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 가는 길
(淸夢)
곰삭은 기억이
낯선 곳 풍경에서도 쭈뼛쭈뼛 떠오르며
지난 것들을 들춰내고 있다
어제라는 시간은 이미
눈녹 듯 스멀스멀 사라져 버렸지만
먹물 스며들 듯
스며들어 안착한 소소한 날들은
멈춰버린 사진 속 풍경 마냥
불현듯 떠올라 눈앞에서 한참이나 어른거린다
아련함에 대해
들춰내 일부러 속앓이 할 사람 몇이나 될까
기억이란 저장소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잔 바람에 보푸라기 일 듯 가끔씩 일어나
슬쩍 흩트리고 이내 사라질 뿐
월정사 오르는 길,
또다시 기억 속 담길 시간이
엊그제의 가물해진 것들과 실타래처럼 뒤엉켜
사방으로 널브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