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를 벗을 수 있다면
바퀴가 문제랴

고창읍성(모양성) 성곽 걷기

by 황하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 승천한다
는 전설이 있다.

고창읍 동편에는 예전에 모양성(牟陽城)으로 불리던 고창읍성이 있다. 해마다 음력 9월이면 이곳에서 모양성제가 열리는데 고창 아낙네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지신밟기 하듯 성곽 위를 걷는 풍습이 이어져오고 있다. 특이한 점은 성곽을 걷는 사람들이 머리에 돌을 이고 걷는다는 것. 1.7km의 성곽을 세 차례 도는 성 밟기는 이제 지역축제의 명물로 자리 잡아 성제가 열릴 때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무언가를 머리에 이거나 짊어진다는 것은 고행(苦行)의 표현이다. 예수의 십자가도 그러하고 시지프스의 바윗돌이 그러하다. 물론 머리에 돌을 이고 성곽을 밟던 여인네들의 목적과는 사뭇 다르지만 이고 짊어진 것들을 뛰어넘어야 결국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아니다.



삶이란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을 오르는 것과 같아서 버텨 내려면 그 어떠한 것이라도 머리에 이기도 하고 짊어지기도 하며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비록 그 무게 천 만근 되어 버텨내기 힘들어도 참아내야만 한다. 사는 동안에는 안타깝게도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고창읍성 성곽을 걸으며 결론이 뻔한 짧은 단상에 젖어 내가 짊어지고 있는 오늘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그 무게는 가늠할 수도, 언제까지 일지도 알 수가 없다. 막막함이 성 높이보다도 더 높이 올라 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저 막막함을, 은산철벽을 뛰어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하루를 버텨낼 기력조차 무너지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랬다지. 삶이란 태어남의 순간부터 고행이라고.

모양성을 세 바퀴가 아니라 수십바뀌라도 돌면 조금이라도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아련한 기대심이 불쑥 떠오른다.

전설따라 세 바퀴까지는 아니더라도, 머리에 돌을 이지 않고서라도 고창에 들를 일 있으면 일부러 시간 내어 성곽을 걸어볼 일이다. 걸음으로서 손해볼일은 없으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군락지도 걸어보고 선운사, 동호해변도 천천히 느릿하게 걸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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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은 익히 풍천장어와 복분자로도 유명한 고장이다. 전남 영광과 경계를 이루며 선운사가 있는 선운산 등 산과, 갯벌이 발달된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서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고창읍성은 왜적을 막기 위해 쌓은 석성으로 1,400여 년 경에 축조하였다고 전해진다. 모양성(牟陽城)으로도 불리는 이 성은 해마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성 밟기 놀이가 있는데, 최근에는 고창을 대표하는 축제로 해마다 성황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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