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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May 15. 2016

참선원에 오르며

참선원에 오르며

                         黃河


봄날을 요동치던 꽃들의 아우성은

한 밤에도 그칠 줄 모르고 속닥 거린다


늦 봄 지나고서야

겨우 오른 이파리

유월이 지난다고 사그락 대고


구월 무서리에 목덜미 꺽인 망초

짧은 생을 애저이듯 높바람에도 꼿꼿하다


내린 사이 없이 내린 눈은

사방을 점령하여 고정하는데


스님의 발자욱 소리는

있는듯 없는듯 바람결처럼 오가고

헛기침 소리마저 울림없이 이내 자즈러들고 만다


수 백의 세월동안

부처님 그늘막 자처한 고목은

여의주 움켜쥐고 여전히

선정 놀이에 하루해가 짧다


살랑대는 풍경 소리만으로도

속세를 지워낼 듯한,

오르지 않으면 엄두도 못낼 화엄의 세계가

단물 들듯 지천에 배어나는 곳


수미산 높이 마냥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업보만 쌓아가는 중생심은

마음 자락 채찍하며 오늘도 허둥 허둥

참선원 된비알길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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