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 천마산
동 트기 전 이른 새벽에 올라야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있다. 먼저 뜨는 일출이 그렇고 어둠과 빛이 교차되는 순간이 그렇고 안개 피어오르는 모습이 그렇고 파도처럼 일렁이는 산 너울이 그렇다.
깊은 어둠을 깨우는 건 검 푸르스름한 하늘 위로 서서히 어둠이 걷히며 붉게 물들려는 여명이다. 여명이 깊을수록 곧 아침이 온다는 말처럼 여명이 시작되면 뒤따라 해가 금방 솟구친다.
산정에서 맞는 일출은 바다에서의 일출과는 사뭇 다르다. 장대함은 같으나 바다에서와는 달리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며 오른다.
해가 오름으로써 상승되는 기온과 밤새 차가웠던 땅의 기온이 부디 치며 구름 같은 안개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만들어진 안개는 이내 삽시간에 지상의 모든 것들을 다시 어둠 속으로 몰아넣듯 감싸 안으며 운무를 연출해낸다.
또한 해 오름 무렵에는 산 능선에 그림자가 생기며 도화지 위에 연필로 선을 그어놓은 듯 산 너울이 먼 곳까지 또렷해지는데, 이 광경 역시 해 떠오를 무렵이나 해질 무렵의 산정이 아니고서는 보기 힘들다. 지리산 노고단 운해도 설악산 공룡능선의 운해도 오르지 않은 사람은 그 장대함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 얼마나 장대하면 운해雲海라고 했을까! 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풍경을 직접 볼 수 있음이기도 하다.
한국화를 하시는 김창래 선생님의 잰걸음을 따라 제주 사는 동생과 함께 이른 새벽에 오른 천마산 새벽 산행, 오르는 내내 경사 급한 된비알로 인해 턱 밑까지 숨 차오른 것이 몇 번인지 셀 수도 없다. 산 이름을 왜 天摩山이라 했는지 오르다 보면 그 뜻을 자연스레 헤아리고도 남는다. 하지만 힘든 만큼 오르며 만날 수 있는 안개 폭포와 정상에서 펼쳐진 파노라마는 힘들게 올라온 그 대가를 충분히 보상해준다.
천마산은 마석, 수동에서 피어올라 남양주 호평 방향으로 떨어지는 안개 폭포로 유명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산행 당일에는 높은 기온과 맑은 날씨로 인해 안개 폭포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정상에서 맞는 일출과 맑음으로써 드러나는 조망은 저 멀리 춘천 지나 화천의 산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였으니 안구 정화돼 듯 시야가 맑았고, 그로 인해 또렷한 산 너울의 장관도 볼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운해는 겨울과 봄, 나 가을과 겨울이 교차되는 시점에 활발하게 발생한다. 즉 밤 낮의 기온 차가 심한 환절기에 가장 풍성하게 피어오른다. 사방을 둘러보면 낮은 산이라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그마만큼 산이 많다는 반증이다. 멋진 운해를 보려면 산에 오르는 발품 정도는 팔아야 한다. 지상에서는 운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높은 곳으로 오를수록 운해는 말 그대로 바다처럼 넓어지며 장쾌해진다. 그리고 동트기 전에 올라야 한다. 운해는 신기루와 같아서 빛과 어둠이 교차되는 시점에 발생하여 해가 오르고 나면 사라지기 일 쑤다.
천마산의 운무는 나이아가라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처럼 안개 폭포라 불리며 산 중턱에서 산아래로 수직 낙하하는 운해의 모습이 장관이다. 그래서 해마다 안개 폭포가 나타나는 때가 되면 이른 새벽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 새벽 산에 오른 수고로움은 안개 폭포의 감흥이 아니어도 밝은 빛에 또렷이 드러나는 가을 색의 찬연한 모습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남는다. 설악산처럼 장쾌하지도, 지리산처럼 광활하지도 않지만 이 가을, 천마산이 주는 놀라운 모습은 다시 한번 자연 앞에서 숙연해짐을, 그리하여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김하게 끔 한다. 돌아서 내려오는 길, 이미 가을은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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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산은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和道邑)과 진접읍(榛接邑) 경계에 있는 산으로 그 높이는 812m이다. 높이가 낮다고 해서 결코 얕잡아볼 산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산 이름을 天하늘천 摩잡을마山, 즉 하늘 닿는 산, 하늘 잡히는 산이라 했을까! 화도와 진접을 이르는 낮은 산 경계를 따라 밀려오던 안개가 낙화하는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