
문수[文殊]의 품에 들다!

경북 봉화군 문수산 축서사

by 황하

서울에서 축서사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고속도로를 타고 영주에 이르러 다시 소백산맥 줄기를 수 차례 헤쳐나가야 한다. 산 아래 도착해서도 작은 내를 건너고 좁다란 과수원 길을 지나 비탈진 언덕을 오르고서야 그곳에 축서사가 있다.

해발 800여 미터에 있는 절은 마치 한라산 오름 오르듯 완만하면서도 길게 오르다 보니 막상 올라서서는 그 높이가 실감 나지 않는다.

하지만 눈앞으로 켜켜이 펼쳐지는 능선들이 발아래 있고 아래 부근엔 단풍이 절정인데 이곳은 이미 서리가 지나간 듯 나뭇잎도, 고춧대도 시들어 있다.



절은 아담하면서도 웅장하다. 예스러운 듯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현대식이다. 부처님 진신사리 110 여과가 모셔져 있다는 5층보탑에서 그 화려함은 절정에 이른다. 소박하면서도 날렵하고 선이 뚜렷한 옛 탑들과 달리 불국사 다보탑보다도 더 화려하고 조각이 섬세하여 마치 중국 어느 절의 탑을 옮겨 놓은 듯하다.

이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던 절터를 최근에서야 중창불사를 하였기 때문이란다.

세월 더 흘러 중생들의 발길에, 손길에 때가 묻고 무뎌져야 예스러운 맛이 날 수 있을까? 익히 봐왔던 오래된 절집들의 묵은 맛을 이곳 축서사에서 기대를 한다면 실망이 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절의 품새만 가지고 실망하기는 이르다.

험준한 축서사 뒷세가 풍수상 독수리의 형국이라고 한다. 불교에서 독수리는 지혜를 상징한다. 산 이름인 문수 또한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지혜 제일로 꼽히는 보살 명호다. 축서사를 마치 독수리가 감싸 안듯 안고 있는 산이 문수산이고 그 산세와 잘 어우러진 축서사의 모습은 자연스러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현대식 축서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국가 보물로 지정된 석조 비로자나불이 모셔진 보광전에서 내려다 보이는 소백 준령의 장쾌한 전경은 가히 절경이다. 특히 해질 무렵의 낙조는 보광전 앞 오래된 석등과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을 절정에 이르게 한다.



절까지 왔으면 내친김에 절 뒷산인 문수산도 올라볼 일이다.

산은 1,000여 미터에 지나지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의 연속이어서 턱 밑까지 숨차 오르기를 수 차례 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산길은 호젓하여지나는 바람소리며, 바람에 낙엽 쓸리는 소리까지 또렷이 들을 수 있다. 혼자라면 외롭단 생각이 들 법도 할 만큼 적적한 산길이다. 문수산은 시계 방향으로 돌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든 돌아 내려오면 축서사로 원점 회귀할 수 있다. 절과 산을 돌아 내려오는 길, 해는 기울기를 가속하고 있고 기우는 해만큼이나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나무가 길 마중을 해주고 있다.



산 아래쯤 내려왔다 싶으면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한번 돌아볼 일이다. 문수산 산세가 비로소 한눈에 들어오고 그 산 품 어디쯤에 숨어들듯 똬리 틀고 있을 축서사 절집 자리도 가름해볼 일이다.

굳이 불보살 명호를 되뇌지 않아도, 종교적 이념적 주관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보기에 적당한 곳이 축서사이다. 그곳에서 풍경에 젖어들던 부처님 진신사리에 가피력이 젖어들든, 보이고 느끼는 대로 가슴에 담아 오면 그만이다. 이것이 바로 여행이 주는 참 맛이니까. by 黃 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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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서사 鷲棲寺는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개단리 문수산(文殊山)에 있는 사찰이다. 지혜로운 독수리(鷲)가 사는(棲) 곳이란 뜻을 지닌 축서사는 통일신라시대인 673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서 고려시대까지 번성하였으나 조선시대 유교가 들어오면서 쇠락하였고, 특히 유림문화가 번성했던 안동, 영주, 봉화의 지역적 환경으로 조선시대에는 거의 그 명맥만 유지 해왔으나 결정적으로 한국전쟁 때 전소되다 시 피하였다. 현재의 모습은 축서사 선원장이신 무여스님께서 주석하시면서 중창불사를 하여 오늘의 절 격을 되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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