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 백마산
길을 걷다 보면 오르막을 만나기도 내리막을 만나기도 한다. 마치 우리네 인생길처럼. 산길을 걸을 때는 신작로 걷는 것과는 달리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된비알 한 고개 올라서면 내리막이 나타나고 이내 또 다른 된비알이 나타난다. 이렇게 한 두 고개 넘다 보면 호흡은 거칠어지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것은 당연지사, 이쯤이면 후회가 들기 시작한다. '왜 사서 고생을 하지?'
묵은지처럼 오래 묵혀온 친구들과 산에 오른다. 경기도 광주 백마산 숲길은 평탄하고 나무는 울창하다. 상수리나무와 길게 뻗은 소나무가 뒤엉킨 듯하면서도 적절히 섞여 숲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키 낮은 풀들은 결승점에 도착하는 마라토너를 응원하듯 길옆으로 나란히 도열한 채 지나는 발걸음과 부딪치며 사그락 거린다.
땀이 송골송골 맺힐 만큼 한바탕 숲길을 치고 오르고 나서 막걸리 한잔으로 갈증을 풀어낸다. 한 친구가 말한다.
"어차피 내려올 걸 뭐하러 힘들게 산에 오르는지 나는 잘 모르겠더라"
말 한마디 건네려다 이내 접었다. 누구나 한 번쯤 갖는 생각이고 심지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조차도 오르는 과정에서는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반복한다. '왜 오르니?'
하지만 왜 오를까? 에 대한 답은 생각 외로 간단명료하다. 힘듦보다 얻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으면 일정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장점을 보고 일을 하듯 산에 오르는 것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숲의 바람은 시원하고 청아하다. 풀 나무가 내뿜는 다양한 향기는 은은하다. 긴 들숨과 짧은 날숨으로 바람과 향기를 받아들인다. 굳이 피톤치드(Phytoncide) 란 말을 꺼내지 않아도 바람의 청량감으로, 그 바람에 묻어오는 향기 만으로도 정화되고 힐링되고 있다는 사실을 몸은 먼저 느끼고 반응을 한다.
이것만으로도 산에 오르는 이유가 충분한데 산은 오르는 자에게 아낌없이 더 내어준다. 노고단의 운해며, 벽소령의 장쾌한 노을, 설악의 진경산수, 소백 능선의 산너울, 덕유산 향적봉에서 만나는 상고대, 그리고 금산에 올라야 볼 수 있는 남해바다 일출과 일몰 등 이러한 풍경은 그 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볼 수도 없거니와 감흥조차 흉내 낼 수 없다.
"친구야. 이 정도면 산에 오르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거기에 보이지 않는 산이 내어주는 가치까지 더하면 오히려 산에게 미안해진단다. 찾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모두 내어 주는 게 산이고 그것을 우리는 염치없게도 늘 받기만 하니까 말이다."
백마산은 높은 산이 아니어서 고산준령에서 펼쳐지는 장쾌한 뷰(View)는 없다. 하지만 우거진 산림 속으로 정상까지 이어지는 숲길이 '참' 아름답다. 오르는 내내 '참 좋다'라는 말이 감탄사와 함께 저절로 나올 만큼 길이 오밀조밀하며 사람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준다. 돌아서 내려오는 길, 숨어 있듯 산 허리춤에 있는 극락사에 들러 절 마당 한 편에 서 있는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땀 식혀내며 뎅그렁 풍경소리 듣는 것도 산행의 갈무리로는 '참' 좋다.
*백마산은 경기도 광주군 초월읍과 오포읍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나지막하며 길이 순탄하여 걷기에 편한 산이다. 한남정맥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따라 태화산과 연계 산행을 하여도 하루면 충분한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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